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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칼럼] 코로나 이후의 사회는 코로나를 안고 살아가는 현재로부터 나온다
[216호] 2021년 05월 10일 (월) 이가람 동국대 사회학과 강사

  사회라는 개념은 늘 모호하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면서도 코로나 같은 사건 앞에서 우리는 사회가 어떻게 달라질까를 궁금해한다. 지금도 어떤 모습인지 잘 그려지지 않는다면서도 앞으로의 모습을 궁금해하는 것이다. 코로나 이후에 관한 많은 담론은 그런 질문과 상상을 담고 있다. 다만 사회를 들여다보는 일을 업으로 삼은 사람으로서는, 현실의 좌절과 두려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여러 지표와 비대면, 온택트, 디지털, 혁신, 뉴노멀 등등 새로운 상상을 자극하는 미래지향적인 말 사이에서 섣불리 코로나 이후를 상상하기가 어렵기도 하다.

  사회는 결국 관계에서부터 출발한다. 그것도 ‘나’와 ‘당신’ 두 명이 아니라, 그리고 ‘그 사람/그것’이라는 3자까지 염두에 넣고 3 이상의 관계가 될 때 진짜 사회의 역동이 나온다. 나에게 직접 대가가 돌아오지 않더라도 남을 돕는 이타적 호혜도, 나와는 전혀 다른 상황에 있는 사람들과 환경이나 사회문제에 대한 공감과 연대도 이러한 제3의 존재와 관계를 상상할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한국에는 『21세기 시민경제학의 탄생』으로 잘 알려진 루이지노 브루니 교수의 신간 『콤무니타스 이코노미』는 임무니타스(immunitas)와 콤무니타스(communitas)의 배치를 통해 관계성을 상상해 볼 가능성을 열어준다. 공동체(community)의 어원이 되는 콤무니타스와 면역(immune)이라는 말의 어원인 임무니타스는 공통적으로 의무(munus)에서 나온 말이다. 의무를 함께 지는 관계는 공동체가 되지만, 그 관계를 벗어난 상태를 말하는 임무니타스는 생물학적으로는 특정 질병의 영향을 받지 않는 상태, 사회적으로는 타인과의 관계로부터 받는 영향을 벗어난 상태를 뜻하는 말이 되었다.

  뜬금없이 영어의 어원을 들먹이는 것은, 방역과 면역을 강조하는 시대에 우리 사회가 ‘모두의 안전’이라는 의무를 함께 지고 가고 있는지, 코로나 이후를 상상하기에 앞서 코로나를 안고 살아가는 지금의 사회부터 돌아보았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지난 몇 년 동안의 OECD 통계에서도 드러나듯 우리나라의 타인에 대한 신뢰, 특히 잘 모르는 사람에 대한 일반적인 신뢰는 코로나 발병 이전에도 매우 낮은 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코로나19의 유행으로 누군가를 만나는 일이 위험이 되고, ‘나부터 챙기기’가 정답이 되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많은 사람이 자신의 안전에 집중하는 사이 사회를 지탱하는 호혜적 관심과 공감은 사라지는 것 같다. 코로나19의 위험성이 두드러질수록 확진자에 대한 낙인도 심하게 나타나고, 규범화된 위생-방역수칙에 어긋난 행동을 둘러싼 크고 작은 갈등은 서로를 잠재적 병원체로 여기는 마음만 남기는 것은 아닐지 두려워질 정도다.

  지금의 국면에서 위기 해소와 관련한 많은 접근이 기존의 관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사람들이 일상을 지탱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일해 온 필수 노동자들의 일은 코로나 이전부터도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업무 강도는 늘어난 데 비해 처우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로 인해 서민 경제 전반에 타격이 있는 상황에서도 경제 대책의 초기 관심은 과거 경제위기 때처럼 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대기업들의 작년 영업 이익은 유지되거나 일부는 오히려 증가했다. 사회정책의 주요 관심이 민생으로 넘어간 이후에도 기존의 복지 사각지대는 계속해서 드러나는 중이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대사처럼, 코로나를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백신 공급에 대한 전망도 나오고 있고, 조심스럽게 일상으로 회복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반가운 일이다. 다만 코로나 이후의 사회가 어떤 사회일지 궁금해하는 마음에 대한 답도 지금부터 함께 찾아야 한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가 이전과 다르기를 바란다면, 지금보다 나은 모습이기를 바란다면 기존의 관성에 기대기보다는 지금의 사회의 어떤 점을 고쳐야 할지부터 질문을 시작해볼 필요가 있다. 사회와 거리를 두고 자신의 익숙한 관계 속으로 들어가기 쉬운 시기이지만, 나의 관계 바깥에 놓인 사람들의 삶도 떠올려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코로나 이후의 사회는 결국 지금의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대로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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