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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증폭사회
김태형, 『불안증폭사회』, 위즈덤하우스, 2010.
[164호] 2011년 03월 28일 (월) 홍석진 극작가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

-어느 심리학자의 대한민국 정신 해부 보고서

벨기에의 작가 모리스 메테를링크가 쓴 『파랑새』는 파랑새를 찾는 한 남매의 여정을 그린 작품이다. 이는 어딘가에는 분명 행복이 있을 것이란 희망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우리 인생을 은유하여 큰 감동과 공감을 이끌어낸다. 그리고 우리는 그 파랑새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21세기도 10년이 훌쩍 지나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서도 이는 통용되는 말일까? 정말 행복의 파랑새는 우리 곁에 있는 것일까?

반세기 전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이라는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룩한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7대 교역국의 반열에 오르는 나라가 되었으며, 최근 미국발 경제 위기 속에서도 가장 빨리 위기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실제 우리들의 삶은 그만큼 행복해졌을까? 누군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라고 묻는다면 선뜻 ‘그렇다’라고 답할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는 통계 지표에도 나타난다. 세계 30개 주요 국가들의 행복지수를 비교한 결과 대한민국은 최하위권인 25위를 차지했다. (일본은 18위, 미국은 20위를 차지했다고 하니 행복은 경제순이 아닌 모양이다.) 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중 1위를 달리고 있는 다음의 성적표를 보자. 근로시간 1위, 노동유연성(해고의 유연성) 1위, 비정규직비율 1위, 산재사망자 1위, 이혼율 1위, 자살률 1위, 출산율 꼴찌(뒤에서 1위). 이런 상황에서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한 일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참담한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쩌다가 이렇게 불행해졌을까? 『불안증폭사회』의 저자 김태형은 심리학자의 눈으로 그 원인을 차근차근 파고든다. 그는 우선 우리 사회가 불안과 공포에 점령당했다고 진단 내린다. 지난 IMF경제위기 이후 빠르게 신자유주의 경쟁체제로 휩쓸려갔고,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치열한 경쟁체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안과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는 것이다. 불안과 공포는 그것 자체로 엄청난 스트레스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불안과 공포를 안고서는 절대로 행복해질 수가 없는 것이다.

이에 저자는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면면을 9가지의 코드(이기심, 고독, 무력감, 의존심, 억압, 자기혐오, 쾌락, 도피, 분노)를 축으로 분석한다. 그 속에는 한 심리학자가 바라 본 우리의 자화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왜 그렇게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은지, 젊은이들은 왜 그렇게 스펙에 열중하는지, 미혼남녀들은 왜 결혼을 하지 않는지, 신혼부부들은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 등등 다양한 방면의 문제들을 꼼꼼하게 차근차근 살펴 내려간다.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 한국인들이 정녕 원했던 삶은 집 한 채 마련하기 위해 평생을 바쳐야 하는 그런 삶이 아니었다. 자기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이웃들과 치고받는 그런 삶은 더더욱 아니었다. 사람은 돼지가 아니므로 물질만으로, 돈만으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사람답게 살아야 행복해질 수 있다.’

어쩌면 우리는 우리 곁에 있는 파랑새마저 불안과 공포로 말살시켜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서 파랑새가 죽고 나면 그때 우리는 어디에서 파랑새를 찾아야 할까. 그 다음 파랑새를 따라 죽는 것은 분명 우리가 되고 말 것이다. 그렇기에 더 늦기 전에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만 한다. 그러나 어떻게?

저자는 우리가 불안한 것은 마음의 병이 들었기 때문이며, 우리를 병들게 한 것은 병든 한국사회라는 것을 의식하는 것에서 출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병을 자각하고 진단한 후에야 병을 고칠 수 있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리고 개인이 할 수 있는 세 가지 실천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인간관계를 재검토한다. 자신이 왜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받는지 냉철하게 돌아보고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부터 회복해 나가는 것이다. 둘째, 건강한 공동체를 찾는다. 개인만의 분투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함께 마음을 나누고 무력감과 고립감을 벗어나기 위해 건강한 공동체를 찾으라는 것이다. 셋째, 사람 중심의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치적인 참여를 모색한다.

우리는 이제 생사의 기로에서 선택을 해야만 한다. 이대로 불안과 공포 속에서 짓눌려 불행한 삶을 이어갈 것인가. 아니면 죽어가는 행복의 파랑새를 살리기 위해 작은 행동이라도 실천할 것인가.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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