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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손으로 여는 2013년
백낙청, 『2013년 체제 만들기』, 창비, 2012
[170호] 2012년 03월 26일 (월) 구지선 법학과 박사과정

과연 더 나은 세계는 가능한가? 우리는 지난 해 있었던 Occupy Wall Street 시위, 그리고 그 영향으로 세계 각국에서 나타난 반(反) 자본주의 시위를 통해 금융자본의 탐욕과 극단적인 양극화에 대한 세계인들의 열망과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이제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는 문제가 개인의 능력이나 선택 때문이 아니라 시스템 때문이라고 말한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시스템의 문제는 산재해 있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 극단적인 빈부격차 등은 우리를 늘 지치고 불안하게 만든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나아갈 길은 무엇인지, 그리고 과연 더 나은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 답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2013년 체제 만들기』에는 우리나라가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변화해야 하는 필요성, 그리고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우리는 어떠한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지에 대해 쓰여 있다. 그리고 정의, 공정, 복지, 환경, 통일과 같이 현재 우리 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키워드와 그에 대한 고민들을 모두 망라하고 있다. 이제부터 가장 중심적인 논의라고 할 수 있는 분단체제 극복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우리는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수립된 87년 체제 이후 민주화와 경제적 자유화, 자주와 통일에 있어 성취를 이뤄왔다. 그러나 민주세력은 분단체제 고수세력과 대립해 왔고, 신자유주의에 의한 공공성 저해와 대기업의 시장지배가 극대화되었으며, 남북관계는 역대 최악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악화되었다. 이 책에서 2013년은 대통령 선거와 총선이 함께 실시되는 해로서, 새로운 체제라고 불릴 수 있을 만큼 획기적인 전환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시기이다. 저자는 2013년 세계를 설계함에 있어서 인간의 사회생활에 기본이 되는 것들을 되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정의나 공정, 신뢰와 같은 덕목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 복지의 확대로 사회 양극화를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분단체제를 극복하는 것도 포함한다.

사실 복지를 더 확대하고 공정사회를 실현하자는 논의들은 과거에도 있어왔고, 현재 또한 그러하다. 그러나 분단체제 극복을 전제로 하는 주장은 매우 독특하다. 우리는 87년 체제에서 민주화 등 많은 것을 이뤄왔지만, 53년 체제라고 할 수 있는 분단체제는 허물지 못했다. 분단체제는 기득권층이 적대관계로 인한 긴장과 전쟁위협으로부터 반민주적인 특권유지의 명분을 끊임없이 공급받는 체제이다. 우리의 분단은 반민주적인 체제 유지의 정당화 수단으로 이용되어 왔으며, 이는 복지나 환경보전과 같이 ‘평화’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하는 논의를 차단하는 결과로 나타나게 되었다. 흔히 돈의 논리로 복지문제에 접근하거나, 무기구입비를 줄여 복지에 쓰자는 주장이 존재하지만, 평화와 복지의 관련성은 재정조달을 위한 국방비 감축에 국한되지 않는다. 안보불안을 먹고 사는 반민주적인 수구세력들이 득세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복지확대의 논의를 이끌어갈 집단들이 결집할 수도, 국민들의 인식변화를 가져올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13년 체제를 만들기 위한 전제로서 분단체제를 극복하는 것, 다시 말해 평화체제의 구축은 시민참여형 통일로서 가능하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포용정책 1.0으로 볼 때, 조금 더 나아진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버전으로서 포용정책 2.0을 실현해야 한다. 이는 북한과 미국 간의 합의나 주변국과의 다자 회담 결과에 의존하는 소극적인 태도에 의해서는 불가능하다.

특히 시민참여형 통일은 남북 간의 화해나 협력 및 통합 노력에 있어 넓은 의미의 시민사회를 포함하는 민간이 적극 개입하는 것이다.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에서도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투명과 신뢰의 원칙에 따라 추진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여태까지 선거 때마다 남북관계를 이용하면서도 국민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따라서 앞으로는 통일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통일의 방법과 시기 등을 결정하는 합의체에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통일 이후 북한 주민에 대한 차별과 같이 생활현장 곳곳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저자는 법을 만들어 사람들의 행동을 교정하고 새로운 정책으로 눈에 보이는 단기적인 성과를 실현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는다. 저자의 주장은 국민의 바른 선택, 국민의 참여와 같이 ‘우리’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사실 그 동안 우리는 보고 느끼며, 언론에서 매일 접하는 사회문제들에 대해 찬성과 반대만을 주장하면서 최소한의 명분만을 확보하고 소모적인 다툼을 지속해 왔다. 내 자신의 생활을 윤택하게 해주는 재화들의 소비에만 집중한 채 무관심으로 일관해 오기도 했다. 이는 남북관계나 복지의 확대에서도, 성장과 환경보전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의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13년 체제의 그림을 그릴 누군가를 선택하고 그 시기를 살게 될 우리들은 루소의 말처럼 “선거가 끝나는 순간 노예로 전락하는 허울 좋은 주권자”가 아니라,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고 우리가 가진 편견과 불관용을 바꿔나가는 ‘진정한 주권자’로 변모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2013년 체제가 시작될 수도, 2013년 이후가 전환의 시기로서 자리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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