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2.1.17 월 16:06
인기검색어 : 등록금 반환, 코로나19, 조교 문제
신문사소개 | 호수별 기사보기
> 뉴스 > 학술 서평 > 서평
     
나는 아직 당신과 동거 중입니다
김현경, 『김수영의 연인』, 실천문학사, 2013
[176호] 2013년 03월 18일 (월) 김종경 시인, 용인신문사 발행인

시대를 온 몸으로 써내려간 고 김수영 시인의 미망인 김현경 여사(86)가 남편을 추억하며 집필한 에세이 ‘김수영의 연인’이 실천문학사에서 나왔다.

1968년 번역료를 받아들고 돌아오던 중 갑작스런 교통사고를 당해 그의 절명시 ‘풀’처럼 누워버린 김수영 시인의 45주기를 맞아 회고록으로 쓰인 이 책은 김수영과 한 몸처럼 시와 인생을 나눈 김현경의 김수영 론이다.

김수영에게 있어 김현경은 억압적 현실의 분노와 짜증을 퍼부울 수 있던 유일한 대상이었다. 김현경은 이화여대 영문과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일본전위파 문학과 프랑스 문학에 심취했던 문학도로서 시도 쓰고 소설도 쓰고 좋아하던 그림도 그리면서 예술가의 꿈을 키우던 재원이었다. 6세 연상의 김수영과는 15세 때인 1942년 아저씨와 소녀로서 운명적인 첫 만남을 가진 후 일본 유학중에 보내오는 김수영의 차원 높은 산문시의 독자로, 결혼 후에는 그림과 문학을 이야기하며 밤을 지새우거나 김수영이 빈 봉투 뒷면에 언제나 깨알처럼 까맣게 써내려간 시의 정서를 도맡은 첫 독자이며 비평가며 내조자로 자리했다.

이 책은 김수영에게 띄우는 편지인 ‘나는 아직 당신과 동거 중입니다’로 시작해서 ‘나는 시인의 아내다’ ‘내가 읽은 김수영의 시’, ‘가슴에 누운 풀잎 그리고’, ‘내가 뽑은 아포리즘’, ‘기억의 삽화들’, ‘고은 시인의 발문’ 등으로 구성돼 있다.

김현경은 김수영 작품이 나오게 된 생활의 편린이나 당시의 심경, 가족사, 아들에 대한 사랑, 연예 시절의 행복과 두 부부의 비밀스런 일화까지 꾸밈없이 고백하고 있다. 김수영의 표현대로 김현경은 문명화 된 여성으로서 당시 남성 지식인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김현경은 그러나 “My soul is dark”라는 신음 같은 김수영의 프로포즈에 마음이 무너져 가난한 시인 김수영과 식도 올리지 않은 채 결혼생활에 들어갔다.

“더는 내 기억 속에 늙지도 않은 당신. 기억 속의 당신은 48세의 모습으로 정지해 있는데 저는 서재의 유품을 피붙이처럼 안고 15번의 이사를 거듭하면서 이렇게 지독한 사랑의 화살을 꽂고 살고 있습니다.…나는 아직 당신과 동거 중입니다.”

김현경은 다른 남자와 잠시 살림을 하는 기형적 사랑을 하기도 했지만 그녀는 그 후 김수영이 죽는 날까지 속죄라도 하듯 절대적 사랑을 보내고 있다. 남편에게 띄우는 편지글에서 그녀는 그리움을 현재진행형으로 토해내고 있다. 김수영은 자신의 유일했던 사랑 김현경을 보석 같은 아내, 애처로운 아내, 문명된 아내로 불렀고, 시에서는 여편네로 묘사하며 애증 섞인 동반자의 길을 평생 걸었다. 이 책에서 그녀가 김수영 시에 대해 쓴 ‘내가 읽은 김수영의 시’를 보면 마치 두 부부가 한 몸처럼 시를 썼음을 알 수 있다.

김현경은 분단 국가에서 형제의 극과 극을 마주한 김수영의 찢어진 자의식의 통점이 얼마나 가혹하게 욱신거렸는지 짐작하고도 남았기에 언제나 수영을 연인이자 제자이자 아내이면서도 어머니처럼 극진히 보살폈는지 모른다.

처음 ‘예술부락’이라는 문학지에 발표됐던 ‘묘정의 노래’부터 1968년의 절명시 ‘풀’에 이르기까지 그 하나하나의 작품이 어떻게 쓰여졌는지 너무 잘 알고 있는 김현경 여사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이 크나큰 보람”이라고 말하고 있다.

시인 고은은 발문에서 “제가 아는 한 한국문학사에서 이같은 고도의 문예미학의 넓이를 함께 한 부부는 이례적이었다”며 “어떤 김수영론보다 어떤 김수영 시에의 접근보다 그 작품론의 생생한 전개가 시의 생명감을 역력하게한다”고 찬사했다.

ⓒ 동국대학원신문(http://www.dgugspres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페이스북 방문해 주세요!
더 많은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교육방송국 동국대학원신문 동대신문 동국포스트
동국대홈동국미디어컨텐츠 센터동대신문교육방송국동국포스트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4620 서울특별시 중구 필동로 1길 30 동국대학교 학술관 3층 대학원신문 | 전화 : 02-2260-8762 | 팩스 : 02-2260-8762
발행인 : 윤성이 | 편집인 : 조성환 | 편집장 : 서신화 | 발행처 : 동국대학교 대학미디어센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조원준
Copyright DGUGSPRES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gugspress@dongguk.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