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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 권리보장을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시간강사 무더기 해고, 강사들 옭아맨 고등교육법, 실질적 교원화 전략 필요
[157호] 2009년 10월 12일 (월) 김은미 편집위원 @

 

비정규직보호법(이하 ‘보호법’) 시행 2년이 지나면서 시간강사 대량해고사태가 발생했다. 지난달 9일 김진표 민주당 의원(교육과학기술위원회)이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로부터 제출받은 ‘대학별 시간강사 해촉 현황’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1,200여 명의 시간강사를 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계된 해촉 대상자는 2년(4학기) 이상 강의를 맡아온 강사 중 박사학위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으로 지난 1학기부터 해촉된 강사이다.

조사된 35개 대학 중 전국에서 시간강사를 가장 많이 해촉한 대학은 대전의 한남대(195명)에 이어 한국외대(124명), 대진대(95명), 고려대(75명), 경남대(71명), 동국대(69명), 우송대(66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본교는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교무팀 관계자는 1·2학기 강의평가 성적에 의해 기준에 미달하는 강사를 해고했을 뿐, 보호법 저촉을 피하고자 해고한 강사는 없다고 밝혔다.

현행 법령의 내용과 문제점

대학이 시간강사들을 무더기로 해고한 이유는 보호법 저촉을 피하기 위해서다. 보호법은 ‘비정규직 종사자 중 2년 이상 된 피고용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규정했다. 다만, 박사학위 소지자는 보호법 시행령 3조에 따라 2년이 지나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보호법 시행 2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시간강사 집단 해고사태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시간강사의 정규직 계약전환이 현실적으로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박사학위 소유자의 정규직 전환 여부는 포함하지 않아 법안 시행에서 이미 보호의 한계를 내포하고 있었던 법안 자체의 문제뿐 아니라, 정규직 계약 전환을 위한 논리적인 요건과 체계화된 개입이 부재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교원으로의 지위회복 필요

한국 비정규교수노조 측에서는 시간강사 대량해고 사태가 발생한 이유로 강사들의 교원 지위가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97년 정부가 제정한 고등교육법에서는 교원을 ‘총장 및 학장 외에 교수, 부교수, 조교수, 전임강사’라고 규정했다. 교육의 공공성을 책임질 정부가 시간강사를 교원의 지위에 포함하지 않은 채 시간강사도 교육과 연구를 담당할 수 있다는 애매한 규정만을 남겨두었다.

이는 비전입 교원이 대학교육의 절반을 차지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만들었다. 실제로 2006년 <고등교육기관 교육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06년까지 대학의 비전임교원 의존율은 57~61%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90년대 이후 대학과 학생 수가 증가하여 그만큼 전임교원이 필요함에도 대학 강사 등의 비전임 교원을 충원하여 학교를 운영하는 사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처럼 교원의 지위를 획득하지 못한 시간강사는 교육현살 상에서 자신이 차지하는 위치와 역할에 비해 그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시간강사의 임금과 노동조건은 법률적 절차를 통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의 재량과 판단에 따라 결정되고 고용기간도 임의적이고 한시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강사의 계약 기간을 1년 이상으로 규정하여, 강사와 대학의 관계를 정당한 계약 관계로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법률상 모든 강사를 포괄할 수 있는 교섭단체가 없는 상황에서 현 정책의 문제점을 수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해고에 항의조차 못하는 강사들

부산대, 영남대와 같은 비정규직 노조가 있는 대학의 강사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이번 해고 통보에 항의하여 2학기 강의를 주당 5시간 미만이라는 조건에 강의하기로 합의했지만, 노조가 없는 대학들은 이번 해고통보에 항의조차 못했다.

특히 2007년 제정된 비정규직보호법은 부당해고에 대한 처벌 조항을 오히려 완화했고, 차별시정요구도 개인 신청제로 제한하여 학교 측의 억압이나 보복성 해고가 두려워 시정 요청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일례로 고려대 노조 김영곤 분회장이 해고 현황을 파악하고자 강사 181명에게 이메일을 보냈지만 단 한 명도 회신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분회장은 생살여탈권을 쥔 대학 측에 “찍히면 안 되기에 부당해도 그냥 감수하는 것”이라 밝혀 대학강사의 현 사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완전한 대안은 아니지만, 노조에서도 시간강사 차별시정 신청권한을 부여할 수 있도록 법안을 수정하고, 차별시정에 불복하는 대학의 편법 ·불법행위를 제도적으로 감독해서 처벌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은 계약기간이 불명확한 관행이나 의도적인 계약기간 단축 혹은 정규직 계약 갱신거부를 단체협약을 통해 막을 방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비정규직 노조가 있는 대학은 경북대, 고려대, 대구대, 부산대, 성공회대, 성균관대, 영남대, 전남대, 조선대 등 전국 9개 대학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 비정규직 교수노조는 87년 전국강사협의회가 발족한 이후 지난 수십 년간 여러 교수단체와 노동단체와 연합하여 대학강사의 교원화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약한 조직력에 의해 그 노력은 쉽게 좌절되었다.

또한, 학문적 동반자인 교수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 시간강사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침묵하고 있어 교수노동시장의 불안정성을 극복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학 내 기득권자인 교수사회의 침묵과 감히 자신들의 처우개선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전국의 시간강사들이 죽어가는 것이다.

전임교원 충원율 확보방안

그렇다면, 대학강사의 실질적 교원화를 위해 어떤 해결책을 장기적으로 요구해야 하는가? 첫 번째는 비정규직 교수가 노동과정 통제권을 확보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교수임용과 강좌개설은 학과에서 담당하며 이것을 본부에서 수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므로 비정규직 교수가 학과회의에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면 일정 정도의 결정권을 보장받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것은 강사들 내부의 전문성과 자격에 따른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강의를 배정하는 현행 강사처우제도의 형평성 문제를 개선하고 교육의 질을 높일 방안이기도 하다. 특히, 교수회나 대학평의회 같은 기구에 참여하는 것도 실질적인 교원으로 간주할 수 있는 중요한 판단기준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시간강사의 전임교원 충원율을 높이는 것이다. 앞에서도 살펴보았지만 시간강사 문제의 본질은 대학이 전임교원을 제대로 뽑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문제해결의 방향도 대학의 학생 수 증가에 맞추어 대학의 전임교원 수를 충원하는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저비용-고효율의 논리를 추구하는 대학이 자발적으로 전임교원의 수를 늘리지 않을 것이라는데 있다. 또한, 획기적인 재정 확보 방안이 없는 상태에서 전임교원의 수를 늘려 대학 자원을 공유하는 데 찬성할 정규직 교수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국가의 직접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경북대 분회장 임순광은 정책적 해법으로 “전임교원 충원율을 높이는 대학에 대학강사를 채용할 때 더 많은 지원을 해 주고 자구책을 내지 않는 대학에는 지원을 거의 하지 않는 전략을 쓴다면 문제해결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2007년 국회 교육위에 상정된 이주호(한나라당) 위원의 <고등교육법개정안>을 살펴보면, 국고지원 중인 학술진흥재단 누리사업과 BK21에 지원하는 한 해 예산 1조 5천억 원 가운데 1/3인 4천6백억 원이면 시간강사에게 교권지위를 부여할 수 있는 예산을 마련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시간강사 채용 사이트도 필요

이 외의 보완적 대안으로 대학과 시간강사의 채용을 연결할 인터넷 사이트를 구축하여 매학기 적합한 강좌와 강사가 짝 지워질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이것은 개별적으로 분산된 강사들을 묶어주는 구심체 역할을 하여 강사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긍정적인 기능을 담당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바탕이 될 때 대학 역시 강사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보완인력이 아니라 교육의 질과 밀접히 관련된 교수 충원의 관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시간강사 문제는 단순히 생존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정책과 교육법 그리고 법과 제도 모두의 변화를 요구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대학강사의 실질적 교원화를 이루는 데 소요되는 충분한 재원확보마련과 보호법에 대한 제도개선 그리고 정부와 각 대학의 구체적인 정책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시간강사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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