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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싶었던 시간들에 대한 고백
삶의 방식을 찾아 떠나는 공동체 여행
[166호] 2011년 05월 30일 (월) 추아영 여행작가

사람들의 가슴 속을 열어보면 누구나 청춘의 시기에 떠났던 크고 작은 여행의 기억이 하나씩 있습니다. 그것은 때로 지난날의 추억이고, 방황과 일탈이며, 열정과 전환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합니다. 저에게도 그런 여행이 있습니다. 누구나처럼 길 위에서 시작된 이 흔한 여행은 일상에 돌아온 지금도 아직 끝나지 않은 현재진행형입니다. 길 위에서의 기억들이 제게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 인생의 꽃을 피워내고 싶다면, 펄떡거리는 청춘의 성장통을 피하지 않고 마주해야만 한다고 말입니다. 아는 것도, 이룬 것도 적은 제가 누군가와 나눌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성장통의 시간들일 것입니다.

   
 
우리는 좋은 삶이란 무엇이고 인생의 소중한 가치들이 어떤 것인지 자라면서 배웁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인가 세상은 그런 가치들은 순진한 소리에 불과하고, 정작 살아가기 위해 필요하고 중요하게 여겨할 것들은 다른 것이라고 말합니다. 누구나 크건 작건 마주하게 되는 이 가치와 현실의 충돌 사이에서, 어쩌면 저는 희망을 찾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청춘의 시간을 잊어 간 어른들의 현실에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한 순응과 좌절어린 타협이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한편 이해할 수밖에 없으면서도 슬픈 미래의 자화상이었습니다. 이런 고민들은 유럽의 시골에 있는 종교 공동체와 생태 공동체를 여행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인 종교적 신앙도 없었고, 도시에서 자라 아르바이트를 제외하면 땅에서의 육체노동을 해 본적도 없었습니다. 도시에서는 종교와 철학이 주는 울림보다는 감각과 욕망을 쉽게 만족시켜주는 세련돼 보이는 문화들이 넘쳤고, 때로 헛헛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정신이 없었습니다. 자연에 가깝지 않아도 모든 것은 쉽게 구할 수 있었고, 책상에 앉아있는 것만으로 할 수 있는 일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짧은 시간이었지만 공동체에서 보낸 날들과 그곳의 사람들의 삶은 제게 다른 방법들을 알려주었습니다. 누구나 혼자 고요히 자신의 안으로 들어가는 침묵과 기도가 필요하고, 판단과 감정으로 지친 마음을 쉬게 하고 내 영혼을 느끼는 일이 필요하다고요. 별을 보며 잠들고, 나무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비를 맞고 땅을 밟으며 온몸으로 일하는 노동이 잊혀지면 안 된다고 말입니다. 그것들이 우리를 깨우고 서로를 사랑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똑똑해지고 많이 가지는 일보다 많이 웃고 행복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여행 그 자체가 소통을 전제로 하는 것처럼, 공동체 여행은 그 자체로 삶의 방식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그래서 도시에 살면서 생각하지 않고 싶다면 피할 수 있는 것들을 여행에서는 원하지 않아도 마주하게 되곤 했습니다. 공동체가 보여주는 삶이, 사람들이, 그리고 내 자신이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 자꾸만 묻게 됐습니다. 내 안의 한계들과 못난 상처들도 다른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드러났습니다. 피할 수 없어서 치열하게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면서, 결국 다른 사람들의 삶과 저의 삶이 하나의 이야기로 겹쳐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모습에서 제 모습이 보였으니까요. 서로가 연결되니 전보다 더 쉽게 마음이 열리고, 믿게 되고, 용서하고, 사랑하고 이해하는 방법들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공동체에서의 삶은 숨기고 싶은 모습도 드러나 부딪히고, 내 마음대로만 하기에는 많은 불편을 감수하며 배려해야 합니다. 늘 깨어있기 위해 부단히 깨어져야하고, 먹는 것이나 자고 생활하고 물건을 갖고 쓰는 일에서도 도시에서라면 간단한데 천천히 돌아가며 해야 하거나 과감히 포기해야 합니다. 기계나 편의 시설을 사용하면 편리할 것도 몸을 더 부지런히 놀려야합니다. 공동체의 사람들도 갈등하고 상처입고 실패하는 일들을 수없이 경험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상처도 따뜻하게 감싸 안기위해 서로에게 배우며 노력합니다. 그 힘은 사람들을 계속해서 꿈꾸고 도전하고 성장하게 합니다. 내 일만 잘 하면 되는 것이 아니고, 내가 조금 잘 하지 못해도 서로 도울 수 있고, 다른 일도 함께 나누어야 한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욕망과 에고에만 갇히지 말고, 서로 연결돼 있다고 말이죠. 좀 더 불편해지고 느려졌지만, 그보다 더 많이 평화롭고 따뜻하게 느껴졌던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굳이 먼 곳의 땅까지 가서 겪어야만 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도 이미 있어왔고 찾을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굳은 몸과 마음이 아주 먼 길을 갔다 돌아오게 했던 것 같습니다. 이 땅에 있는 것들을 더 사랑하기 위해서요. 지금은 꿈과 희망이 깨어질수록 보다 단단하게 다시 태어나 현실에 뿌리내리는 모습들을 전보다 잘 보려합니다. 사실 여행에서 돌아온 후의 시간들은 지난겨울 내내 저의 몸과 마음을 긴 몸살을 앓게 했습니다. 짧은 시간의 경험을 통해 서투르지만 스스로 찾은 것들이 제 굳은 고집 안에서 씨앗을 틔우고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렸고, 돌아온 일상의 자리에서는 현실의 숙제들을 풀어내야하는 일들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도 여전히 넘어지고 길을 헤맵니다. 그러나 제대로 사랑하며 살고, 인생의 꽃을 온전히 피워내는 일은 혼자되는 것이 아니기에 사람들을 만나고 나누는 일들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처음이 낯설고 두려운 만큼, 길의 끝은 설레고 행복했습니다. 가벼워지는 만큼 행복해질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는 사랑하고 싶었던 시간들에 대한 저의 서투른 고백입니다. 제게는 사랑의 기억이며 지금도 이어지는 성장의 여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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