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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소묘]엉켜있는 뿌리
인류의 기원 추적으로 한국인의 조상 찾기, 타인종·타민족 배척의 무효성 입증하기
[189호] 2015년 03월 23일 (월) 이상희 UC 리버사이드대학 인류학과 교수
   
   △ 대홍수 이후 노아의 가계도를 나타낸 이 그림은 뿌리를 찾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보여준다.
     
 

   나는 어디에서 왔으며 나의 조상은 누구인가? 유전자를 통한 뿌리 찾기가 새롭게 유행이다. 볼 안쪽을 긁어서 보내면 유전자 검사를 해서 자신의 조상이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는지 알려준다. 유전자 중에 얼마나 네안데르탈인에서 물려받았는지 알려주기도 한다. 유럽인에게 가장 궁금한 문제 중의 하나는 자신이 네안데르탈의 후손인지의 여부이기 때문이다.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 이전의 고인류 화석종이라는 생각이 점점 받아들여지면서부터 유럽인에게 주 관심은 네안데르탈인이 과연 그들의 조상인지의 여부였다. 네안데르탈인이 유럽인의 조상인지, 아니면 유럽인의 조상에 의해 멸망한 곁가지인지의 여부에 큰 관심이 쏟아진 이유는 바로 네안데르탈인이 유럽인에게는 밖에 내놓기 창피한 조상이었기 때문이다. 구부정한 자세와 두툼한 눈두덩, 뒤로 납작한 이마 등은 최고의 문명을 자랑하고 있는 유럽인보다는 그들이 식민지로 삼은 지역에 살던 원주민의 모습으로 그려지던 그림과 차라리 비슷했다. 유럽의 선사 시대 중 가장 최초로 후기 구석기의 아름다운 석기와 예술품을 만든 사람들은 네안데르탈인의 모습과 거리가 있는, 곧서고 훤칠한 이마, 굳게 다문 입, 그리고 심지 곧아 보이는 턱을 갖추고 있어야 했다. 그렇지만 화석 자료는 네안데르탈인이 곁가지라는 생각은 희망사항일 뿐, 현생 인류와 관계를 지니고 있음을 나타냈다.

   뾰족한 답은 생각하지도 않던 방향에서 다. 1990년대부터 유전학자들은 고인류화석에서 보이는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 사이의 비슷한 점은 우연의 일치일 뿐 유전자를 분석하면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의 조상이 아닌 곁가지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와 하나도 피를 섞지 않은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는 해석이 곧 주류가 되었다. 그 후 10년이 지나서 네안데르탈 화석에서 추출한 30억여 개의 핵 DNA 염기를 바탕으로 한 연구는 네안데르탈인이 현대인의 조상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혔다.

   우리도 조상에 대한 관심이 크다. 한민족의 기원에 대한 연구도 많은 관심을 받는다. 그런데 우리에게도 조상으로 삼고 싶은 멋진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까? 어떻게 보면 한국인의 조상하고는 별 상관이 없을 법한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하는 이유는 여기서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조상”이라는 개념이 가지고 있는 모순성이다. “조상을 찾아서”라는 표현에서의 “조상”은 기원점이다. 우리가 공유하는 조상이 지금으로부터 얼마나 먼 과거에 존재했는지는 너와 내가 얼마나 가까운 혈연관계인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나와 내 동생은 바로 윗세대인 부모를 공통 조상으로 가지지만 나와 내 사촌은 두 세대 위인 조부모를 공통 조상으로 가진다. 그러니까 내게는 동생이 사촌보다 더 가깝다고 표현할 수 있다. 이 세상 누구든지 그런 식으로 따져 올라가면 어느 시점에서는 공통 조상을 가지게 된다. 이는 집단 유전학의 연합이론(coalescent theory)에 근거한다. 현재 살고 있는 인간 아무나 두 명을 뽑아서 공통 조상을 따져보면 대략 1만 세대 위에 공통 조상이 있다. 그리고 각 세대가 20년이라고 봤을 때 20만년이 되므로 “현생 인류는 20만 년 전에 기원했다”는 명제가 제시된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 보자. 나의 윗세대 조상은 부모 두 명이다. 두 세대 위의 조상은 네 명이다. 삼 세대 위의 조상은 8명, 2의 3제곱이다. 4대 위의 조상은 2의 4제곱, 16명이다. 그렇다면 1만 세대 위의 조상은 2의 1만 제곱이라는 어마어마한 수가 된다. 우주의 모든 원자의 수보다도 훨씬 더 큰 숫자이다. 20만 년 전에 살고 있던 사람들 모두가 나의 조상임과 동시에 20만 년 전에 살고 있던 사람들 중 단 한 명만이 현재 지구상에 살고 있던 모든 사람들의 조상이 된다는 얼핏 모순적인 이야기가 알려주는 교훈은 이렇다. 집단 유전학의 연합이론이 제시하는 기원은 유전자를 바탕으로 한 극히 이론적인 개념이며 실제적인 조상의 개념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유전자의 족보가 곧 나의 족보가 아니며, 내가 속한 인종/민족의 족보 또한 아니다. 우리는 나뭇가지의 끝에서부터 거슬러 가면 나무의 몸통으로 모든 나뭇가지가 수렴하듯이 공통의 조상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리고 개인은 그 가장 끝가지쯤에 속하고 인종은 중간 크기 나뭇가지쯤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종은 그렇게 분명한 단위가 아니다.

   인간의 생김새를 바탕으로 굵직굵직한 집단인 “인종”을 나누려는 노력은 끈질기게 이어져 왔지만 별 뚜렷한 성과는 없었다. 집단 간의 차이를 밝히고 ‘인종’을 밝히려는 노력은 계속되었지만 그건 “우리”와 “저들”을 구분하고 싶어 하는, 어쩌면 지극히 인간적인 욕망의 결과일 뿐이다. ‘인종’은 생물학적으로 나눌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인류학에서 인종은 생물학적인 개념이라기보다는 역사, 문화, 사회를 같이한 생물과 문화를 같이 하는 집단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이다. 인류의 생물적인 다양성은 집단별로 똑똑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형질은 전통적인 인종의 구분에 따라 분포한다. 부삽모양 앞니가 대표적인 예이다. 부삽모양 앞니는 아시아인에게서 특히 높은 빈도로 나타난다. 그러나 어떤 형질은 전통적인 인종의 구분에 상관없이 분포한다. 그리고 어떤 형질은 연속적으로 분포하기 때문에 어디까지로 범주를 정하기 어렵다. 전통적으로 인종을 구분해온 피부색이 그것이다. 어디까지가 검은 피부이고 어디까지가 흰 피부일까? 연속선상의 스펙트럼으로 존재하는 피부색을 이용해서 집단의 범위를 규정할 수 없다.

   ‘나의 뿌리를 찾아준다’는 유전자 검사는 현대 과학의 언어를 쓰고 있지만 유전자의 족보가 곧 개인의 족보가 아니며, 집단 혹은 민족의 족보는 더더군다나 아니다. 우리의 족보는 뻗어진 나뭇가지를 거꾸로 거슬러 가서 하나의 나무 몸통으로 회귀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땅 속에서 엉클어져 있는 뿌리의 모습에 가깝다. 나의 조상이 어떤 집단인지 묻는 일은 어떤 뿌리가 어떤 나뭇가지와 연결되는지 묻는 것과 마찬가지로 답이 없는 질문일 뿐이다. 그 수많은 뿌리 중에서 눈에 보이고, 멋져 보이고, 자랑스러운 뿌리를 하나 골라서 조상으로 삼고 싶어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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