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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인상의 합리적인 이유가 필요하다
학생과 학교간 상호 신뢰 속에 등록금 협의체 구성 필요
[159호] 2010년 03월 01일 (월) 김태균 편집장 @

지난 1월 말, 등록금 동결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신임회장으로 선출된 이기수 고려대 총장이 “대학 교육의 질에 비해 우리나라처럼 등록금이 싼 나라는 없다”라는 막말을 쏟아냈다.
2월 2일 이명박 대통령은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프로그램인 ‘든든한 자금’ 대출 시행 첫날 한국장학재단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대학 등록금이 비싸다”는 한 여대생의 지적을 받자, “등록금이 싸면 좋겠지만 너무 싸면 대학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매년 반복되는 대학 등록금 인상 관련 분쟁, 대학교육에 대한 정부와 교육 주체의 의식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사례이다.

학부는 동결, 대학원은 인상

 지난 3년간 이어진 경제위기로 인해 다수의 대학(본교 포함)들은 ‘등록금 동결’을 발표했다. 그러나 등록금 동결 혜택은 모든 학생이 아닌 학부 재학생으로 제한됐다. 언론의 관심이 높은 학부등록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은 대학원 등록금을 인상한 것이다.
 일례로 올해 등록금 동결을 발표한 서울산업대의 경우 대학원 등록금을 9.7% 인상해 가장 인상률이 높았다. 동국대, 건국대, 상명대 등도 모두 등록금 동결을 선언했지만 대학원 학비는 각각 6.0%, 5.1%, 5.0% 인상했다. 대학들의 이러한 결정은 학부 등록금 동결로 인한 부담을 대학원생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0년 간 113.6% 상승한 등록금

대학원 등록금의 ‘나홀로 인상’은 한두 해 벌어진 일이 아니다. 2000년 이후 대부분의 대학들이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면서 등록금 인상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간 대학원 등록금은 113.6% 상승했다. 이는 같은 기간 물가인상률 35.9%는 물론, 학부 등록금 인상률 80.7%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그렇다면 왜 대학들은 대학원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일까? 대학들이 제시하는 인상요인은 ‘연구환경개선’이지만 실제 요인은 취약한 재정과 교육환경에 대한 빈약한 의식 때문이다. 취약한 재정구조는 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에서 나타난다.
2009년 주요 4년제 사립대학(교비회계 예산 규모 1500억 원 이상)이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교비회계 자금예산서에 따르면 전체 예산(교비회계 기준)에서 등록금 수입액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대학은 한국외대로 80.7%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명지대가 79.6%로 한국외대에 이어 등록금 의존율이 높았으며 국민대(79.1%), 동국대(77.9%), 단국대(77.4%) 순이었다. 

학생은 배제된 학교 발전 논리

대학 측은 정부의 경영 자율권 제약으로 인해 높은 등록금 의존율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즉, 기부금 입학제 도입, 기금 운용권 등 학교 자산을 늘릴 수 있는 수단을 정부가 지나치게 제한하기 때문에 필요한 예산을 등록금으로 충당해야한다는 논리다.
이러한 대학 측의 논리는 공공성의 원리에서 타당한 측면이 있다. 공공성의 원리에서 보면 원칙적으로 모든 주권자에게, 현실적으로 최대 다수에게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공공성의 원리의 목표는 대중교육으로 자리매김한 대학교육에도 적용된다. 대학이 시민에게 비싼 등록금을 요구하거나 교육기회를 차등해 제공하는 것을 방지하려면 정부가 그 재정을 충당해야한다. 정부의 충분한 재정 지원 없이 한정된 수단으로 대학 운영을 요구하는 것은 등록금 인상에 대한 대학 측의 논리를 정당화할 뿐이다.

등록금 인상은 연구환경개선?

그러나 대학 측의 등록금 인상 논리를  대학원 등록금 인상 이유로 수용하기는 어렵다. 다양한 인상 요인에도 불구하고 대학 측이 제시하는 최대 인상 요인은 ‘학교 발전’을 위한 예산 확보다. 대학원생의 입장에서 ‘학교 발전’은 ‘연구환경개선’과 연계된다. 문제는 오른 등록금에 비해 연구환경은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동국대의 경우 2007년부터 3년간 연구비, 연구학생경비가 급감했고, 1인당 장학금은 근로장학금을 제외하면 수도권 소재 43개 대학 중 41위에 머물러 있다. 더욱이 인상 요인에 수긍할 수 없는 이유는 적립금에서 연구기금, 건축비, 장학기금 등의 사용액을 제외하더라도, 적립금 순증액이 기하급수로 늘어난 점 때문이다. 이는 '등록금 인상요인이 연구환경개선'이 아니라 '불필요한 잉여자금 축적'이라는 인식을 지우기 어렵게한다.

 불완전한 등록금 정책

매년 되풀이되는 등록금 인상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은 ‘등록금 상한제’와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등록금 상한제는 과거 3년 간의 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최대 1.5배 이내로 대학 등록금 인상선을 제한했다. 이로써 물가상승률 대비 2~5배에 달했던 등록금 인상률에 대한 통제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등록금 인상을 합리화함으로써 굳이 인상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의 인상 여지를 남겨뒀다.
이를 보완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매년 두 차례 등록금 산정 근거를 공시하도록 했다. 이로써 돈의 조달과 쓰임을 명확히 밝히고, 학생 대표가 등록금 협의회에 참여해 등록금 인상으로 생기는 불필요한 분쟁을 줄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개정안은 적립금 사용에 대한 정보공개가 제외됐고, 대학원생은 등록금 협의회 구성에서 배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상호 신뢰 속 합리적인 등록금 책정

이처럼 불완전한 정책 아래에서 등록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과 대학 간의 신뢰 형성이 필요하다. 대학 측은 등록금 인상 요인에 대한 상세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등록금 인상 동인이 없는 경우 불필요한 인상을 하지 않음으로써 학생들에게 신뢰를 쌓아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대학은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가지고 있는 불신요소를 해소하는 한편 학교 발전을 위한 예산을 당당하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에게는 무조건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기보다 인상액이 자신의 학습 및 연구 환경에 어떤 용도로 쓰이는지 상세하게 살펴보고, 개선점을 제안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등록금 상한제를 악용할 수 있는 비양심적인 대학 당국에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상호 신뢰와 견제를 바탕으로 등록금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 갈 때 학교와 학생이 바라는 학교 발전의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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