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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줄어드는 입지, ‘위기의 조교들’
행정적으로 소모되는 조교들 … 미래의 자원으로 바라보는 시선 필요해
[154호] 2009년 05월 04일 (월) 허재홍 편집위원 funkyheojae@naver.com

 

대학 사회에서 조교는 행정력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조교들은 교수와 강사의 일정 관리 및 성적처리, 학생들의 실험 실습 보조 등 학교 내 크고 작은 각종 업무를 담당한다. 동시에 조교직은 대학원생이 어느 정도의 학비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각 대학이 일방적으로 조교의 학비 혜택을 줄이고 인원을 감축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대학 조교들의 인원 감축 사태는 오는 7월 비정규직법 시행 2년째를 앞두고 실시하는 인력 정리를 위한 초석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동안 높은 학비와 크지 않은 장학 혜택에도 불구하고 학교와 교수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약한 입지를 가진 조교들만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명지대학교는 <명지대학교 비정규직 부당해고 반대 노동자-학생 협의회>를 출범시켜 비정규직 행정조교 부당해고 사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각 대학의 조교 ‘정리해고’ 논란

충남대학교의 경우 교내 인력을 합리적으로 배치하겠다는 이유를 들어, 최근 조교 재임용 횟수를 3회로 제한하기로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충남대학교 측은 “사범대학과 분석과학기술대학원, 법학전문대학원, 의학전문대학원, 자유전공학부 신설 등 조교의 수요를 수용하기 위한 합리적인 배치 기준이 필요하다”며 재임용 횟수 제한의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기존까지는 조교의 재임용이 제한 없이 가능했으나 바뀐 규정에 따르면 충남대에서 재직한 조교는 앞으로 최대 3년만 일할 수 있다.
명지대학교는 행정조교 대량 해고 사태로 말미암아 대학 가운데 큰 논란이 이는 곳이다. 명지대학교의 사태는 학교 측이 행정조교를 정리하기 위해 비정규직보호법을 악용한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어, 비정규직보호법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 및 대학 내 비정규직 법안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8월 명지대학교는 40명의 행정조교를 정리 해고함에 이어 지난 2월 95명의 인원을 정리 해고했다. 조교들을 해고한 자리에는 같은 수의 신규인력이 채워졌고, 이에 행정조교들은 학교 측의 ‘부당해고’에 맞서 노조를 결성했다.
명지대학교 측은 부당해고가 아니라 조직개편 과정에서 계약이 끝나 해고했을 뿐이며, 계약 만료를 앞둔 조교들에게는 이 사실을 한 달 전에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해고되었거나 해고된 행정조교들은 학교 측이 기간제 근로자를 2년 이상 고용할 경우 정규직 전환을 의무화한 비정규직보호법을 피하기 위해 편법적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짧게는 1년, 길게는 13년 동안 근무한 조교도 있으며, 또한 학과장 또는 담당 부서장으로부터 별도계약서 없이 ‘일반조교추천의뢰’라는 공문을 통해 3월 1일자와 9월 1일자로 나뉘어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해 왔다. 일반 행정직 직원의 업무를 ‘조교’로 고용한 대학원생들에게 떠넘겨왔던 대학 측이 이번에는 비용의 절감과 유동성을 위해 조교들을 학교 밖으로 내몰고 있다는 학교 안팎의 반발이 거세다.
한국산업기술대학교 또한 7년차 이상 조교들의 임금을 인상하지 않고 자연 퇴직을 유도하고 있어 조교들이 구성한 노조가 학교와 교섭을 벌이고 있다. 이 외에도 한양대학교, 한남대학교 등 4개 대학 206명의 조교가 노조를 꾸려 대응하고 있지만, 숫자가 적고 불안한 학내 입지 때문에 그 영향력이 미약한 실정이다.
예외의 경우도 있다. 서울대학교는 대학원 박사과정 재학생 중 절반 이상이 2005년 1학기부터 등록금 전액은 물론 생활보조금까지 지원받고 있다. 서울대학교는 예산 200억 원을 들여 3,000여 명의 박사과정 재학생 가운데 1,600여 명에게 등록금 전액과 매달 생활보조금 60만 원 등 연간 1,300만여 원을 지원하는 ‘강의연구지원장학금제도’를 2005년 1학기부터 실시하였다. 서울대학교는 2005년 당시 기존 대학원생 장학금 총액인 40억 원과 새로 확보할국고 40억 원, 정운찬 총장이 추가로 확보한 120억 원의 발전기금으로 200억 원의 예산을 마련했으며 향후 6년간 필요한 예산 1,200억 원도 이미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서울대학교를 제외한 대부분 대학은 조교 해고의 문제로 대학원생의 연구 환경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수업료의 전액, 혹은 반액 정도에 불과한 장학금으로는 조교로 재직 중인 석·박사 과정의 학생들이 연구에 전념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나머지 등록금은 물론 생활비 또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적 정서에 기반한 대학들의 일방적인 처사로 인해 대학원생의 입지는 더더욱 줄어들고만 있는 실정이다.

절반으로 줄어든 본교 교육조교

본교 또한 교육조교 인원 감축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다.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회장=김선희·미술사학과 석사과정, 이하 총학)측은 2009학년도 상반기 대학원 학생 대표자회의를 통해 지난 2월 19일 교무과장과의 면담이 있었으며 조교 인원 및 장학금 감축에 대해 문의한 결과, 장학제도에는 변동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교양교육원 조교의 경우, 강사 1인당 조교 1인이 배정되었던 지난 학기와 달리 강사 2인당 조교 1인이 배정되면서 조교 인원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교양교육원뿐만 아니라 이공계열 교육조교 역시 절반으로 감축되었다. 이공계 교수 1인당 교육조교 2명으로 배정되었던 작년과는 달리 2009학년도에는 인문대, 이공계 모두 교수 1인당 조교 1인으로 통일된 것이다.
기획예산팀은 학교 전체 예산의 감축 때문에 이공계 교육조교 장학금을 감축하였으며, 1인 2장학 수혜금지, 삭감된 예산 승인을 받기 전 가장 장학금 수혜율이 높은 이공계의 조교 인원 감축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원우들은 불경기에 따른 등록금 동결과 예산 감축의 고충을 학생들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니냐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3월 4일에는 이공계 교육조교 감축과 관련하여 학과별로 의견을 합의하고, 전략기획예산팀장과의 면담내용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총학에서 주최한 이 회의는 이공계열 조교 배정 자료 공유를 위해 교육조교 감축 대상 학과 중 7개 학과 대표 7인 외 5인이 참석했다. 이 회의에서 각 학과 대표자들은 학교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루어진 조교 인원 감축은 부당하며 학과별 특성과 이공대에 개설된 수업과정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나온 불합리한 처사임을 지적했다. 조교 인원이 감축될 시 수업 및 실습 보조인력 부족으로 교육의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며, 조교 장학금은 필요 업무 수행에 대한 정당한 대가이며 교육조교 인원은 현행대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제출되었다.
또한, 총학 측은 이공계 교육조교 감축에 대한 성명서를 통해 “민주적 협의과정과 충분한 설명이 없는 일방적 통보만으로 학내 구성원의 이해를 구할 수는 없다”며, “담당 조교의 감축에 따라 각 대학 조교들의 사기저하는 물론 1인당 업무 부담이 크게 늘어 대학원뿐 아니라 학부 수업의 진행에도 차질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또한 “등록금 동결을 이유로 가장 먼저 원우들의 장학금을 감축하는 것은 동결의 의미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라는 점도 주장했다.

조교는 학교의 미래다

조교는 교수와 학생, 학교의 중간에 끼어있는 복잡한 자리다. 교수의 연구 활동과 행정 업무를 보조하고, 교수와 학생을 매개하는 기본적인 업무는 물론, 교직원 못지않게 학교 행정의 실질적인 부분까지 책임져야 하는 부담 또한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은 등록금 동결로 인한 예산 감축의 부담을 고스란히 조교가 떠안고 있는 셈이다.
조교 인원 감축 및 정리해고는 조교를 행정력으로만 보는 시선에 기인한다. 하지만 조교는 대학원생, 즉 학문 후속 세대로서, 연구는 물론 머지않아 교육을 책임지게 될 학문 사회의 소중한 자원이다. 대학원은 교육과 연구, 크게 두 축으로 이루어진 대학을 지속·재생산하는 중요한 기반이다. 비정규직법 시행 2년과 경기 침체를 맞아 각 대학들이 예산 감축의 빈 곳을 조교 정리해고를 통해 얻으려는 것은 대학이 스스로 자신의 기반을 흔들어대는 결과일 수밖에 없다.                       허재홍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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