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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총학생회 선거 공약 점검
대학원생의 자발적 관심과 참여 있어야 학생자치 실현 가능
[158호] 2009년 11월 23일 (월) 허재홍 편집위원 @

 

매년 대학 선거가 학생들의 무관심 속에 치러지고 있다. 각 대학은 투표율 50%를 넘지 못해 연장 투표를 진행하고 심지어 3월 재선거로 넘어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학생들의 지지와 관심 속에서 출발해야 하는 총학생회가 학생들의 무관심 속에서 대표성 없는 조직체로 출발하는 것이다. 

본교 대학원 총학생회 선거 역시 10여 년 만에 투표율 20%를 넘은 2008년 선거를 제외한다면 투표율이 평균 15%를 맴돌고 있다. 대학원 총학생회가 원우들을 대표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이라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전체 대학원생의 10%대 지지율은 매우 낮은 것이다. 이처럼 투표율이 낮은 이유는 연구자인 대학원생은 학교 내 사건보다 자신의 연구에 더 집중하는 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원 선거위는 대학원생의 특성을 고려하여 투표를 독려할 수 있는 선거 캠페인과 정책공약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대학사회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등록금 문제를 비롯해 대졸자 청년실업, 자유롭고 풍부한 학문 탐구 환경의 부재 등의 여러가지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 치러지는 대학선거는 미래 대학사회의 발전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것이 바로 학생들이 대학의 선거 방식과 각 후보의 정책 공약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공약의 미덕은 차별성 아닌 현실성

그렇다면, 본교 총학은 어떤 공약을 통해 정책의 실현 가능성을 현실화하고 있는가? 공약실현을 위해서는 총학의 권한 범위를 분명하게 파악하고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예산지원과 공약의 시의성과 영향력을 모두 파악해야 한다. 이에 대한 총체적인 평가로 2009년 총학생회 선거에 제시된 두 후보의 공약정책을 통해 살펴보자.

기호 1번 후보의 주요 공학은 ‘총학의 대학원 행정서비스 제공, 이공계 학생을 위한 연구 공간 확대, 공청회를 통한 등록금 협상, 대학원 휴게실 물품휴대의 활용성 증대, 사물함 제공, 이동침대, 도서대출의 일수와 권수의 확대, 친목도모를 위한 체육대회 개최’였다. 기호 2번은 기초학문을 도외시한 학제 개편에 반대하며 대학원 총학생회의 기획 강좌 등을 통해 기초학문에 대한 관심을 고취하겠다는 공약과 등록금 7% 인상 반대, 대학원 학사 지원실 설치, 복지환경 내실화, 기초강좌와 세미나팀 지원사업의 내실, 학술문화 기행, 체육대회에 대한 참여 유도, 학교가 주최하는 자유공모과제와 동원학술상 참여 유도, 학생회비의 실질적인 재분배를 공약으로 걸었다.

대동소이한 공약도 무관심에 한 몫

2009년 선거에서는 ‘내실다짐’이라는 슬로건을 제시한 2번 후보가 당선되었지만, 두 후보가 제시한 주요 공약의 성격과 내용에는 많은 공통점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등록금 인상 저지, 총학의 행정서비스 제공과 내실화, 다양한 대학원 행사의 개최, 그리고 연구공간 향상을 목표로 하는 복지 증진정책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인 등록금 인상 저지 공약을 살펴보자. 올해 총학은 ‘등록금 동결’이라는 결과를 획득했다. 그러나 이것은 총학의 주도하에 이뤄졌다기보다는 등록금 천만 원 시대라는 비판과 세계적인 경기불황이 겹쳐진 시대의 결과물로 보는 것이 옳다. 매년 등록금 협상 이야기가 나오면 총학은 ‘학교 측이 민주적인 협의와 대화를 위한 시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고충을 토로한다. 이것은 소통하지 않으려는 학교 당국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학교정책 반영에 호소력이 없고 무기력한 총학 자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본교 총학의 무기력한 호소와는 달리 지난달 22일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내년도 등록금 책정에 최초로 학생회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획득했다. 이것은 앞으로 본격화 될 대학가 등록금 투쟁의 새로운 변수로 주목되고 있다. 한국 외대 학생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학교측이 등록금을 결정한 후 ‘조정위원회’를 열어 학생회 등의 불만을 접수한 사례는 있었으나 결정 과정에 직접 학생회를 참여시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기존 제도는 학생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미리 등록금을 책정하여 통보하는 식이었지만, 외대에 새로 도입될 등록금 책정제도는 학생회가 등록금책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은 것이다. 등록금 인상 저지가 단지 반복되는 메아리가 아니라 실현 가능한 정책이 되려면 위 사례처럼 학교 행정당국과 함께 등록금을 결정하고 협상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공약실현을 위한 단결력을 얻으려면 총학이 홀로 등록금 협상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학부 총학생회와 손잡고 대학사회에 영향력이 막강한 교수회를 설득하여 등록금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원 학사지원실 재설치 실패

본교 대학원에서 중요성이 큰 두 번째 사안은 일반대학원 학사 지원실 재설치 문제이다. 2007년 학사 지원실이 폐지된 이후 대학원 행정을 담당할 실질적인 행정당국서가 없다. 따라서 학사 지원실 구축은  학우들에게 가장 필요한 문제로서 시급한 해결이 요구되었다. 그러나 예산 축소로 인해 폐지된 학사지원실 설치문제는 간단한 것이 아니다. 학사지원실 재설치 문제처럼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한 공약이나 추상적인 수준에서 제시되는 공약은 대부분 실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약 실현을 위한 예산의 구체성과 총학이 공약을 실현하겠다는 정책의지를 계속해서 표명하여 학생들의 지지를 끌어모는 것이 필요하다.

중요성이 큰 세 번째 사항은 대학의 학제 개편과 관련한 것이다 총학은 기초학문을 도외시하는 학교 행정당국을 규탄하고 이에 대한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지난 10월 28일 덕암 세미나실에서 진행된 학제개편 심포지엄에서는 신자유주의 물결로 말미암은 대학 내 변화의 바람을 비판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러나 동어반복적인 비판과 주장만 난무할 뿐 학교 행정당국이 제시하는 의견에 대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에는 실패했다고 평가된다.

이 외에도 학생선발권을 두고 학교 행정당국과 갈등을 빚은 끝에 학술문화기행이 늦춰졌다. 긴 협상끝에 대학원 총학 측이 학생 선발권의 50%를 유지하게 된 것은 높이 평가될 만하다. 하지만 양측이 서로 노력하여 조금 더 일찍 조율을 끝낼 수는 없었는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피해를 입은 사람은 결국 학술기행을 겨울까지 기다려야 했던 원우들이기 때문이다.

대학원 서비스 내실은 성공적

총학은 ‘학생들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데 많은 힘을 기울여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얻어내기도 했다. 학술관 3층에 자판기가 설치되었고, 제8연구실을 확보 및 분배함으로써 원우들의 연구공간을 늘렸다. 또한, 총학 사무실의 야간 운영을 확대하여 더 나은 연구환경 조성에 일조했으며 이전보다 다양해진 종목과 상품을 통해 원우들의 참여를 유도한 대학원 체육대회와 학술대회도 성황리에 끝났다. 대학원생의 생활에 밀접해 있는 부분을 섬세하게 관리하여 복지부분에서 좋은 성과를 얻어낸 것이다.

앞으로 당선될 총학 집행부는 더 현실성 있는 공약을 통해 원우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그러려면, 총학 내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제대로 된 정책집행 과정에 대한 피드백 작용을 위해선 원우들의 목소리를 청취할 기회와 총학을 평가하고 감시할 야당으로서의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총학이 주도하는 정책 토론회가 적고, 감사위원 역시 총학이 선정하는 위원으로 구성된다는 점은 제대로 된 정책 집행의 결과를 만들어 내기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한다. 

총학은 공약 이행을 위해 구체성과 실행력을 갖추고 자신 내부에 대한 비판 기구를 강화하여 올바른 정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 또한 총학이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며 학생과 학교 행정당국간의 중간다리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이런 점들이 뒷받침될 때 총학은 원우들의 지지를 얻고 그에 상응하는 정책을 되돌려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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