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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소묘]핵발전은 논쟁적이지 않다
[187호] 2014년 12월 01일 (월) 이상욱 한양대 철학과 교수
   
△ 편리와 이익을 좇은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의 한 희생자. (출처: 뉴스위크)
 

   흔히 핵발전은 논쟁적이라 여겨진다. 우리나라 전력 수급 상황을 고려할 때 핵발전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논리와 핵발전으로부터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방사성 폐기물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논리가 팽팽하게 맞선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 최근에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온실기체 축적이 지구온난화 및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핵발전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효과적인 필요악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최근 발생한 후쿠시마의 비극은 일반인들이 핵발전의 위험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핵발전을 두고 진행되는 이런 다양한 찬반양론을 듣다 보면 일반인들로서는 이런 복잡한 사안은 전문가에게 맡겨두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 수 있다. 분명 핵발전과 관련된 수많은 전문 분야에서 학술적 ‘기여’를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의 교육과 훈련 및 연구 경험이 필수적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핵발전이 우리 사회가 유지해야 할 미래의 일부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적 ‘사실’은 전문가들이 이미 연구를 통해 축적해 두었다. 일반인은 이들 사실을 종합적으로 비교분석하여 나름의 판단에 이를 수 있다. 게다가 핵발전 관련 각 분야 전문가들도 자신의 분야를 제외하면 다른 분야에 대해서는 일반인이다. 예를 들어, 핵발전 연료 관련 전문가가 핵발전소 근처 지역 주민의 심리적 건강에 대한 전문적 연구 결과에 대해 일반 시민보다 특별히 더 전문성을 가질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현대 과학기술과 관련된 쟁점에 대해 관련 전문성을 존중하는 동시에 현명하게 활용하여 중요한 시민적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핵발전의 미래를 전문적 사실에 입각하여 판단하면 어떤 결론이 나올까? 적어도 필자가 보기에는 답은 비교적 명확하다. 핵발전은 경제적, 기술적, 안보적 이유에서 장기적으로는 중단되어야 할 에너지 생산 방식이다.

   우선 순수하게 경제적으로만 따져보아도 핵발전은 비효율적이다. 핵발전이 동일한 비용을 들여 구입한 원료에 대해 에너지 생산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즉, 원유나 석탄을 구입하여 화력 발전을 하는 것보다 우라늄을 구입하여 핵발전을 하는 것이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계산하는 것은 ‘잘못된’ 방식이다. 다양한 에너지 생산 방식의 비용을 ‘제대로’ 비교하려면 총비용과 총이득의 비율을 고려해야 한다. 즉, 핵발전의 비용은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원전 건설 비용과 위험한 시설을 관리하기 위한 유지 및 보안 비용 그리고 반감기가 매우 긴 방사성 동위 원소를 포함하는 핵폐기물의 장기 저장 시설 관리 비용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 최근까지도 이 비용을 모두 포함할 때, 핵발전이 비용대비 경제적인 에너지 생산 방식인지 여부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논쟁의 추는 확실하게 기운 것처럼 보인다. 후쿠시마처럼 만약 드물지만 분명히 일어날 수 있는 파국적 사고가 발생했을 때의 처리 비용이나 그런 사고 없이 조용히 수명을 다한 원자로를 새롭게 강화된 안전 기준에 따라 적절하게 폐기하는 데 드는 어마어마한 비용을 고려하면 핵발전의 총비용은 너무나 커서 비경제적이라는 점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핵발전은 기술적으로 파국적 ‘시스템 사고’를 피할 수 없는 복잡계로서 상존하는 위험일 수밖에 없다. ‘시스템 사고’란 기술 시스템을 구성하는 여러 요인들이 매우 복잡한 인과 고리로 얽혀 있어서 설사 운용자가 극도로 주의를 기울이더라도 시스템 운용 과정에서 (낮은 확률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고를 의미한다. 역사적으로 핵발전소 관련 크고 작은 사고들에서 운영자의 실수가 결정적인 이유를 제공했던 상황에서조차 핵발전 시스템의 복잡한 구조적 특징이 그 실수의 파급효과를 훨씬 더 확대시켰다는 사실이 잘 연구되어 있다. 물론 핵공학자들은 각각의 사고로부터 원인을 분석한 후 이를 반영하여 보다 안전한 핵발전 방식을 개발했다. 이런 의미에서 현재 지어지고 있는 핵발전소는 예전의 핵발전소에 비해 평균적으로 분명 더 안전하다. 하지만 안전을 위해 도입한 여러 장치들은 시스템의 복잡도를 증가시켜 매우 낮은 확률이지만 결정적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이를 훨씬 더 파국적 사건으로 확대시키는 데 기여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 에너지 공급을 핵발전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에너지 안보의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우라늄은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공기나 햇빛과 달리 지구상의 특정 장소에서만 채굴할 수 있다. 이 점을 감안하여 우리 정부도 핵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다각도로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1970년대 석유파동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외교로 풀 수 있는 문제는 ‘정상적인’ 상황에만 한정된다는 점을 안다. 국제 정세의 급변으로 핵발전을 위한 연료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다면 국내 에너지 생산은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다른 교역 물품이라면 위기 상황에서 안 쓰면 그만이지만 먹거리와 에너지는 그런 대응이 불가능하다. 다른 모든 이유를 제외하고서도,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태양에너지처럼 보편적으로 구할 수 있는 에너지원 개발에 집중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상에 언급한 근거에 입각할 때 핵발전이 우리의 장기적 미래에서 사라져야 할 에너지 생산 방식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의 합의와 적극적 협조 없이는 총 에너지 수급에서 차지하는 핵발전의 비율을 줄이는 일조차 어렵다. 그리고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단기간에 핵발전을 중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있는 핵폐기물 처리는 핵발전의 장기적 전망과 무관하게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다. 핵발전과 관련하여 여러 분야 전문가와 일반인이 생산적으로 함께 문제를 푸는 과정을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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