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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소묘]과학으로 본 인간 폭력의 역사
[186호] 2014년 11월 03일 (월) 김명남 과학전문 번역가
   
△ 램브란트의 '아브라함과 이삭'(1634).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표지에 차용되었다.
   모든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쟁’. 올해는 이런 별명으로 불렸던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지 백주년이다. 원래 저 표현에는 희망이 담겨 있었다. 진정한 의미의 세계적 전쟁을 처음 겪었던 인류는 그렇게나 참혹한 경험을 하고도 또 다시 전쟁을 벌일 만큼 무모한 사람(혹은 국가)은 있을 수 없다고 믿었다. 오늘날 우리가 알다시피,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인류는 제2차 세계대전을 벌였다. 홀로코스트를 경험했다. 핵폭탄을 사용했다. 1차대전의 사망자는 약 1천만 명, 2차대전은 약 5천만 명이었다. 이후에도 인류는 전쟁을 끝내기는커녕 나날이 더 깊은 폭력의 구렁텅이로 빠지는 것처럼 보인다. 고작 십여 년이 지난 21세기에도 지구촌은 눈 돌리는 곳마다 폭력 사태다. 시리아 내전의 사망자는 벌써 15만 명에 달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은 해결이 요원해 보인다. 인류는 점점 더 나빠지는 것 같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20세기, 혹은 21세기가 역사상 최악으로 폭력적인 시기일까? 하버드 대학 심리학과 교수로서 언어와 인간 본성에 관한 인지심리학 연구와 저술로 <프로스펙트 매거진>의 ‘세계 100대 사상가’, <타임>의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등으로 선정되었던 스티븐 핑커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최근 번역 출간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원서는 2011년에 출간되었다)에서, 그는 인류의 폭력성이 오히려 꾸준히 줄었다고 주장한다. 알고 보면 현재 우리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평화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이다.
   핑커의 주장이 어느 낙관주의자의 바람으로 치부되지 않고 인문학계와 과학계를 아울러 진지하게 받아들여진 까닭은 무엇보다도 그가 과학자의 눈으로 역사를 분석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까지의 역사적 논의에 통계적 접근이 부족했다고 지적하며, 구체적인 수치를 놓고 따진다면 폭력적 사건으로 인한 사망자 비율이 갈수록 커진다는 고정관념은 거짓임이 드러난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총 인구 대비 폭력적 사망자 수라는 ‘비율’을 잣대로 삼는 데 동의할 수 없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그러나 우리가 수천 년을 가로질러 통시적으로 폭력성의 변천을 분석하려면, 당시 세계 인구 중 전쟁, 학살, 테러 같은 폭력적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의 비율이 얼마인가 하는 수치를 서로 비교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특정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이 환경의 폭력성을 얼마나 실감하는가 하는 점과도 상통하므로, 우리 개개인에게도 유의미한 잣대이다.)
   물론 20세기의 폭력적 사망자 수는 이전보다 많았다. 그러나 20세기는 인구 자체가 많았다. 우리가 가령 1600년의 전쟁과 1950년의 전쟁을 비교하려면, 1600년의 사망자 수에 4.5를 곱해야 한다. 이런 식으로 세계 인구 대비로 조정할 경우,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사건은 1, 2차대전이 아니었다. 8세기 중국 안녹산의 난, 13세기 몽골의 정복 전쟁, 7~19세기 중동 노예 무역 등이 수위를 차지하며, 20세기 사건 중에서는 2차대전만 상위 10위에 든다.
   국가간 전쟁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국가보다 하위의 사회간 충돌, 집단이 소수집단이나 개인에게 가하는 린치, 개인 대 개인의 살인, 심지어 동물에 대한 학대까지도 발생 빈도가 꾸준히 줄었다. 핑커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온갖 통계를 수집한 뒤 그것을 시계열도표로 변환하여 제시했다. 요컨대, 인류는 국가에서 개인까지 거의 모든 차원과 분야에서 폭력성을 점점 더 잘 다스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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