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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학생'들의 행복
[167호] 2011년 09월 26일 (월) 김정원 편집위원 25mylife@hanmail.net

얼마 전 인터뷰 때문에 만난 우리 대학원 원우들 중에는 기혼자가 있었는데, 그 분이 하시는 얘기가 인상적이었다. 본인은 연구 때문에 귀가가 항상 늦고, 아내 되시는 분도 직장 생활을 하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이 너무 적어서 늘 아이에게 미안해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뒤돌아 생각해보니 결혼한 남성의 시각에서도 육아는 현실적으로 당면한 문제인데, 남성보다 육아에 대한 실질적인 고민이나 책임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는 기혼 여성들이 겪는 마음의 부담은 훨씬 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출산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는 현재, 육아 문제는 점차 사회 문제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미 일부 사기업에서는 기관 내 육아 시설을 설치하거나 서비스 지원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정부 역시 직장 내 보육시설 설치를 권장하는 등의 정책으로 일하는 여성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있다. 이런 추세를 보면, 일과 가정이라는 두 가지 사안을 두고 갈등하다가 직장을 그만두거나 회사에서 동료들이나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일은 앞으로 점점 줄어들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이 든다.

그런데 대학원생들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업무가 아닌 연구를 하는 대학원생들의 신분은 학생이다. 학생의 신분으로는 국가나 기업에서 지원하는 정책의 혜택을 받기가 힘들기에 결혼이나 육아 문제를 직접 피부로 느끼는 원우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우리 학교에서는 아직 육아에 대한 지원이 전무한 상황이다. 지난 2006년 학림관에 중구 가정지원센터가 개소하여 교육과 상담, 그리고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대학원생들이 학술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내 대학에서 육아지원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예는 1998년에 개원한 서울대 생활과학대학 어린이집을 들 수 있다. 도내 국립대인 춘천교대와 강원대는 최근 친(親)육아사업을 추진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춘천교대는 ‘대학원 석우돌봄교실’을 운영해 대학원생들이 문제없이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했고, 강원대는 지난해 10월 총장 관사를 개조해 직장보육시설을 설립했는데 교직원과 대학원생 자녀 63명이 이미 등록을 한 상태이고, 만 1세 반의 경우는 대기자가 10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러한 차별화된 대학원 육아지원프로그램은 학교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대학 구성원들이 육아 부담을 덜고 학업이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기여한다.

연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한양대학교 등의 사립대학은 교내에 ‘모유 수유실’을 설치했고, 고려대학교 법학대학원은 여성 원우들의 휴식과 편의를 위해 여성전용공간을 확보하고, 영유아 자녀를 둔 경우, 육아를 위한 탁아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최근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운영하는 미국 대학원에는 임신 혹은 출산했거나 계획 중인 여학생들을 위한 각종 모임과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고 한다. 교내에 모유 수유실을 마련하거나 ‘엄마 학생’ 지원을 위한 활동이나 세미나를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여학생들의 학업을 돕는 것이다. 기말고사와 출산 예정일이 겹치는 여학생에게 과제 제출일과 시험일을 변경해 주거나 여름방학을 이용한 인턴십 과정을 봄 학기 활동으로 대체한 사례도 있었다.

사실 대학에 육아 지원 시설이나 서비스를 당장 시작하는 것보다 먼저 개선되어야 하는 것은 여전히 남아 있는 일부의 보수적인 시각이다. 자녀 양육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며, ‘학생 부모’에 대한 지원과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먼저 인지해야 한다. 육아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대학원생들의 학업과 연구 활동에는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다.

보육시설을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모 기업의 경영자는 ‘직원의 행복이 회사의 경쟁력’이라고 했다. 대학원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부모 학생’들 또한 행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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