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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정보로서의 근대
데니얼 헤드릭, 『정보화 혁명의 세계사 1700-1850』, 너머북스, 2011
[175호] 2012년 11월 19일 (월) 이 한 결 연세대학교 사학과 석사과정

어느 때부터인지 지금의 ‘시대’가 무엇인지를 표현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젊은이들의 경향을 설명하던 X세대, Y세대와 같은 표현은 그 표현이 나타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시쳇말과 같은 것이 되어버렸고, 이념이나 한 시대의 특징적인 면모를 추출하여 ‘○○의 시대’와 같이 표현하는 데에도 적지 않게 어색한 느낌이 드는 요즘이다. 얼마 전 작고한 영국의 역사가 에릭 홉스봄이 ‘장기지속의 19세기’를 설명하기 위해 ‘혁명’,‘자본’, ‘제국’과 같은 큰 주제들을 통해 시대를 정리하였던 것을 생각하면, 우리의 시대는 무엇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인지 이따금 생각해보게 된다. 어찌됐든 지금의 시대를 설명하는 어휘 중 가장 흔한 것을 하나 고르라면 ‘정보화 시대’라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 세기에서 이번 세기로 넘어온 10여 년 간의 시간 동안, 전세계적인 인터넷망의 확산에서부터 최근의 스마트폰에 이르기까지 가장 피부에 와닿는 시대의 변화는 수 많은 전자정보통신체계의 발달과 그로 인한 생활상의 변화였기 때문이다.

미국 루스벨트 대학의 사회과학 및 역사학 교수인 대니얼 R.헤드릭의 “정보화 혁명의 세계사”는 ‘정보화 시대’의 연원을 추적함과 함께 우리의 시대가 최초의 ‘정보화 시대’가 아님을 이야기한다. 책의 부제가 ‘이성과 혁명의 시대 지식을 다루는 기술’이라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1700년에서 1850년 사이 유럽과 미국의 학자, 과학자, 그리고 행정가들이 현실을 측정하기 위해서 어떠한 도구들을 구축하였으며, 지식인 엘리트가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의 틀을 확보해갔는지를 보여준다. 헤드릭은 ‘정보화시대’의 시작이 ‘1947년의 트랜지스터의 발명’, ‘19세기말의 철로와 거대사업들의 발흥’, ‘15~18세기 사이의 유럽에서의 인쇄기의 발전’과 같은 특정한 사건·시대에 의해 시작된 것이 아니며 애초에 “특별한 시작이라는 것은 없었다”고 말한다. 오히려 정보의 증가와 그를 다루는 시스템의 개발에 의해서 시대마다 발생했던 ‘혁명’(알파벳, 복식부기, 인쇄기, 전신 등등)이 여러 차례 일어난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혁명들에 있어서 정보를 취급하는 ‘시스템’이 중요한 것이며, 특정기계들 자체가 ‘혁명’이었던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저자는, 19세기에 이르러 나타난 기계와 물리적 기술력의 정보 가속화 현상의 밑거름이 된 시기를 ‘이성의 시대’와 ‘혁명의 시대’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그 두 시기의 ‘소프트웨어’들인 문화혁명이 이어지는 시대에 있어서 ‘하드웨어’인 물질적 혁명을 선도하였다고 말한다.

저자는 우리가 흔히 근대의 시작점으로 여기는(또는 배워 온), 계몽주의 시기의 ‘지식인들과 사상’을 계몽주의 자체로 이해하는 것에는 얼마간 문제가 있으며, 이 시기에 있어서의 정보의 수요·공급과 조직의 문제에 대해서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와 함께 이 시기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무역량의 증가, 계몽군주제로의 전환과 관료주의, 군대의 근대화, 전문직종의 융성, 식자층의 증가와 그들의 호기심 등으로 인해서 ‘정보의 시스템화(와 그에 대한 이해)’가 이루어진 것을 인식하는 것이라 말한다. 저자는 정보의 공급은 그 수요를 결코 만족시키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원리에 비추어보았을 때 역설적인 것은, 역사상 정보에 대한 수요의 증가는 공급의 증가를 불러왔으며 이는 정보의 증가와 함께 정보시스템의 혁명을 유도해왔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역설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일반적으로 저명한 인물들 -린네, 맬서스, 디드로, 새뮤얼 존슨, 모스 등- 외에 아돌프 케틀러(통계학), 카시니(천문학), 빈첸초 마르코 코로넬리(백과사전파), 토비아스 마이어(수학자)와 같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 -정보화 혁명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이들-을 정보화시대의 주역으로 상정하며 그들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시도한다.  

헤드릭은 계몽주의시대의 주기도문이었던 ‘진보’가 20세기에 만들어냈던 비극들(원자폭탄, 홀로코스트 등)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냉소의 대상이 되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러한 냉소는 ‘도구적’ 진보와 ‘도덕적’ 진보를 혼동하는 데에서 오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정보시스템이 이루어낸 도구적 진보가 도덕적 진보의 결여로 인해서 무화(無化)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후견지명(後見之明)을 통해 현재 세계의 기원을 찾는 것이 역사가의 의무라는 역사관에 입각하여 실증적인 자료들의 제시와 분석을 통해서, ‘근대’의 의미가 기술력에 근거한 우위가 아닌 인간본연의 속성이 표출된 하나의 패턴이었음을 알려준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지금의 시대에 있어서, 헤드릭의 책이 재현하는 18~19세기의 ‘정보시스템’의 양상들은 골동품과 같이 무의미한 것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날마다 급격하게 바뀌는 정보의 원형이 무엇이었는지 그 계보가 어떠한 것이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면, 우리가 해마다 마주치게 되는 새로운 기술들이 어느 시대에나 있어왔던 보편적인 현상의 하나라는 것을 기억할 수 있다면, ‘정보화 시대’라는 단어가 주는 모종의 압박에서 한 발짝 물러나 조금 더 여유를 가지고 이 시대를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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