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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혐오는 일상이다
헌터 S. 톰슨, 『라스베이거스의 공포와 혐오』, 마티, 2010
[175호] 2012년 11월 19일 (월) 한 정 현 편집위원

‘곤조 저널리즘’의 창시자 헌터 S. 톰슨. 그 당시 대부분의 미국  뉴저널리스트들이 그러했듯 그도 언론 제도권 주변에서 몸소 체험하며 경험을 쌓고 경력을 만들어가며 기자로 살아갔다. “죽어서도 지구 안에 남아 있고 싶지 않다. 나를 지구 밖으로 보내달라”로 유언을 남기며 2005년 자살한 그는 인생 자체를 하나의 실험실로 생각한 인물로서, 미국 반컬트·반문화의 상징으로 한 평생을 살았다. 그런 그의 인생관은 그의 여러 작품에 녹아있으며, ‘곤조 저널리즘’ 또한 그런 그의 인생관을 잘 드러낸 그의 취재 철학이다.

사실 ‘곤조 저널리즘’의 ‘곤조’의 뜻은 확실하지 않다. 여러 설이 있는데, ‘빛나는 길(gonzeaux)’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혹은 ‘황당하다(gonzagas)’는 뜻의 스페인어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들이 있다. 물론 우리에게는 일본어 ‘こんじょう(根性·근성)’로 익숙하기도 한 ‘곤조’는 묘하게도 그 의미가 작품 안에서 말하는 ‘곤조 저널리즘’과 잘 들어맞기도 한다. 헌터 S. 톰슨은 취재 대상에 대한 주관적 개입을 강조하는 ‘곤조 저널리즘’의 대표 인물이다. 그리고 그런 그의 사상과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책이 바로 ‘라스베이거스의 공포와 혐오’다.

“우리가 아메리칸 드림을 찾으러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길이라는 거지. (p.19.)”

이 책은 250단어 단신 기사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책의 저자이자 기자인 헌터 S. 톰슨은 오토바이 경주대회인 <민트 400>을 취재하라는 요청을 받은 뒤 인권운동 변호사인 오스카 아코스타와 동행 취재를 결심하게 된다. 취재란 자고로 저널리스트의 눈과 마음을 카메라 삼아 직접 보고 느끼며 해야 한다는 ‘곤조 글쓰기’의 철학을 실험하려 시도한 것이다. 이것은 수정하거나 편집하는 과정이 전혀 없는 카르티에 -브레송의 네거티브 사진을 떠올리게 한다. 이런 시도로 시작된 동행 취재는 작중 ‘라울 듀크’로 불려지는 헌터 S. 톰슨과 ‘닥터 곤조’로 명명되는 오스카 아코스타 변호사의 ‘라스베이거스’ 여행으로 본격 전개된다.

라스베이거스는 미국 안에서 가장 ‘미국적인 자본주의’가  분명히 드러나는 도시로, 이민자들에겐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또한 어떤 나라, 어떤 체제에서도 넘볼 수 없을 정도로 자유와 부가 넘쳐났던 1960년대 미국의 반문화의 열기가 자본주의에 맞춰 피어오른 공간이기도 했다. 환락과 희망, 예술과 타락이 공존하던 라스베이거스로 곤조 박사와 듀크 기자는 마리화나, 메스칼린, 에테르, 코카인, 각성제, 마취제, 흥분제와 럼주, 데킬라를 비롯한 여러 가지 술과 마약을 미제 컨버터블에 싣고 떠난다. 그러나 취재를 하기도 전, 출발부터 이미 약물과 락음악에 취한 곤조와 듀크에게는 민트 호텔에 들어서 체크인하는 것부터가 어려움이었다. 약과 술에 취한 그들 눈에 이미 사방은 피범벅이고 사람들은 곰치가 되어 흐느적거리는 등, 마치 라스베이거스라는 도시의 혼란이 그대로 재현되는 듯 보인다. 이렇게 환각과 현실을 오가며 취재한 <민트 400 레이스>는 그저 “먼지 자욱한 끔찍한 지옥에서 속을 태우는 잔혹한 광기의 시간” 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취재가 아니었다. 약물에 취해서 벌인 그들의 기이한 행동들의 결과로 (민트 호텔에서 머무는 48시간 동안 그들은 뉴트로지나 반투명 비누 600개를 주문하는 등 온갖 괴이한 행동을 한다.) 수천 달러에 해당하는 계산서를 받게 된 것이다. 이 상황을 재빠르게 눈치 챈 닥터 곤조는 듀크 기자만 남겨둔 채 몰래 호텔을 빠져나가 비행기를 타버리고 “도둑들로 득실거리는 세상에서 치명적인 죄는 바로 멍청하게 구는 것(p.99.)” 이라는 말을 입증하기로 하는 듯 혼자 남겨진 듀크 기자는 여전히 약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서도 나름 도망갈 궁리를 한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라스베이거스를 도망치던 듀크는 다시 청천벽력과 같은 전보 하나를 닥터 곤조로부터 받게 된다. 바로 ‘마약범을 잡기 위해 마약에 취해 마약을 싣고서 검사들의 컨퍼런스에 돌진하겠다’는 내용 이었다. 겨우 라스베이거스를 탈출하던 듀크는 어쩔 수 없이 다시 라스베이거스로 향한다. 컨퍼런스 장소라고 듣고 그가 도착한 곳은 사막 가운데 세워진 플레이보이 클럽이었다.

약과 술에 취해있었지만 곤조와 듀크의 눈에 보기에 미국 중산 계층을 대변하는 검사와 경찰은 그저 거들먹거리거나 공짜로 휴가를 즐기고 온 치들에 불과한 것처럼 보였다. 그 둘은 약에 취한 검사와 경찰들을 막무가내로 희롱하기 시작한다. 또한 자신들도 취한 상태에서도 ‘곤조 저널리즘’ 정신을 발휘하여 불현듯 그들에게서 튀어나온 단어들을 녹음하기 시작한다. 그 당시 튀어나온 취재녹음 가운데 일부를 그대로 옮겨 적은 에피소드는 ‘70년대’의 미국 ‘지식인’ 혹은 ‘중산계층’을 적나라하게 비난하는 동시에 의식의 확장을 팔아먹으며 약물 세계에 젖어있던 지식인들의 종말을 예언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공화당과 닉슨을 저주에 가깝게 싫어했던 듀크는 검사협회 컨퍼런스를 빠져나오면서 약물에서 서서히 깨기 시작한다. 그리고 시대에 대해 생각한다. 이는 2부 마지막 부분에서 마치 신문 사설과 같은 독백에서 드러난다.

“제정신이란 게 뭐지? 닉슨이 정권을 잡은 이 암울한 시대에 ‘우리나라’에 제정신이라니?”

“이미 현실은 오래 전에 결정된 터였다. 병폐는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고 청년운동의 에너지는 몸을 사리려는 경향에 떠밀려난 지 오래였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이들이 체험한 공포와 혐오는 바로 이상을 잃어버린 채 과거로만 회귀하는 어두운 그림자에 대한 환멸과 광기이다. 이들이 흡수한 갖은 약물들과 엉망진창이 된 호텔과 클럽들, 다 망가져버린 대형 컨버터블이 그것을 보여준다. 자칫 ‘멋대로 쓰는’ 것처럼 들리는 곤조 저널리즘 또한 사실은 권력과 이익에 지배되어버린 언론의 진정한 기능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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