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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옛이야기와 놀 때를 주자
서정오, 『옛이야기 되살리기』, 보리, 2011
[167호] 2011년 09월 26일 (월) 우경숙 『어린이와 함께 여는 국어교육』 편집국장

“선생님! 아이들에게 옛이야기 들려줘 보셨어요?” 주변에 있는 선생님들께 묻곤 한다.
“수업 하기에도 목이 아파서.”
“그렇다고 뭐 옛이야기가 훌륭한 고전작품만큼 가치가 있다면 모를까?”, “결말이 너무 극단적이지 않아?” “옛이야기는 ‘막장드라마’ 같아서 좀 그래.”
이 말을 들었을 때 정말 놀랐다. 생각보다 옛이야기의 가치에 대해 모르는 선생님들이 많다. 구비문학의 세계를 모르기에 그 문학성과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다.

정말 안타깝기도 하지만 결국 답은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 표정에 있다. 내가 지켜보기에 아이들은 이야기와 놀 때, 그렇게 행복해할 수 없다. 억압으로부터 마음이 놓여날 때 아이들은 참말 자유롭다. 나는 이야기의 힘을 빌려 아이들 마음을 움직여보려고 애쓰는 선생 중 하나이다. 아이들이 하는 입말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아이들의 마음을 품어주려고 하는 일이다.

신화와 전설, 민담을 아우르는 옛이야기는 삶을 일깨우고 일으키는 힘이 있다. 옛이야기는 그야말로 상상력으로 지은 꿈의 곳간이다. 게다가 대신 겪기의 즐거움과 후련함이 있어 답답한 세상을 뒤집어볼 수 있게 한다.

혹시 옛이야기 공부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서정오 선생님이 쓰신 ‘옛이야기 3부작’을 권한다. 『옛이야기 들려주기』, 『옛이야기 살펴보기』, 『옛이야기 되살리기』. 요즘도 이 책을 곁에 두고 이야기수업에 대한 고민을 붙잡고 다시 읽곤 한다. 특히 『옛이야기 되살리기』는 서사적 구조가 뚜렷하고 욕망에 대해 거침없이 말하는 옛이야기가 과연 어떤 힘을 갖고 있는지 알아본다. 옛이야기가 가진 민중성, 전형성, 비현실성을 알알이 비추어본다.

우리 반 친구들이 옛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들어 놀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생각만 해도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2009년 12월, 3학년 아이들이 학기 마무리 잔치로 연극을 해보자 한다. 연극대본도 직접 써오고 제법 연극놀이를 즐기는 열의가 느껴진다. 그중 규빈이가 써온 「땅속나라 큰 도적」은 모험담에다 화소가 풍부하고 이야기의 전개가 빠른 이야기이다. 아이들이 연극을 준비하고 막이 올랐다. 이야기에서 세 무장(무사)는 젊은 무사를 배신한다. 젊은 무사가 땅속나라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구멍을 막아버리고 자신들이 공주를 구해왔다며 거짓을 고한다. 용케도 땅속 나라에서 무사히 살아 돌아온 젊은 무사에 의해 세 무장의 거짓말이 탄로 나고 셋은 큰 벌을 받게 된다. 이 대목을 규빈이는 연극에서 어떻게 나타냈을까? 세 무장을 교실 바닥에 엎드려 눕혀놓고 양편에 선 두 사람이 곤장을 친다. 쓰레받기를 곤장 삼아. “한 대요!”, “두 대요!” 아이들이 통쾌하게 웃는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순간이다. 이 연극수업 동영상은 아직도 모 포털 사이트에서 ‘여자 곤장 맞는 동영상’으로 검색이 된다.

이처럼 교사가 조금만 이끌어주면 아이들은 가문 땅에 물 스미듯 이야기를 빨아들인다. 이야기는 아이들의 문화를 한결 풍성하게 가꾸어준다. 올해 7월, 4학년 아이들은 1학기 마무리로 『팥이 영감과 우르르 산토끼』, 『도깨비와 범벅장수』 이야기를 연극으로 바꾸어 놀았다. 요맘때 아이들에게는 해학적인 이야기가 참 인기다. 팥이 영감이 죽은 척하고 토끼들을 속이려다 오히려 골탕 먹은 이야기, 농부가 만든 호박범벅 맛에 반해 어떻게든 호박범벅을 계속 먹었으면 하는 도깨비들의 허방. 보는 아이들도, 하는 아이들도 웃음을 참을 수 없다. 마지막엔 갈등과 긴장이 풀리면서 시원한 웃음이 절로 터져 나온다.

이런 게 좋아서 해마다 옛이야기 들려주기를 해마다 이어오고 있다. 학습노동으로 버거운 일상에서 아이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라고 옛이야기를 들려준다. 마음에 맺힌 바 있다면 서로 이야기하고 듣다가 한데 풀리라고 들려준다.

아이들을 치유하려고 들려준다면서 들려주는 내 마음이 더 큰 위안을 받는 것을 느낀다. 무엇보다 아이들 마음 밭을 살피는 일 없이 어찌 배움이 있고 가르침이 있을까? 옛이야기를 공부하는 우리 선생님들에게 해주신 서정오 선생님 말씀도 그렇다. “즐거움과 위안과 치유가 되는 길로 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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