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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달에도 뒷면은 존재한다
빅토르 펠레빈, 『오몬 라』, 고즈윈, 2012
[174호] 2012년 10월 15일 (월) 한 정 현 대학원신문사 편집위원

인류에게 달이란 무엇일까? 중력의 지배를 벗어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공간? 혹은 새롭게 개척해야 할 미지의 땅? 미래는 모르지만, 적어도 과거 인류에게 달이란 마치 19세기 서구 열강들이 자신들의 제국주의 이념을 실현시키기 위해 아프리카 대륙을 정복하던 것과 썩 다르지 않았을 거라 생각된다. 사상 전쟁이 치열하던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은 과거의 ‘정복의 역사’를 교훈으로 삼겠다는 듯 각자의 유토피아를 건설하기 위해 달로 향했다. 그들은 달을 지배하는 것이 곧 자신들만의 이데올로기로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로 미국과 러시아는 우주 비행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러시아가 최초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다면 미국은 유인 우주선을 최초로 달에 착륙시켰다. 달에 대한 그들의 경쟁은 집착적으로 이어지고 러시아와 미국은 달의 뒷면에 대한 경쟁도 벌이기 시작한다. 러시아가 1959년 무인 우주선 Luna 3호로 달의 뒷면을 촬영했다면 미국은 1968년 아폴로 8호를 통해 최초로 육안으로 달의 뒷면을 확인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대체 그들에게 달이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달의 뒷면이 뜻하는 것은 또 무엇일까?

오몬 라(Омон Rа)에서 주인공 ‘오몬’은 우주 비행에 비상한 관심을 가진 소년으로 무중력만이 인간에게 진정한 자유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며 우주비행사를 꿈꾼다. 그는 하늘을 동경하고 달을 동경하다 자신과 마찬가지의 꿈을 가진 친구 ‘미쪽’을 만나 항공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그러나 항공학교라 불리는 그곳은 사실상 ‘조국 소련을 위해 기꺼이 죽음을 감당할 수 있는’ 사상 무장이 강요되는 곳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은 달을 탐사하기 위해 우주비행사가 되는 게 아니라 조국 소련의 위대함을 알리기 위해 달로 향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들이 감당해야 하는 건 무중력의 자유를 맛 볼 수 있는 달의 표면이 아닌 그들이 속해 있는 국가와 그 체제가 있는 지구라는 현실이었다. 현실 속에서 미쪽은 ‘윤회 시험’ 이라는 기묘한 사상검열을 받다 처형을 당하고  오몬과 같은 방을 쓰던 또 다른 동료는 우주선에 키를 맞추게 한다는 말과 함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다리가 잘리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국가를 위한’ 이라는 미명 아래 행해진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거짓으로 진실을 지탱한다는 데 있네”(73p) 라고 말하며 자신들의 아이러니를 인정하면서도 “왜냐하면, 모든 것을 정복하는 진실을 안에 담고 있는 마르크스주의와 자네가 목숨을 바쳐 추구하게 될 그 목표라는 건 형식적으로는 일종이 거짓이기 때문이지. 하지만 이것은 그대가 영웅이 되기 위해..........” 라고 말하며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것만이 ‘영웅적 위업 달성’ 이라고 오몬에게 강요하는 상관의 모습은, 체제와 이념에 대해 이 소설이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온갖 강압적이고 비인간적인 교육을 받으며 오몬은 차츰 자신이 처한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순수한 열정이자 꿈이라고 생각했던 우주비행사라는 것도 실은 타인을 의식해서 만들어 낸 허상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도 깨닫게 된다.

“타인에게 일어나는 일을 우리는 우리에게 다다른 반짝이는 기만적인 빛으로 판단하며 평생을 우리가 빛이라 부르는 것을 향해가는 여정으로 소모한다.”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관통한다고 볼 수 있는 오몬의 이 생각은, 죽음 이후에도 한동안 진짜처럼 빛을 발하는 별처럼 이데올로기로 만들어진 유토피아라는 허상과 그것을 쫓아가는 인간 삶의 허망함을 동시에 말하고 있다.

오몬은 달의 뒤편을 영원한 어둠의 왕국으로 표현한다. ‘오몬 라’의 주요 부분 중 하나는 미쪽을 비롯한 비행사들을 죽음으로 내몰았거나 내몰려고 한 국가주의적 이데올로기의 폭력이다. 그러나 이 책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착취와 폭력의 본질이 단지 사회주의 체제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소련이 미국과의 관계에서 끊임없이 달의 정복을 노렸던 것처럼 작품 속 등장하는 인물들 또한 타인과 관계된 어떤 집단 안에서 끊임없이 자신들의 삶을 재단한다. 결국 ‘오몬 라’에서 말하고 있는 착취와 폭력은 인간의 본성에서 기인한 폭력과 착취다. 그러므로 ‘오몬 라’가 말하는 유토피아의 한계는 단지 체제만의 한계가 아니라 인간 본성의 문제에서 기인한 한계라는 것으로 귀결된다.

자본에 착취당하지 않고, 모든 이들이 평등한 몫을 누리며 살기 위해 건설하고자 했던 사회주의라는 유토피아는 이제 그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또 다른 착취를 행하는 역설을 만들어낸다. 그 착취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유인 우주선을 타게 된 오몬은 자신이 ‘완전한 자유 상태’ 라고 생각했던 무중력 상태의 달에서조차 스스로 목숨을 끊어내지 못한다. 그는 그곳에서조차 자신을 쫓는 상관을 본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유인 우주선을 벗어났고 역시 마지막 의지라고 생각했던 자살마저 그는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이란 체제와 국가를 벗어날 수 있을까? 혹은 ‘오몬 라’에서 체제와 국가로 상징되었던 ‘어떠한 욕망’에서 인간은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을까? 오몬은 결국 달에서 귀환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결국 달에서 귀환하지 못한 오몬의 모습에서 우리는 이 대답을 찾은 것일까? 글쎄, 어쩌면 무중력 상태의 달에서 그는 오히려 더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

‘오몬 라’는 달을 향하는 인간들의 이야기다. 아니, 달로 향할 수 있다는 걸 믿고 싶고 달로 향해야만 한다고 믿는 인간들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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