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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스타일은 강남에서 만들어지지 않았다
세계는 지금 한류 스타일
[174호] 2012년 10월 15일 (월) 차 우 진 문화평론가/음악웹진 [weiv] 에디터

   
   △ 강남 스타일의 한 장면
   
 

싸이의 “강남 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조회 수 2억 건을 넘겼다. 한국 콘텐츠 중 처음인데다 불과 50여 일 만의 일이기도 하다. 그동안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한 뮤직비디오는 소녀시대의 “Gee”로, 3년에 걸쳐 누적 조회 수 8,400만 건을 기록했다. NBC의 아침 생방송 프로그램 <투데이 쇼>와 <엘렌 드제너러스 쇼>에도 출연했다. 뉴욕을 떠나 라스베이거스로 이동해 <아이하트라디오(iHeartRadio) 뮤직 페스티벌>에도 출연했고, VH1의 생방송 <빅모닝 버저 라이브>와 LA에서 열린 <2012 MTV 뮤직어워드>에도 참가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시청 앞에서 대규모의 무료 공연을 열기도 했다. 이 공연에 최소한 8만 명이 모였다.

이에 대해서 여러 의견들이 많다. 어떤 이는 싸이를 마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세계 신기록을 기록한 스포츠 선수처럼 대하고, 어떤 이는 전쟁에서 승리한 정복자처럼 묘사한다. 혹자는 싸이의 성과는 인정하되, 오히려 그를 둘러싼 요란법석이 문제라고 지적하고, 혹자는 국내 행사에 부르지 말고 전세계를 돌며 K-Pop의 우수성을 알리게 하자고 선동한다. 내가 볼 때는 이 모든 것이 전부 호들갑이다. 물론 싸이의 성과가 무시할 만한 것은 아니다. 빌보드 차트 2위와 UK차트 1위가 아무 것도 아닐 리는 없다(물론 차트에 연연해하는 것도 꼴불견이니 잘했네, 정도로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게다가 유니버설과는 음반 유통을, 저스틴 비버를 발굴한 프로듀서 스쿠터 브라운의 회사 SB프로젝트와는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었으며, CNN과 월스트리트저널, 타임에서도 그를 비중 있게 다뤘다. 덕분에 싸이는 그의 말대로 ‘국제 스타’로 여겨질 것이다.

이때 자세히 들여다볼 몇 가지 요소들이 있다. 하나는 ‘K-Pop’이라는 용어다. 이제까지 이 말은 ‘대형 기획사 시스템에서 제작된 아이돌 그룹의 댄스 음악’ 정도의 의미로 통용되었다. 하지만 싸이의 “강남 스타일” 이후로 ‘한국에서 생산된 댄스 음악’ 정도로 확장, 고정되었다. 이건 중요한 문제다. 왜냐면 이제까지 K-Pop을 정의하려는 시도의 근간을 이루던 비평적, 학술적 관점과 맥락을 모두 ‘새로고침’했기 때문이다. 싸이 이후에 해외 매체에서 한국 팝을 ‘K-Pop’이 아닌 다른 말로 부를 일은 거의 없으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하나, 싸이는 이제까지 한국 대중음악의 글로벌 논의를 거의 원점으로 되돌려 놓았다. 이제까지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평론가, 연구자들은 SM, JYP, YG 등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전략이나 아이돌 그룹의 결과물을 분석하며 ‘한국 팝의 세계 진출’이라는 대명제의 이론적 토대들을 정리해왔는데,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그 모든 논의를 뒤흔들어놓은 것이다. 그렇다고 이제까지의 논의가 무효화된 건 아니다. 그에 대한 논의를 더 복잡하게, 다양하게, 밀착해서 할 필요(혹은 수고)가 생겼다는 얘기다. 아무튼 이것은 산업적인 영향이 아니라 우연에 의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을 음악적 완성도의 관점으로 볼 수 있을까. 최근의 내 질문은 여기를 향한다.

“강남 스타일”의 음악적 완성도는 K-Pop의 생태계에서 영향을 받은 게 분명하다. 요컨대 소녀시대나 빅뱅이 없었다면 출현하지 못했을 음악이다. “강남스타일”의 첫인상이 싸이와 유건형이 만들었던 여러 히트곡들(“연예인”, “챔피언” 등)과 다른 인상을 준다는 게 힌트다. 이런 성향은 해외 팝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영향 받은 것이 아니라 국내아이돌 팝으로부터 간접적으 로 전해진 것이다는 게 내 관점이다. 요컨대 이 노래는 미국의 팝을 닮고 싶었던 게 아니라 빅뱅이나 소녀시대와 같은 한국의 ‘메이저 아이돌 팝’을 닮고 싶어 했다.

이때 중요한 건 K-Pop 생태계라고 할 만한 구조, 일종의 ‘외주제작 시스템’이다. 샤이니의 “루시퍼”와 유키스의 “Tick Tack”, “Neverland”의 작곡가‘들’ 중에는 뉴욕의 프리랜서 작곡가 아담 카핏(Adam Kapit)이 있다. 조권의 “I'm Da One”과 소녀시대의 “Bad Girl” 작곡자인 로렌 다이슨(Lauren dyson)도 있다. 이런 ‘외주’의 역사는 꽤 오래된 일인데, 샤이니의 “Ready Or Not”의 작곡자로 알려진 핀란드의 리스트로 아시카이넨(Risto Asikainen)은 S.E.S. 2집을 비롯해 2000년 이후의 국내 팝에서 쉽게 그 이름을 찾을 수 있다. 로렌 다이슨은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켈리 클락슨, 웨스트라이프의 히트 싱글을 만든 요르겐 엘롭슨(Jorgen Elofsson)의 파트너인 싱어송라이터다. 다시 말해 우리가 ‘K-Pop’이라고 부르는 음악(≒한국 아이돌의 댄스 팝)은 국내 대중음악 산업의 산물이면서, 동시에 이미 글로벌한 산업 네트워크의 생산물이라는 게 중요하다.

믹싱에서도 이 점은 비교적 선명하다. 베이스 라인이 보컬의 뒤로 거의 완전히 파묻히는, 관습적인 ‘가요 믹싱’인데, 이런 방식은 선택보다는 관습에 의한 것이다. 특히 싸이는 공연에서 더 많은 걸 보여주는 가수고, 그러므로 타이틀은 모두 라이브 무대를 상정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후반부에 거의 반드시 고음역대의 샤우팅이 들어가고 합창을 위해 단순화된 멜로디가 가세하는 구조는 싸이의 가창력을 과시하며 ‘라이브’를 강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결과적으로 싸이는 댄스음악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돌과는 다른’ 가수로 포지셔닝된다. “강남스타일”도 장르나 스타일은 다르지만, 그래서 오히려 필연적으로 싸이의 다른 위치를 환기하는 것이다. 이 노래가 ‘월드와이드 히트송’이 된 맥락에는 이런 요소들이 끼어든다. 또한 이미 하나의 음악이 아닌, 사회적인 현상으로 비화된다. 여기엔 산업구조에 의해 발생하는 필연적 질문들, 과연 K-Pop이란 무엇인가와 동시에 우리가 ‘팝’에 대해 가지는 환상이나 오해들, 그리고 한국과 미국의 시장/감수성의 차이, 소비와 향유의 다른 맥락들이 끼어들기도 한다. 이 웃기고, 뻔뻔하고, 다소 촌스러운데다가 근본이 없다고 해도 좋을 감수성의 ‘믿기지 않는 성공’은 더욱 복잡한 상황을 그려낼 것이다. 이때 필요한 건 좋은 질문을 준비하는 것이다. 싸이와 “강남스타일”의 대중성은 지금 더 많은, 또한 이제까지와는 다른 상상력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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