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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만 관객이라는 긍정의 그늘 아래 - <7번방의 선물>과 가족영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다양성이란 생각과 질문의 방향이 얼마나 다채로운가이다
[176호] 2013년 03월 18일 (월) 송 경 원 영화평론가

올해 상반기 한국영화의 경향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알 수 없음’이다. 영화 시장이라는 게 원래 예측이 불가능한 곳이라곤 하지만 올해만큼 이변이 속출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박스오피스 상위권은 모두 한국영화로 도배되는가 싶더니 급기야 2월에는 한국영화 점유율이 무려 82.9%에 도달했다. 한국영화의 위기론이 거론됐던 2008년 5월 한국영화 시장점유율이 7.8%에 불과했던 것을 떠올려 보면 가히 이상현상이라 부를 만하다. 그 기적의 한 가운데 <7번방의 선물>이 있다.

   
    △ 영화 <7번방의 선물>
   
 

14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7번방의 선물>은 개봉 10주차인 시점에서도 박스오피스 2위를 지키고 있다. 총 누적관객 1227만 명을 기록 중이다. 한국영화 사상 여덟 번째 천만 영화다. 역대 3위인 <광해>와도 불과 4만 명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기록이다. <광해>가 개봉 70여일이 넘어서야 1200만 고지를 달성했다는 사실과 비교해보면 <7번방의 선물>이 곧 이 자리를 차지하리라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게다가 지금 기세로는 앞으로 기록이 어디까지 이어질지도 알 수 없다. 물론 요즘 같은 한국영화의 활황기에 천만 영화가 다시 한 번 등장한다고, 또 그 영화가 연일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는 게 그리 놀랄 일만은 아니다. 더구나 <7번방의 선물>의 경우엔 다른 영화의 관객을 흡수하여 흥행을 이어가는 것도 아니다. 경쟁작인 <베를린>과 <신세계>가 각각 700만, 300만 관객을 이미 달성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한국영화의 파이 자체가 커졌다.

그럼에도 연일 보도되는 기사들의 헤드라인에는 ‘이변’이란 단어가 떠나질 않는다. 하긴 이변은 이변이다. 기형적이라 할 만큼 폭발적인 한국영화의 흥행세도 이변이고, 영화시장 전체의  급격한 성장도 이변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변은 천만 관객을 돌파한 여덟 번째 영화가 다름 아닌 <7번방의 선물>이라는 사실이다.

이 영화의 완성도를 폄하하거나 작품의 의의를 두고 가치평가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7번방의 선물>이 종래의 천만 영화들이 보였던 패턴과 성향에서 멀찌감치 벗어나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7번방의 선물>은 잘 만들어진 기획 영화이자 안전한 휴먼코미디 영화다. 관객에게 웃음과 눈물을 주는 장르적 패턴에 더할 나위 없이 충실하며 누구나 쉽게 받아들일만한 눈높이로 제단 된, 이를테면 잘 만들어진 공산품이다. 물론 상업 장르영화는 상업 장르영화로써의 가치와 위상이 있다.

 그러나 평단에서 <7번방의 선물>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이유는 비평적 입장에서 볼 때 공식대로 만들어진 영화를 두고 딱히 부가적인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흥미로운 점은 영화 바깥에서 발생한다. 휴먼코미디 영화 <7번방의 선물>이 천만 관객을 달성하는 순간 의미는 바깥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휴먼 드라마 (혹은 코미디) 장르는 그간 한국영화에서 매년 빠지지 않았던 장르 중 하나다. 다만 그 동안 이 장르가 2~300만 내외의 안정된 관객층을 공략하는 전형적인 시장이었다면 최근 1년 사이에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다는 것은 되짚어 볼만하다.

<과속스캔들>(2008)을 시작으로 연일 성장한 이 장르는 <7번방의 선물>로 정점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7번방의 선물>이 딱히 만듦새가 떨어지거나 여타 다른 영화들이 이 영화와 비교해 월등한 완성도를 보이는 건 아니다.

다시 말하지만 <7번방의 선물>과 유사한 영화들은 늘 안정적으로 존재해왔으며 <7번방의 선물> 역시 그 같은 시장을 바라보고 장르 공식에 충실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바뀐 것은 영화가 아니라 영화시장과 관객들이다.  
<7번방의 선물>을 두고 소위 가족영화가 흥행한다는 말이 나돈다. 전통적인 개념에서의 가족영화는 가족이 모두 함께 볼 수 있는 전체 관람가 영화를 뜻하지만 최근 이야기되는 가족영화의 개념은 조금 다른 듯하다. 모두 함께 가서 본다기보다는 각자 따로 가서 결국은 가족 모두가 보고 온 영화라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달리 말하자면 30,40대의 중장년층 관객부터 50대 이상의 관객에게까지 호소력이 있는 영화다. 실제로 <7번방의 선물>의 흥행을 이끈 요인 중 하나가 오전 시간대를 채워준 30, 40대 관객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를 두고 가족영화라고 하는 것은 ‘가족이 함께 볼만한 따뜻하고 눈물 나는 이야기’라는 의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7번방의 선물>이 흥행했다고 휴먼 드라마 장르의 영화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올 일은 없겠지만 (늘 있어왔던 장르이므로) 실제로 몇몇 기획영화에서는 분명한 변화의 징후들이 보인다. 등급은 15세 관람가라도 결국엔 모든 관객이 편하게 볼 수 있도록 눈높이를 최대한 낮춰 쉽고 재미있는 영화를 기획하는 것이다. ‘쉽고 재미있는’ 상업영화라면 당연한 말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쉽고’라는 말이 못내 목에 걸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최근 한국영화의 상식과 예측을 벗어난 흥행에 대부분은 환호하고 일부는 당황하고 있는 가운데 간간히 걱정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한국영화 승승장구에 다들 자축 중이지만 이제 한번쯤 최근 한국영화 기형적인 흥행세가 오히려 시장이 건강하지 못한 신호가 아닐까 염려할 필요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눈에 띄는 영화 한 편이 있다. 양영희 감독의 <가족의 나라>다. 조총련 계 재일교포들의 삶을 다룬 이 영화는 북한에 송환된 오빠와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는 한 가족의 사연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관객에게 되묻는다. 가족영화 전성시대. 가족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영화만큼이나 가족 그 자체의 의미를 되새기는 영화도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다양성이란 영화 편수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과 질문의 방향이 얼마나 다채로운가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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