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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배움터 대학원 탐방기
봄비에 촉촉이 젖은 천년고도의 동악(東岳)
[165호] 2011년 05월 02일 (월) 구자룡 편집장 flue-9@hanmail.net

 

지난 4월 22일 아침, 화창했던 봄날의 햇살은 겨우내 꽁꽁 언 대지를 적시는 봄비로 바뀌어 있었다. 상쾌한 봄나들이는 순식간에 우중(雨中)여행이 됐고, 가느다란 봄비는 무심하게도 다 낡아버린 신발 끝을 적시고야 말았다. 하지만 천년고도를 향한 두 청년의 기대를 봄비 따위가 어찌 막을쏜가. 비 내리는 경부고속도로를 달려 우리는 경주에 도착했다.

수더분한 경비아저씨와의 만남

   
학내는 여유롭고 한산했다. 탁 트인 교정의 모습은 건물이 덕지덕지 엉겨붙어있는 ‘필동3가’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정문을 지나쳐 수위아저씨께 길을 물었다. 사투리를 쓰시는 수더분한 아저씨는 학교 곳곳에 무엇이 있는지 가르쳐주셨다. 묻는 이가 누군지 궁금해 하지도 않으셨고, 왜 여기에 와서 그런 것을 물어보냐는 묻지도 않으셨다. 심심하던 차에 말을 걸어주어서 고맙다는 듯이, 감사 인사를 하고 돌아선 후에도 아저씨는 학내 건물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동대신문사 명패에 이끌려

처음으로 찾아간 곳은 동대신문사였다. 굳이 찾아갈 생각은 없었으나 지나가다 눈에 들어온 ‘동대신문사’ 명패를 본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안으로 이끌려 들어갔다.

서울에서 온 낯선 이들의 갑작스런 방문에 한 직원분은 흠칫 놀란 눈치였으나 곧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간단히 소개를 하고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우리는 서울배움터 신문이 발행 직후 100부씩 경주에 내려온다는 것과, 각각 50부씩 중앙도서관과 본관에 배부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대학원신문 배부에 신경을 써달라는 인사를 남기고 서둘러 그곳을 나왔다. 동대 신문사를 나설 때쯤 빗줄기는 가늘어져 있었다.

총학생회와 신문사의 첫 만남

두 번째로 찾은 곳은 원효관 2층에 위치한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실이었다.(원효관은 학부 불교문화대와 인문과학대와 함께 대학원이 사용하는 건물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총학생회실에 들어서니 입구 쪽 절반은 원우들을 위한 휴게공간으로 깔끔히 꾸며져 있었다. 다도를 즐길 수 있는 냉온수기와 티백들이 정리정돈되어 한쪽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둘러서 앉아 담소를 나눌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들이 중간중간 배치되어 있었다. 그 공간을 쭉 통과하면 칸막이로 나뉘어 있는 공간이 나왔고 칸막이의 안쪽으로 들어서니 대학원 총학생회 업무공간인 것 같은 사무실이 보였다. 마주보고 자리한 몇 개의 책상 위에는 컴퓨터, 프린터 등이 놓여 있었고, 벽면에는 학생회 상근표와 연락처 등이 붙어 있었다. 우리는 잠시 자리를 비운 상근자에게 연락을 취해 한 시간 뒤에 다시 그 곳을 방문하기로 하였다.

멀지만 같은, 하나의 ‘일반대학원’

다음 방문지는 본관 교무팀이었다. 2011년 대학원 전담부서가 생긴 서울배움터와는 달리, 이곳은 교무팀 직원 한 분이 대학원업무를 담당하고 실무는 단과대별로 분담되어 있는 형태였다.

그곳에서 우리는 전체 대학원 운영에 관한 몇 가지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경주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원우들은 입학정원이 100명이었으며, 현재 석 · 박사과정 재학생이 총 170여명 가량이라는 것이다. 또한 대학원 업무를 전담하는 교직원에 의해, 첫째, 올해 분리 건설된 총학생회와는 달리, 일반대학원의 입학과 학사관리 등의 대학원 핵심 업무는 아직 서울로부터 이곳으로 분리 · 이관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둘째로 일반대학원 재학생의 학적은 모두 서울배움터에 있고 따라서 장학 · 복지제도는 서울 · 경주를 불문하고 대학원생 모두가 동일하게 적용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셋째로 이곳 일반대학원도 2학기부터 유드림스(UDRIMS, 학사행정연구시스템) 분리를 비롯하여 행정업무를 서울로부터 분리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대학평가에서 양 캠퍼스를 분리한 것, 신임 총장이 각각 취임한 것, 그리고 대학원이 분리되는 것 등이 주는 득과 실을 따지며 본관을 서둘러 나왔다. 아까 약속했던 한 시간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학생회의 염려와 대학원의 과제

‘분명 아까 왔던 곳인데…’ 두 개의 건물을 헤매고 수차례의 전화통화 끝에 한 시간 전 그곳을 어렵사리 찾을 수 있었다. 1대 총학생회 학술문화국장을 만나 학생회 운영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듣게 되었다. 2층 학생회 공간은 절반으로 나누어 원우들이 쉴 수 있는 휴게실로 활용하고 있었다. 같은 건물 3층의 학생회 공간은, 학기별로 사용신청을 받아 개인사물함과 함께 일반대학원 전용도서관으로 배정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문화국장은 대학원 전용강의실이 배정되지 않은 탓에, 수업이 안정감 있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조심스레 덧붙였다. (실례로 대학원 수업이 진행 중인 강의실을 학교 측에서 다른 용도로 사용 예정해 놓아 수업이 중간에 중단된 경우도 있다고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한 상황이라는 생각에 우리도 기자이기 이전에 같이 대학원에서 생활하고 공부하는 동료로서, 말도 안 되는 일이 현실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통감하며 더 나은 환경을 위해 안건을 제안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자비로운 부처님의 염력을 기원하며

교정에는 부처님오신날 연등이 나무사이사이에 가지런히 걸려있었다. 곳곳에 붙어있는 젖은 벽보를 보니 취재방문 전날 연등행사도 열린 듯 보였다. 평온한 교정, 여유로운 걸음들, 따스한 봄비에 나뭇가지마다 새순들이 들쑥들쑥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차 시간의 여유가 없어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왔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우리는 중앙도서관 옆 처마 구석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말없이 연기를 내뿜었다.

   
 
과거 알제리 출신 프랑스 철학자 루이 알튀세르(Louis Althusser)가 말한 것처럼, 진정 교육기관이라는 곳은 지배적 이념을 세뇌하는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편안해 보였던 이 교정의 고요함과 한적함 뒤에 우리가 미처 짐작하지 못하는 이면(裏面)이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오히려 ‘필동3가’의 복잡함이 그리워지려고 했다.

돌아오는 새, 봄비는 세상에 흩뿌리기를 멈추었다. 봄비 탓에 걱정스러웠던 이번 취재는 결국 그 덕에 눈부신 햇살에 감춰져있던 하늘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는 화창한 날에 다시 경주배움터를 방문해서, 어둡고 축축해 느낄 수 없었던 천년고도 동악의 미세한 숨소리를 다시금 느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긴 취재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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