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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의 들뢰즈
아르노 빌라니, 『들뢰즈 개념어 사전』, 신지영 옮김, 갈무리, 2012
[172호] 2012년 06월 11일 (월) 최 두 호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들뢰즈 개념어 사전』을 앞에 두고 돌이켜보자. 1995년에 최초로 들뢰즈를 주요 주제로 다루고 있는 석사학위 논문이 쓰였다. 그리고 2005년에 들뢰즈를 주요 주제로 삼고 있는 석 박사 논문은 100건이 훌쩍 넘게 된다. 이것은 들뢰즈의 개념이 아티클로 들어간 경우는 제외한 것이다. 이러한 들뢰즈의 수용에는 독특한 점이 있다. 들뢰즈가 1925년에 탄생하여 1995년에 사망한 것을 보건대 들뢰즈 수용은 거의 동시대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아도 무방하다는 것이 그것이다. 칸트, 헤겔 등 고전적 철학자들의 이론이 사후 100년 뒤 일제시기를 거쳐서, 그것도 주로 일본을 거쳐서 수용되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들뢰즈 수용사는 그와 다른 방식의 외국 이론 수입이 80~90년대에 이르러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주요한 사례이다. 물론, 그러한 프랑스 이론 수용사에는 푸코, 블랑쇼, 레비스트로스 등의 서적 번역에 대한 광범위한 검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고, 외국 이론의 주된 중간 경로지가 일본에서 미국으로 변한 사정도 감안해야만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섣부르게 말해보자면, 90년대 이후에 들뢰즈 만큼 한국 지성계에서 각광받는 철학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2000년대인 지금도 여전히 그렇게 보인다. 지젝, 랑시에르 등이 유행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들뢰즈의 이론은 빈번하게, 특히 문학 평론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이 책 『들뢰즈 개념어 사전』의 번역은 기억할만한 사건이다. 최소한 들뢰즈의 개념들이 따로 정리된 것이 필요할 만큼이 되었다고 한국 출판 시장이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사전에 이 개념들의 출처로 밝혀진 대다수의 책들이 한국에도 이미 번역되어 있다는 것은 더 놀라운 것이다. 가타리와 함께 쓴 주저인 『천 개의 고원』, 단독으로 쓴 『감각의 논리』 등은 개정이 몇 번 되었을 정도로 학계에 익숙한 책이다. 『시네마』, 『베르그송주의』, 『카프카』 등 분량이 적은 책들도 상당히 번역되어 있다. 프랑스에서 이 책의 원서가 나온 2003년도부터 오늘 2012년까지 들뢰즈에 대한 한국 지성계의 애호는 여전히 계속되었고 그것들은 번역서를 통해 나날이 구체화 되었고, 그것을 배경으로 개념어사전으로서는 정말로 특수하게 십 년도 안 되어 나왔던 것이다. 1997년에 일본에서 완성된 『칸트사전』이 2009년에 번역되어 나왔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들뢰즈와 달리, 이 책에서 언급하는 칸트의 주요 저작 중에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이 수두룩하다. (칸트, 헤겔, 현상학, 맑스, 니체에 대한 용어를 각각 정리한 이 사전 기획물들은 지금도 번역되어 나오고 있는 데 마지막 권 『니체사전』은 아직은 미간 상태이다.)

이 책에서 제공하고 있는 개념들을 각각 여기서 요약해 보이는 것은 무의미한 작업일 것이기에, 이 책 서문에서 ‘아르노 빌라니’와 함께 공동 편집자인 ‘로베르 싸소’가 밝히고 있는 구성 원칙을 간단히 인용해보자. 이는 이 사전의 특징에 대한 가장 정확한 언급이다. “a)우선 연구자의 첫 호로부터 채택된 원리들에 합당하게 개념들의 주 목록을 작성한다. 그리하여 각각의 경우마다 그 개념들에 대하여 가능한 한 가장 정확하게 연대기적으로 설명하고, 각 표제어를 담당한 집필자가 자유로이 비판적인 주석을 단다.” 이 사전에서 비판적 주석은 개념의 출처 찾기보다 훨씬 더 길고 또 중요하다. 프로이트에 대한 기념비적인 정리 작업을 해내고 있는 장 라플랑슈와 장 베르트랑 퐁탈리스 공저 『정신분석 사전』 만큼이나, 각 연구자들은 종횡무진 들뢰즈의 서적들을 가로지르면서 때로는 가차 없이 판정하고 때로는 열띠게 옹호한다. 이는 조셉 칠더즈의 『현대 문학 문화 비평 용어 사전』이나, 한용환의 『소설학 사전』처럼  최대한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정의를 제공하려하는 사전들이 가질 수 없는, 특정인의 용어로 폭을 좁힌 사전의 장점이기도 하다.  “d)자료들 속에서 완전히 그 위치를 알 수 있는 경우 최대한의 인용을 제공하고, 동일하거나 유사한 주제나 진술 그리고 아이디어가 제시되는 다른 텍스트들에 대해서도 가능한 한 많은 참고 문헌들을 제공한다. 전체적으로 90여 개의 개념들을 추릴 수 있었다. 54개의 개념들이 50개의 표제어에 분배되었고 (개념 4개는 이중적으로 분배되었다), 37개의 개념들이 보충 어휘록에 실렸다.”  사전의 상세한 특징에 대해서는 이 정도로 갈무리하겠다.

마지막으로 숨길 수 없는 아쉬움 하나를 토로해야한다. 초점이 어느 나라 사람, 어느 주제가 되었든, 논문집 정도가 아니라 이러한 백과사전적 성과물을 낼만큼 집요하게 천착하는 편집자, 그리고 그 지적 정열에 부응하는 연구자가 우리에게는 정녕 나올 수 없는 것일까 하는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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