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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아이들
양석일, 『어둠의 아이들』, 김응교 옮김, 문학동네, 2010
[166호] 2011년 05월 30일 (월) 정해성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한국판 서문에 저자 양석일은, 극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그곳(동남아시아와 인도) 아이들의 실태를 목격하고 실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 가운데 하나인 ‘스트리트 칠드런’에 대해 고민하고, 이렇게 소설까지 쓰게 되었습니다. 인간으로서 우리는 이 심각한 문제에 맞서야 합니다. 하고 자신이 소설을 쓴 경위를 밝히고 있다. 때문에 이 소설은 고발이자 호소이다.

정부로부터 고립되어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는 치앙마이의 북부산악지대 마을의 왕파오가 자신의 딸 센라(여덟 살)의 가격을 아동매매춘 조직의 충과 흥정하면서 소설은 시작한다. 왕파오는 이미 이 년 전에 큰 딸 야이룬(당시 여덟 살)을 이 남자에게 팔았고 그 돈으로 냉장고와 40인치 텔레비전을 집에 들였다. 센라의 가격흥정은 충이 왕파오에게 내민 값 비싼 위스키 한 병과 함께 마무리된다.

저자 양석일은 이 두 소녀의 행적을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아동매매춘의 실상을 드러낸다. 성의 노리개가 된 야이룬은 에이즈에 걸린 뒤 검은 봉지에 담겨 쓰레기장에 버려진다. 그곳에서 살아나와 고향에 도착했지만, 이미 온몸에 병이 번져 인간의 형체를 잃은 검은 덩어리가 되었다. 왕파오는 외면하고 싶던 현실을 드러낸 자신의 딸 야이룬(열 살)을 불에 태워 죽인다. 마을의 장로는 “야이룬은 신에게 갔어.” 라고 마을 사람들 앞에서 선언한다. 독자는 둘 째 딸 센라를 통해서 팔려가거나 납치당한 아이들이 어떻게 되는지 알게 된다. 조직은 굶주림과 폭력으로 아이들을 길들인다. 서커스를 하도록 동물을 훈련시키는 방식과 다르지 않다. 그곳을 찾은 여러 나라의 아동성애자들은 죄책감 없이 아이들을 성 노리개로 삼고, 심지어 어린 남자아이들의 성기에 호르몬제를 투입하기도 한다. 아이들의 최후 종착지는 다름 아닌 죽음이다. 호르몬제를 너무 많이 투입 당한 아이(타놈)는 얼굴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다, 온몸의 구멍에서 피를 쏟으며 죽는다. 센라는 심장이 약한 일본 아이의 심장이식 수술을 위해 산 채로 심장을 적출 당한다. 장기의 가격은 수술비용까지 합쳐서 심장은 사천만 엔, 신장이 이천만 엔, 그리고 폐, 위, 대장, 눈, 피부, 뼈, 뇌 등이 다 합쳐서 칠천만 엔이다. 장기가 신선할 때인 하루에 몇 군데의 병원에서 그 모든 장기의 수술이 이루어진다. 뼈나 피부, 눈은 실험용으로 미국 병원에 보내진다.

이와 같이 아동매매춘의 실상을 고발하는 내용이 소설의 한 축이라면, 이런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아동매매춘을 저지하려는 사회복지단체 직원들의 사투가 소설의 또 다른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범죄를 막기 위해, 국제회의에 참가하여 실태를 보고하고, 경찰 당국과 정치가 그리고 조직의 일원에게 반인륜 행위를 그만 둘 것을 호소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협박과 폭력 그리고 외면이다. 직접 범죄 현장에서 아이들을 구하려 하거나, 쓰레기 처리장에서 버려진 아이를 찾으려 하거나, 돈으로 아동성애자를 매수해서 범죄행위를 카메라에 담아 증거로 삼으려 하거나, 언론의 힘을 빌려 사건을 기사화하는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동원하고 마지막에는 전국통일대행진 집회에 참가한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희망을 걸었던 그 집회마저 경찰, 정치가, 조직들이 결탁하여 수포로 돌린다. 그들의 목숨을 건 노력이 연속하여 좌절될 때, 또한 실제로 그들이 목숨을 잃어갈 때, 우리는 우리가 믿고 있는 정의가 얼마나 무력한 외침인지 실감하게 된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일일까? 만약 그렇다면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자발적으로 스트리트 칠드런이 되는 아이는 없다. 소설의 무대인 타이는 캄보디아와 국경전쟁 중이다. 국경에는 난민캠프에 난민들이 수용되어있다. 아감벤의 말을 빌면 이들은 법의 바깥에 놓인 벌거벗은 생명, 호모 사케르이다. 이들은 가난에 못 이겨 아이를 판다. 그렇지 않으면 길거리에서 구걸하던 아이들은 납치를 당한다. 그곳에서 몇 십 킬로미터만 벗어나면 부유한 사람들이 안전하게 쇼핑을 하는 번화가가 있다. 가난(양극화)과 전쟁, 이 모든 것의 근저에는 배금주의, 달리 말하면 신자유주의(현대판 제국주의)가 자리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국가 단위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을 공격하고, 세계 단위에서는 가난한 국가를 공격한다. 김동춘의 저서 『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에서 볼 수 있듯 시장과 전쟁은 애초에 분리불가능하다. 타이의 경우 국경분쟁이라고는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여전히 제국주의적인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난민들이 발생하고 있다. 유엔 난민기구UNHCR가 발간하는 「세계 난민 현황」의 최근 보고서는 난민들의 수를 약 2,21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난민들도 상당수이다. (『쓰레기가 되는 삶들』, 지그문트 바우먼, 새물결, 2008, p. 145) 소설의 한 대목에서 저자 양석일은 열다섯 살 미만의 매춘을 강요당하는 아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이백오십만 명에 달하며 스트리트 칠드런의 수는 이천만 명 또는 삼천만 명이라고 했다. 이 통계들은 이 소설이 보여주는 끔찍한 현실이 타이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러한 숫자들은 진실을 담기에는 부족하다. 때문에 저자는 문학으로써 문제의 심각성을 세상에 알리고자 한 것이다.

부끄럽고 끔찍한 문제들에 대한 가장 부끄럽고 끔찍한 응답은 외면이다.

인간으로서 우리는 이 심각한 문제에 맞서야 합니다. 라고 외치는 절실한 저자의 목소리에 우리는 외면이 아닌 직시로 응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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