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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 동악의 상상력
[168호] 2011년 10월 31일 (월) 조윤주 편집위원 doolychan@dongguk.edu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다. 동악을 뜨겁게 달구고 있던 학제개편 논란이 막을 내렸다. 김희옥 총장은 학생들과의 게릴라 남산 데이트에서 기업의 목적인 이윤 창출의 잣대로 그간 진행해 왔던 학과 구조조정 계획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한때 혜화전문학교로 3대 사학이라 불렸던 우리대학이 무한경쟁의 시장논리를 적용해 기초학문을 홀대하는 점은 매우 어리석은 짓이라며 남산 위에서 땅을 쳤다. 덧붙여 요즘 같은 시대에 사립대학은 반값 등록금만 실현해도 개념있는 대학이라 불린다는데, 우리대학은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학교답게 무상교육을 전면 실시하겠다고 나섰다. 또한 김희옥 총장은 게릴라 데이트에 몰려든 수백명의 학생들 인파로 못 다한 이야기들을 꼭 나누고 싶다, 학생들과 이야기하니 막혀있던 것이 펑하고 뚫리는 기분이라며, 모든 학생들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설 수 있는 1박2일 엠티를 정기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물론 이건 가상의 뉴스다.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일들이다. 또 지금의 우리대학 사정을 보면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그러나 지금부터 얘기하려는 ‘예스맨’이라면 이 뉴스가 비록 가상일지언정 희망은 남아있다.

2010년에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 <예스맨 프로젝트>의 ‘예스맨’이라 불리는 두 사나이들은 세계무역기구와 같은 세계적 기구부터 다우, 엑손과 같은 글로벌 기업, 미국주택도시개발청과 같은 국가 공기업의 대변인을 사칭하여 ‘사기’를 치고 다녔다. 이름이 ‘예스맨’인 것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환경파괴, 노동착취 등에 대한 아무런 반성 없이 ‘예스’만을 외치는 사람들을 풍자하기 위함이다. 자신들의 행동을 부정적 의미의 ‘명의도용’이 아니라 긍정적 의미의 ‘명의보정(Identity Correction)’이라고 주장한다. 해당 단체와 기업이 실제로 해야 할 일을 알려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기 수법은 간단하다. 이들의 단체·기업의 가짜 홈페이지를 개설한다. 그리고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린다. 마침내 이들의 홈페이지가 진짜라고 믿고 국제회의 참석을 요청하면, 예스맨은 버젓이 회의에 참석에 발표하거나 인터뷰를 한다.

다우 대변인 사건은 그 중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1984년 12월 3일 인도 보팔에서 다국적 화약약품사인 유니온 카바이드 살충제 공장의 사고로 주민 수만명이 사망했다. 현대사에서 가장 참혹한 산업재해였지만, 주민에 대한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2001년 유니온 카바이드를 인수한 대기업 다우 역시 이에 대한 책임을 부인했다. 이때 예스맨이 나섰다. 다우의 대변인을 사칭한 예스맨은 2004년 영국 BBC와 생중계 인터뷰를 통해 “다우의 책임을 전적으로 인정한다.”며 피해자들에게 120억 달러의 보상금을 지급할 것을 약속했다. 방송이 나가고 다우의 실제 대변인이 보상금 지급을 부인하는데 걸리는 2시간 사이 다우 주식이 거의 20억 달러가 폭락했다고 한다. 이 사건이 보팔의 인도 시민들에게 2시간짜리 거짓 희망을 준 것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달리 말하면 보팔의 참사가 20년 만에 세상에 폭로된 순간이기도 했다. 주목해야 할 점은 거대한 시장 경제가 보듬지 못하는 지역과 사람을 감싸 안으려 한다는 점이다. 잠시나마라도 희망을 볼 수 있어서 고마웠다고, 자기들이(다우) 원하기만 하면 훌륭한 일들도 할 수 있다는 점이야 말로 희망이었다라고 보팔의 주민들은 말한다. ‘국제적 악동’이라 불리는 예스맨의 일탈로 인해 우리는 '내일'을 위해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예스맨은 특히 2008년 11월 12일자 가짜 뉴욕타임스를 10만부 찍어 배포한 때를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으로 꼽았다. 이 가짜 신문에는 ‘이라크전 끝나다’, ‘모든 공립대학 등록금 무상’, ‘최고 임금법 통과’, ‘석유 국유화’ 등의 기사가 실렸다. 시민들은 가짜임을 즉시 알아챘다. “자고 일어나니 원하는 모든 게 뉴스가 되어버린 느낌이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가짜 뉴욕타임스의 배포는 기존의 우리가 알고 있던 세계가 아니라 한 순간 만이라도 세상이 다르게 돌아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유쾌한 행동이었다. 우리 역시 예스맨의 하얀 거짓말을 빌려 장식한 서두의 가짜 뉴스에서 동악의 내일을 위한 용기가 꿈틀거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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