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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사키 나쓰미, 『만약 고교야구 여자매니저가 피터드러커를 읽는다면』, 권일형 옮김, 동아일보사, 2011
자고로 실천하는 자만이 성공한다
[168호] 2011년 10월 31일 (월) 최지운 동화작가

 

         
 

쌀쌀한 가을바람과 함께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찾아왔다. 하지만 올해는 역대 최고 흥행기록인 680만 관중을 달성하며 프로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의 열기와 함성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이런 시기와 분위기에 어울리는 소설을 한 편 소개해볼까 한다.

『만약 고교야구 여자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이란 다소 긴 제목의 이 소설은 작년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를 누리고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기록되었다.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에 엄청난 독자를 거느리고 있는 하루키의 근작을 능가하는 것이기에 이 작품에서 무언가 대단히 심오하고 깊이 있는 철학과 문체를 기대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좌절과 패배의식에 젖어있던 만년 하위 팀의 선수들이 갖은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정상의 자리에 오르거나 혹은 이와 견줄만한 값진 교훈이나 감동을 얻는다’라는 스포츠를 소재로 한 단골 서사에서 흔히 사용되는 플롯이 이 소설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이 작품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물 흐르듯이 술술 읽을 수 있다는 점과 한 번 손에 잡으면 한 두 시간 만에 독파가 가능할 정도로 부담감 없는 분량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이것만 보아서는 전국의 수많은 도서대여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라이트노벨에 가까운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250만이라는 독자들이 이 책에 열광한 까닭은 무엇일까? 주인공 ‘미나미’는 매년 하위권에 맴도는 고교 야구부의 여자 매니저이다. 그저 스코어를 기록하고 뒷정리를 하는 등의 허드렛일을 하는 소소한 역할에 불과한 자리이지만 의욕에 넘치는 그녀는 야구부를 고시엔 대회에 출전할 결심을 세우고는 이를 위해 보다 나은 매니저 활동을 하고자 매니저먼트에 관한 책을 찾는다. 그러나 그녀는 저서의 제목이 <매니저먼트>라는 이유만으로 점원이 추천한 피터 드러커의 경영서적을 망설임없이 골라 읽게 된다. 미나미는 야구와는 전혀 무관한 경영의 지침으로 가득한 책의 내용에 당혹해하지만 이를 곧 야구부에 적용시키는 기발한 착상을 한다. 선수들은 미나미의 매니저먼트로 인하여 자신만의 장점을 살려 팀에 기여하고 서먹했던 팀원들 간의 유대관계도 회복하며 사회공헌에도 이바지하고 고교야구의 전형적인 틀을 깨는 이노베이션에 착수하는 등의 많은 성과를 이루어낸다. 그리고 그들은 마침내 고시엔 대회에 진출한다.

이 책이 여타 다른 스포츠 장르의 서사물들과 차별되는 것은 바로 스포츠에 경영을 접목시켜 현실적인 성장소설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아주 특출한 재능을 지닌 주인공 몇몇이 어떠한 계기로 각성(이는 인물이 될 수도 있고 사건이 될 수도 있겠다)하여 이를 자신과 팀의 성장으로 연결시키는 추상적인 서사전개를 하지 않는다. 철저한 자기 목표와 관리, 계획을 통해 자신의 역량과 잠재력을 키우고 이를 야구부의 발전으로 연결시킨다. 그러한 까닭에 이 책은 마치 고교야구를 관리하는 지도자들을 위한 지침서나 계발서로 착각되는 느낌마저 받는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 현대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의 대표적인 저서인 <매니저먼트>를 저절로 이해하는 부차적인 효과를 누리게 된다.

경영의 중심에 고객이 있다는 피터 드러커의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핵심적인 명제를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의 친근한 시선을 통해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딱딱한 경영서적에 비해 쉽고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리더십과 매니저먼트에 본질에 대한 탐구는 그 어떤 전문서적보다 심오하고 체계적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은 ‘실천의 중요성’이라는 중요한 가르침을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비록 미나미는 야구와는 무관한 서적을 읽었어도 이를 적용하고 실천하는 노력을 기울였기에 자신의 목표였던 모교 야구부의 고시엔 대회 진출을 달성할 수 있었다. 그저 많은 책을 읽었다고 자부하는 지식인들에게는 경종을 울리는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어떠한 책을 읽었다고 말하지 마라. 책을 통해 얼마만큼 더 나아졌고 얼마만큼 더 깊은 정신을 가진 인간이 되었는가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라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픽테투스’의 명언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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