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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서평] 식민지에서 냉전에 걸친 초국가적 평행관계
Edited by Pei-yin Lin & Su Yun Kim, 『East Asian Transwar Popular Culture: Literature and Film From Taiwan and Korea, Singapore: Palgrave Macmillan, 2020.』
[215호] 2021년 03월 22일 (월) 윤재민 문학평론가, 조선대 강사
   
  △ 사진출처 : YES24  

  코로나 한국과 타이완의 현대사는 비슷한 궤적을 그려왔다. 일본의 식민지 치하에서 벗어난 전후 동아시아의 반공 분단국가, 고도성장을 이룬 ‘아시아의 네 마리 작은 용’, 심지어 1987년을 기점으로 ‘민주화’에 이르는 과정까지. 두 지역의 현대사는 양자 간에 모종의 평행이론이 성립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빼닮았다.


이처럼 한국과 타이완은 역사적으로 그 어느 지역보다 깊은 정치적 유대관계를 맺을 이유가 차고 넘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두 지역은 각자의 분단 문제와 씨름하는 와중에 냉전 시대 형성된 유구한 정치적인 ‘혈맹관계’를 청산했다. 국가 정통성과 관련된 양국의 정치적 상황이 서로를 외면하게 만든 것이다. 한국과 타이완 간 ‘평행관계’는 단순히 두 지역의 역사적 유사성만을 지시하는 의미가 아니다. 당면한 정치적 현실에 따라 평행선을 그으며 각자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관계라는 의미이기도 한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서로를 도외시하는 두 지역이지만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그렇지 않다. 오늘날 한국과 타이완의 대중문화는 양국 대중의 직접적인 교호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 긴밀하게 교호하고 있다. 홍콩대학교 교수 김수연과 린페이인 편저의 앤솔로지 『East Asian Transwar Popular Culture: Literature and Film From Taiwan and Korea』는 두 지역 간 문화적 교호가 정치적 평행관계만큼 오래 지속되었다는 걸 시사하는 연구서다. 영어권에서 활동하는 한국과 타이완의 소장 여성 연구자들이 참여하여 한국-타이완/식민지-전후라는 두 개의 벡터를 축으로 두 지역 간 대중문화의 평행관계를 조망하는 비교문화적 구성의 책이다. 1930년대 식민지 타이완의 여성을 재현하는 문학적 양상과 장르 관습이 여성을 대상화하는 조선문학의 식민지 남성성과 함께 배치되어 제시된다. 1950년대 타이완의 애국영화가 한국의 군사주의·계몽영화와 한 챕터에 묶여 비교된다. 지역별 카테고리 대신 두 지역 대중문화의 공시성을 가시화하려는 전략이 눈에 띈다. 섣부른 비교고찰보다 각 지역 문학·문화연구자들이 자신의 전문영역을 서술하는데 집중하는 것이다. 두 지역의 문화사만을 통합하여 서술하는 뚜렷한 메타적 관점이 부재하는 가운데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 판단된다.


  단순히 두 지역 대중문화연구를 느슨하게 배열하는 데에만 그치고 있지는 않다. 한국과 타이완의 문화적 평행관계를 연결하는 메타적 관점으로 ‘transwar’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일전쟁에서부터 한국전쟁으로 ‘횡단’하는 동아시아 전쟁사의 큰 틀 안에서 한국과 타이완의 문화적 공통-평행관계를 조망하는 것이다. 그 자체로 의미가 적잖은 작업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아쉬운 부분이 없진 않다. 한국과 타이완의 관계를 이야기할 때 식민지와 냉전 권력이라는 ‘중심’에 대한 고려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문화적 관점의 서술에서만이라도, 이 두 (아)주변 지역의 평행관계 자체에 착목하는 메타적 관점을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단순히 한국과 타이완의 ‘가깝고도 먼’ 관계를 무조건적으로 물화하는 관점을 말하는 게 아니다. 언제나 ‘중심’을 경유하여 연결되던 두 지역의 평행관계를 제국과 냉전사의 ‘중심’을 상대화할 새로운 문화적 관점으로 발전시킬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이는 물론 어려운 작업일 터이다. 하지만 시도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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