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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칼럼] 코로나 시대, 극장의 거리두기 및 방역의 풍경
[215호] 2021년 03월 22일 (월) 남지수 연극평론가, 동국대 연극학부 강사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고통의 크기를 감히 비교할 수 있겠냐마는, 그 누구보다 연극, 무용, 뮤지컬, 오페라 등의 예술가들은 유독 어지럽고 지난했던 한 해를 보냈다. 공연장은 문을 닫았거나 열었다 해도 거리두기로 인해 객석의 절반도 채울 수 없는 생존 위기를 겪었고, 더욱이 절박한 생존 문제도 아닌 공연을 포기하지 않음이 예술가로서의 알량한 이기심처럼 비치며 생업활동에 죄책감마저 스미게 하였다. 특히 작년 4월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 및 영역별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았던 탓에 이러한 혼란과 우울은 더욱 가중됐었다. 전염병 위기 등급에 따라 공연의 취소나 연기를 결정하는 기준이 없어 공연은 연기를 거듭하다 취소되는 경우가 빈번했고, 자기자본으로 공연을 준비했던 영세한 공연팀의 경우 지출경비(대관료, 연습비, 출연료 등) 보전이라는 실질적 문제 앞에 울며 겨자 먹기로 공연을 할 수밖에 없었으며, 극장마다 다른 방역지침 탓에 관객들 사이에서는 혼선이 빚어지기도 하였다.


  작년 5월에서야 비로소 전염병 위기 등급에 따른 공연장 개폐 여부 및 객석 간 2m 거리두기 지침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었지만, 이는 극장 운영 및 공연환경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에 바탕을 둔 발표는 아니었다. 특히 관객과 관객 사이 두 개의 좌석을 남겨야 하는 (다시 말해 극장의 30% 정도만 오픈할 수 있는) 2m 거리두기로 인해 어떤 소극장은 10명 미만의 관객만을 수용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고, 극장 규모에 따라 좌석 크기도 제각각인 탓에 2m 기준을 좌석 수로 보아야 하는지 수치로 계산해야 하는지 모호함도 제기되었다. 과연 2m란 서로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최소한의 거리일까? (현재는 1m 객석 거리두기를 시행 중이다.) 오히려 비말 침투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배우들의 (투명) 마스크 착용 의무화 또는 무대와 객석 사이 실제적인 제4의 벽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공연 변경/취소 안내는 최소한 얼마만큼의 시간을 두고 결정되어야 할까? 느슨한 국가 규정에 대해 그 어떤 곳에서도 명쾌한 답변을 얻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연극인들 각자의 고민은 페이스북 같은 온라인 공간에서 빈번히 발화됐다. 그리고 연극인들은 서로의 방역 준비와 대응 과정에 대해 조언하고 자기 경험을 공유하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고, 심지어 일부 단체들은 연대하여 세부 방역 규칙을 자체적으로 만들기도 하였다. 국가적 방역수칙을 촘촘하게 메꾸어 극장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 다시 말해 완벽한 방역을 기할 수는 없더라도 방역의 자발적 주체되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연극인들의 노력 덕분에 코로나 시기 극장에서는 단 한 명의 확진자도 발생하지 않은 작은 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인간의 삶의 방식이 많은 부분 바뀐 탓에 ‘뉴노멀’의 도래라 일컫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연하는 일상만큼은 코로나도 바꾸지 못한 유일한 풍경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연극은 언제나 역병의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왔다는 역사적 참조라든가 단순히 “연극은 계속되어야만 한다”는 낡은 수사로 설명될 수 있다기보다, 연극이란 동시대를 살아가는 관객과 만나 인간과 세계를 이야기하는 현재진행형의 예술인 까닭에 관객들의 발걸음을 멈출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가 종식된다 하더라도 극장이 그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결코 장담하기 어렵다. 코로나 이후 극장의 조건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까? 특히 객석 거리두기로 체감하게 된 널찍하고 쾌적한 관람환경은 향후 관객들이 공연을 선택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좁은 공간에서도 기꺼이 타인과 어깨를 포개면서 공연을 보던 관람문화가 과연 코로나 이후에도 유효할까. 그렇다면 좁고 답답한 소극장의 경우 어떠한 연극적 환경을 조성하여 생존할 수 있을까. 극장은 그동안 크게 고민하지 않았던 객석환경과 좌석 배치를 보다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단순히 공간의 하드웨어적 문제만이 아니다. 창작자 역시 관객의 객석 거리두기 경험을 고려하여 연극적 상상력을 어떻게 작동시킬지 연구가 필요하다. 코로나 시기 극장에서 겪었던 매우 낯설고 이질적인 경험 중 하나는 넓어진 관객 간 거리가 희극적 성격이 강한 공연물에서 관객의 웃음을 유발하는데 장애물이 되었다는 것, 무대와 객석 사이 주고받는 에너지의 크기 역시 너무나도 달라졌음을 강하게 체감한 것이다. 단순한 물리적 거리/배치가 아닌 정서적 거리/배치로서 극장(공간) 환경에 대한 고민, 이것이 포스트-코로나 시대 새로운 연극성이 발아될 수 있는 지점이라 생각한다면 지나친 낙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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