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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와 언론매체들 사이의 어긋난 궁합
[137호] 2006년 11월 06일 (월) 박우성 편집위원

어느 날 갑자기 특정대학의 특정학과가 ‘입시시장’에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엄청난 상한가를 쳤다고 치자. 그 특정학과에 세계적 권위의 교수가 초빙되었거나, 반대로 소속 교수가 세계적 성과를 이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아니면 그 해부터 재단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거나, 반대로 전폭적인 지원이 가능한 재단이 그 특정대학을 인수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조건 서울대가 최고의 상한가를 치는 한국사회에서 그런 생각과 분석은 아무래도 예리한 맛이 떨어진다. 간단하게 생각하자. 바로 그 특정대학이 TV 프로그램의 촬영지가 되거나 촬영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 하나만 들고 다음으로 넘어가자. TV 드라마 〈종합병원〉이 특정대학의 의예과에 끼친 지대한 공헌을 기억하는가?

‘옛날 옛적’의 인기드라마 〈종합병원〉을 끌어들이면서까지 굳이 장황하게 이런 기이한 현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서울대 지상주의’가 고질병으로 자리 잡은 한국의 대학사회를 비판하려는 목적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다만, 대학을 홍보하고 대학의 선호도를 끌어올리는 데 있어 단순히 학문적 성과물을 이용하는 것보다는 언론매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편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싶었을 뿐이다. 또, 불행하게도 우리가 속한 동국대학교라는 한 특정대학은 이런 유효한 방법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언론매체에 부정적 이미지로 빈번하게 노출되어왔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학문적 성과나 학과의 학술적 전문성과 무관하게, 언론에 긍정적으로 노출되는 것만으로 해당 학과의 이미지가 개선된다는 논리 자체가 부당해 보인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그런 부당한 현상에 기생하려는 악습은 한국 대학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근절되어야만 한다. 대학을 평가하는 데 있어 제일의 원칙은 뭐니뭐니해도 그 대학이 이룩한 학문적 성과여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현재 본교처럼 굳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언론에 노출되면서까지 어렵게 쌓아온 긍정적 이미지를 깎아내릴 필요는 없지 않은가?

물론 언론매체의 성격이나 그것을 접하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의견은 다양하게 갈릴 수 있다. 아무리 긍정적인 태도로 보도되었다 하더라도 동국대 내부자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불만족스러울 수 있고, 반대로 부정적으로 보도된 사안이라도 그렇게 조치할 수밖에 없는 특수한 상황이 내부자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도 있다. 사안에 따라, 혹은 그것을 대하는 사람에 따라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2006년 상반기부터 11월 현시점까지 본교를 바라보는 언론의 시선, 즉 외부의 시선은 다양성을 찾을 수 없다. 불행하게도 거의 모두 본교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올 해 상반기 본교 사회학과 강정구 교수 사건은 동국대뿐만이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몇몇 보수적 언론들은 친북적 발언을 일삼는다 하여 강정구 교수의 해임을 강력하게 성토했고, 반대로 몇몇 진보적 언론들은 이데올로기적 갈등의 무용성과 ‘학문의 자유’를 들어 강 교수의 탄압을 중단하라는 논지를 펼쳤다.

이에 직접적 이해 당사자였던 본교는 강 교수의 존재 자체가 학교 이미지를 저해하고 졸업생 취업에 불이익을 준다는 판단 하에 직위해제를 결정, 결과적으로 보수적 언론의 입장을 지지하는 형상을 취하고 말았다. 물론 ‘보수적’이라는 말이 ‘부정적’이라는 단어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며 또 그렇게 이해해서도 안 된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특수성 속에서 ‘보수적’이라는 말은 ‘수구’나 거칠게는 ‘꼴통’으로까지 확대된다는 사실 또한 간과할 수 없다. 강 교수의 직위해제 결정이 그간의 복잡한 사정 속에서 오랜 심사숙고를 통해 결정되었다고 믿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옳고 그름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동국대학은 진보적 대학이라기보다는 ‘수구보수대학’이라는 오명을 얻고 말았다. 졸지에 ‘학문의 자유’를 옹호하지 않는 대학이 돼버린 것이다.

지난 7월에 있었던 ‘한·미 FTA 범국민대회’ 전야제 저지 사건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재학생의 학습권을 지키고 학교의 시설을 보호해야 한다는 학부총학의 논리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또한 범국민대회 측의 일방적인 학교시설 이용요구를 학교와 학생이 받아줘야 할 의무도 없었다. 아니, 사전에 허락도 없이 남의 건물을 사용하겠다는 그 무모한 태도야 말로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런 속사정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을 바라보는 언론매체의 태도는 지나칠 정도로 싸늘하기만 했다. 특히 한 칼럼니스트는 학교가 아닌 학생이 전야제 저지의 주체라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다며 한탄 섞인 어투로 본교를 조롱하기까지 했다. 그간의 사정이야 어떻든 간에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치명적인 이미지 실추가 아닐 수 없다. 속사정을 모르는 대외 사람들은 본교를 ‘학생조차도 학교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대학’ 정도로 취급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가장 최근에 발생한 또 다른 사건 하나도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알다시피 지난 10월 28일 새벽 대전역 화물열차 탈선으로 고속철도(KTX)가 연착하는 바람에 일부 수험생들이 수시2학기 입시면접에 지각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요한 것은 이들 지각생 중 동국대에 지원한 15명의 학생만이 학교측의 거부로 시험을 치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다른 학생들과의 형평성이 고려되어야 하고, 구술 면접이 가지는 특수성 때문에 20분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는 학교의 공식 입장은 논리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특히 몇 시간도 아니고 겨우 30분 연착으로 지각 사태까지 초래한 지원학생들의 과실이 훨씬 더 크다.

그러나 이를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는 피해자의 입장이 반영될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거의 모든 언론이 동국대의 사정을 객관적으로 이해해서 보도하기 보다는 다른 학교와의 비교를 통해 그 처사의 몰인정함을 드러내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재수가 없는 사람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고 했던가. 아니나 다를까 본교와 함께 이날 수시 2학기 면접을 치른 서울의 8개 대학 모두는 동국대와는 정반대로 지각한 수험생이 시험을 칠 수 있도록 넓은 아량을 베풀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건으로 말미암아 동국대는 ‘보수적인’ 학교, ‘학생들까지도 학교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학교에 덧붙여, ‘물인정한’ 학교라는 지탄까지 받아야만 했던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올 한 해 본교는 언론과 그다지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하는 느낌이다. 속사정도 모르면서 함부로 재단해버리는 언론의 매정한 태도들, 속사정을 알고 있으면서도 다른 학교와의 극단적인 대비 탓에 본의 아니게 부정적으로 몰리게 되는 억울한 사정들, 이런 불편한 사태를 예상치 못하고 안일하게 대처한 학교와 학생의 처사들. 모두 다 억울하기 짝이 없을뿐더러, 그렇게 때문에 변명의 여지 또한 다분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유야 어떻든 간에 역사적 고투 속에서 어렵게 쌓아온 본교의 이미지가 실추된 채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좋았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은 ‘하루아침’이지만,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시키는 데에는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실추된 이미지를 원상회복하자고는 말하지 않겠다. 다만 아직도 긍정적 이미지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두 번 다시 그것이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주의하자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동국대와 언론매체들 사이의 옳지 않은 궁합, 굿이라도 한 판 거하게 벌여야 하나?

박우성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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