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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서평]텍스트를 횡단하는 ‘하피’
프랑코 모레티, 『공포의 변증법―경이로움의 징후들』,조형준 옮김, 새물결, 2014.
[186호] 2014년 11월 03일 (월) 서 희 원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강의초빙교수·문학비평가
   
   롤랑 바르트는 1971년에 발표한 「작품에서 텍스트로」란 글에서 텍스트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텍스트는 작품의 분해가 아니며, 텍스트의 상상적인 꼬리가 바로 작품이다. 혹은 텍스트는 작업이나 생산에 의해서만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그 결과 텍스트는 결코 멈출 수 없다(이를테면 도서관의 서가에). 텍스트의 구성 운동은 횡단이다(특히 그것은 작품을, 여러 작품을 관통할 수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텍스트는 읽기의 대상인 동시에 대상을 분석하는 주체적 행위자의 작업을 지칭하기도 한다. 즉 텍스트는 비평의 대상인 동시에 비평 행위 자체를 의미하기도 한다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프랑코 모레티는 가장 매혹적으로 텍스트를 읽고 있는 우리 시대의 비평가인 동시에 흥미로운 텍스트를 생산하고 있는 작가이며 사상가이기도 하다.
   이 짧은 글에서 프랑코 모레티의 작업을 명료하게 설명할 수는 없기에, 프랑코 모레티가 자주 사용하는 것처럼, 어떤 이미지에 의지해 리뷰를 시작해 보자. 모레티가 이 책의 서문으로 쓴 「영혼과 하피」의 ‘하피’가 그 도상에 해당할 것이다(책의 번역자는 친절하게도 이 서문에 해당하는 글이 책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한다는 이유로 순서를 책의 맨 뒤로 돌려버렸다. 독자들의 지적 수준을 우려하는 번역자의 배려는 알겠지만 자신과 독자들의 그것을 동일하게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우려(愚慮)이다). 먼저 생소한 단어인 하피에 대해 알아보자. ‘하피(Harpy)’는 신화에 등장하는 죽은 자의 영혼을 저승으로 옮기는 죽음의 정령이다. 생김새는 흔히 신화 속 동물이 그렇듯 여러 생물이 복잡하게 결합된 형태인데, 상반신은 여자이고 하반신은 맹금이며, 등에 날개가 달려 있다. 라틴어로는 하르퓌아(Harpuia)라고 불리는 데 그 이름의 뜻은 ‘슬쩍 빼앗는 자’ 또는 ‘억지로 빼앗는 자’이다.
   「영혼과 하피」라는 이 글은 교조적인 비평가 게오르그 루카치의 「영혼과 형식」에 대한 모레티 식의 문제 제기를 담고 있는 글이다. 루카치에게 ‘영혼’이란 예술적 창조물에 담긴 다채로운 삶(내용)이며, ‘형식’은 삶을 추상화하고 단순화하는 미적 틀이다. 그리고 루카치는 이러한 영혼과 형식의 모든 연관성이 붕괴되는 비극적 방식으로 근대를 설명한다. 모레티는 루카치 식의 형이상학적인 문학사의 탐색에 크게 반대한다. 모레티가 참조하고 있는 생물학적 견해에 따르자면, 인류의 문화적 진화에 방향이 있다고 생각하는 루카치는 완고한 라마르크주의자이다. 이에 대해 모레티는 “우연에 의해 지배되는 변이와 필연성에 의해 통제되는 선택”의 방식으로 시간의 지속을 설명하는 다윈의 방식으로 문학사를 고찰한다. ‘형식’을 대체하는 모레티의 단어는 ‘장르’이며, 그것의 도상이 하이브리드적 생명체인 ‘하피’이다. “발생, 성공, 문제적으로 됨”이라는 장르의 법칙에서 살아남은 것은 부모의 형질을 고스란히 보존하려고 하는 시와 같은 순수한 장르가 아니라 환경에 맞게 빠르게 스스로를 변이하는 즉 소설(Novel)과 같은 잡종적 장르이다.
   또한 모레티에게 ‘하피’란 결코 결합될 것 같지 않은, 『드라큘라』와 『자본론』, 추리소설과 『율리시즈』, 문학이론과 생물학이론 등을 마구 결합시키며 그 다채로운 창의들을 ‘슬쩍 빼앗는 자’(비평가)의 도상이기도 하다. 모든 새로운 예술이나 기법에 대해 항상 늙은이들은 비난하고 청년들은 열광한다. 1988년에 출간된 『경이로움의 징후들』(이 책의 번역자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들며 수록된 논문의 제목인 「공포의 변증법」을 책 제목으로 사용하고 원제를 부제로 활용하고 있다. 번역과 출간이 업자들의 영역이라면 독서와 기억은 개인의 고유한 영역이다. 내 기억에 이 책은 Signs Taken for Wonders이다.)은, 너무 늦게 도착하긴 했지만, 문학에서 삶을 바라보고 싶은 독자들을 열광시킬 경이로움을 충분히 간직하고 있는 텍스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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