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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시선] 정신건강에 관한 탁상공론
[216호] 2021년 05월 10일 (월) 성혜미 편집위원

  지난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뉴스가 통계에 근거해 연일 보도하는 취업 불안 같은 명확한 이유는 아니었다. 별 탈 없는 일상을 보내다가도 문득 우울하거나 무기력해지는 내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자는 마음에서였다. 심리 상담에 대한 긍정 덕분에 관련 기관을 찾기로 한 결정은 순간이었지만 검사를 진행하고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받기까지는 두 달이란 시간이 걸렸다. 정신건강을 위해 마련해둔 국가 제도의 허술함과 정면으로 마주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 확산에 따른 기분장애 환자 수는 71만 명으로 전년 대비 7.1% 증가했으며,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불안장애로 상담한 건수는 44.8%가 늘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만 19세에서 34세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청년 마음 건강 지원 사업’이라는 무료 상담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그중 하나는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들이 모두 서울시에 주소를 두고 있을 것이라는 오류로부터 기인한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대학(원)생, 짧은 계약 기간과 낮은 보증금 때문에 전입을 신고하지 않은 사회 초년생은 많은 제도 수립 과정에서 고려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시·군 단위 모두에 같은 제도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잘 마련된 제도는커녕 상담을 받기 위해 찾은 병원에는 젊은이의 아픔에 대한 연민의 시선만 떠다닐 뿐이다. 단 한 줄의 문장으로 존재를 지워버리는 쉬운 태도와 그것을 만드는 국가에 누가 기대고 싶어 할 것인가.

  정신건강복지센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번에는 우울증 ‘고’위험군이 아니라는 이유로 상담을 거절당했다. 이들의 결정은 코로나 이후 각종 신조어 탄생, 그리고 OECD 자살률 부동의 1위라는 오명 속에서 당장 대책을 세우긴 해야겠는데, ‘무엇이’ ‘어떻게’ ‘먼저’ 이뤄져야 하는지 파악하지 못한 결과다. 그러나 누가 내 우울을 빵 만들 때 우유 계량하듯 잴 수 있단 말인가. 나은 삶을 제공하겠다는 목표 아래 만들어진 제도들의 허점은 회복하려는 의지마저 상실하도록 부추긴다는 사실을 환기해야 한다.

  결국 최후의 방법으로 미뤄뒀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두 가지 검사를 진행한 후 이주에 한 번 상담을 진행했고, 현재는 병원을 바꿔 한 달에 한 번 방문하고 있다. 산책하다 켜지는 가로등에도 울적해지고, 모두 행복하게 잘 산다는 영화의 결말에도 깊은 쓸쓸함을 느끼는 내 마음을 괜찮다며 달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마음이 건강한 삶이란 역설적이게도 내가 건강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잠재된 바이러스가 면역력이 약해진 틈을 타 감기를 앓게 하는 것처럼, 오르는 열에 하루 내내 전기장판에 몸을 뉘어 땀을 빼면 몸이 가벼워지는 것처럼, 우울은 언제나 열심히 하고 있기에 잠시 쉬어가라는 신호와도 같다.

  상담은 짧게는 20분에서 길게는 30분 동안 진행된다. 상담에 할애하는 시간이 길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병원에 이르는 시점이 계속 지연되는 이유는 마음이 소진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팬데믹 상황에 심취해 모든 감정을 코로나19로 재단하려 했던 첫 병원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나 우울은 코로나19로 인해 발병된 것이 아니라 덕분에 ‘발견’됐을 뿐이다. ‘무료’ 서비스, ‘코로나’ ‘맞춤’ 서비스를 통해 진심에 닿으려 하는 일은 사실 기만이 아닐까. 정신건강 관리는 가장 약한 고리에 해당하는 근원을 찾고 그 대안을 만들어 내야 하는 현재의 감염병 위기와 통한다. 따라서 국가가 마음이 건강한 사회를 원한다면 상담과 치료에 이르는 지난한 과정부터 바꿔야 한다는 사실을 먼저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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