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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서평] 민족문학사의 발본적인 탐구를 위하여
천팡밍, 고운선 외, 『타이완신문학사 上·下』, 학고방, 2019.
[216호] 2021년 05월 10일 (월) 윤재민 문학평론가, 조선대 강사

 

   
△ 사진출처 : YES24

오늘날 한국문학계에서 문학사(文學史)는 케케묵은 방법이자 반성과 해체의 대상으로 인식된다. 한국문학 연구에서 문학사란, ‘문학사 이후의 문학사’로 대표되는, 문학사에 대한 의존과 탈주 사이의 주제론적 난반사의 향연이 된 지 오래다. 이는 딱히 부정적이거나 애석해야 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문학사’ 대한 한국문학계의 도전은 그 자체로 ‘민족문학사’ 수립을 합리화했던 사회적·정치적 내러티브와 에피스테메가 점차 타당성을 상실하는 방향에 대한 고민과 응전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천팡밍(陳芳明)의 『타이완신문학사』는 ‘민족문학사’라는 난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동시대 한국문학 연구자들이라면 깊이 음미해 봐야 할 책이다. 타이완 문학사 서술에서 한국문학사 창신(創新)의 단조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이다. ‘식민지시기-전후: 재식민시기-계엄해체: 포스트 식민시기’라는 세 단계의 연대기를 바탕으로 타이완 근대문학을 서술하는 천팡밍의 방법은 그다지 참신하게 읽힐 여지가 많지 않다. 이런 서술기조는 한국의 문학사 서술의 일반적인 내러티브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따로 있다. 바로 『타이완신문학사』 문학사 서술의 역사적 동기이다. 저자가 밝히고 있듯이 『타이완신문학사』는 2000에 시작하여 2011에 완료된 노작이다. 1949년 국부천대 이후 타이완을 통치했던 국민당에 도전하여 최초로 정권교체를 이룬 민진당 천수이볜 정권 성립(2000)과 부패로 인한 몰락(2008) 시기와 겹친다. 중국으로의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 집권과 함께 시작되었다가 그 몰락을 지켜보면서 완결됐다. 천팡밍은 타이완 문학계의 대표적인 독립파 인사이다. 「서문」에서 그는 이 도정을 “끝없는 상실감 속에 갇”혀 “홀로 상처를 있을 뿐”인 시절의 “심리 치료”였노라고 고백하고 있다.

  천팡밍의 『타이완신문학사』는 타이완 민족국가 만들기(nation-bildung)라는 역사적 동기와 무관하지 않은 저작이다. 이 책의 문학사 서술에서 민족문학적 기조가 발견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렇게 1920년대 타이완의 사회주의 문학운동이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에 대한 ‘저항’으로, 국부천대는 일본을 대체하는 ‘중국인’의 타이완 ‘재식민화’로 의미화된다. 역사적 명세는 다르지만, 『타이완신문학사』의 역사서술 기조는 한국의 민족문학사 서술 기조가 남긴 근현대문학의 에피스테메와 내러티브와 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제국주의와 열강에 대한 ‘저항’이라는 운동의 차원에서 문학사를 개진하고 국민국가의 당위를 이에 녹아 들어가게 하는 관점이 대표적인 예다.

  출간 이후 『타이완신문학사』는 찬사와 함께 현지 학계에서 적잖은 논란을 일으켰다. 개인이 쓴 통사에서 심심찮게 발견되는 사실상의 오류, 그리고 무엇보다 위에 언급된 특유의 ‘민족문학적’ 관점 때문이다. 오늘날 타이완 문학연구자들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천팡밍의 근현대 타이완 문학사 기조를 추인하기보다는 ‘문학사 이후의 문학사’를 추구하는 경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이 또한 동시대 타이완 문학 연구자들의 고민과 응전의 결과일 것이다.

  근대성과 결부된 민족문학과 문학사의 에피스테메와 내러티브를 발본적으로 탐구하고자 한다면, 일본과 함께 타이완의 근현대문학 연구를 깊이 탐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천팡밍의 『타이완신문학사』는 이에 입문하기 위한, 한국어로 출간된 최선의 매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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