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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개의 고양이 눈
최제훈,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자음과모음, 2011.
[164호] 2011년 03월 28일 (월) 서희원 문학평론가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에 있는

일곱 개의 고양이 눈

 

최제훈의 장편소설 『일곱 개의 고양이 눈』(이하 『눈』으로 약칭)은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이야기의 병치와 결합, 해체를 통해 새로운 서사를 창안하는 그의 방식을 잘 보여주는 구성을 가지고 있다. 장편이라고 인쇄되어 있지만, 이 소설은 네 편의 중편으로 이루어진 연작소설로도, 개별적인 작품집으로도 읽을 수가 있다. 이 복잡한 서사를 요령 있게 정리하긴 어렵지만, 대강의 이야기들은 이렇다. 외진 산장으로 초대 받은 연쇄살인사건 동호회 ‘실버 해머’의 여섯 회원들이 경험하게 되는 꿈과 현실이 뒤엉킨 살인의 이야기(「여섯번째 꿈」), 시간 속에서 서로 미묘하게 연관된 인물과 사건의 잔혹한 인과(「복수의 공식」), 번역하는 소설과 소설이 되어버리는 일상, 불면증을 통해 경계가 깨어진 꿈과 현실, 세헤라자데를 연상시키는 동거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환각의 끝없는 반복(「π」), 완독하지 못하고 사라진 책의 나머지 내용을 완성하는 소설가와 그가 상상한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배우와 살인자의 기묘한 이야기(「일곱 개의 고양이 눈」). 개별적인 서사로 읽어도 충분히 흥미로운 이 네 가지 이야기들은 동일한 인물과 소재를 공유하며 하나의 거대한 미로의 형상으로 완성된다. 최제훈이 복잡한 미로의 형태로 완성하고자 했던 서사는 그의 표현에 따르자면, “완성되는 순간 사라지고, 사라지는 순간 다시 시작되는 영원한 이야기”이며, “무한대로 뻗어나가지만 결코 반복되지 않는 파이(π)”(282)와 같은 소설이다.

입구와 출구가 있지만 아무도 나오지 못하는, 그런 의미에서 공간이 무한히 확장하는 미로를 만들고 싶은 것이 건축가의 욕망이라면, 소설가의 욕망은 “무한대로 뻗어나가지만 결코 반복되지 않는”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리라. 이런 점에서 보르헤스의 소설, 그중에서도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은 최제훈의 작품을 읽기 위한 선구적 주석서와 같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소설 연구가 스티븐 알버트는 “마지막 페이지와 첫 번째 페이지가 동일해 무한히 계속될 수 있는” 소설 속 소설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을 설명하며 이렇게 얘기한다. “서로 접근하기도 하고, 서로 갈라지기도 하고, 서로 단절되기도 하고, 또는 수백 년 동안 서로에 대해 알지 못하기도 하는 시간의 구조는 모든 가능성을 포괄하게 되지요. 우리는 이 시간의 일부분 속에서만 존재합니다. 어떤 시간 속에서 당신은 존재하지만 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 또 다른 시간에 …… 나는 하나의 실수이고, 유령일 겁니다.” 최제훈의 전작 󰡔퀴르발 남작의 성󰡕에 담긴 「그녀의 매듭」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또한 이렇게 얘기한다. “내 안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삶이 공존한다. 내가 선택한 삶과 선택하지 않은 삶. (…중략…) 내 삶은 다시 두 갈래로 갈라진다. 머리가 반으로 갈라진 플라나리아처럼 하나의 몸통에서 뻗어 나온 두 개의 촉수가 제 각기 새로운 기억을 축적해간다. 다시 네 개로, 여덟 개로, 열 여섯 개로…… 무한 분열하는 촉수들이 꿈틀거리며 저마다의 기억을 주장한다. 서로 몸을 밀치다가 끊어지기도 하고, 두 개의 촉수가 뒤얽혀 매듭으로 묶이기도 하면서. 지금의 내가 선택하지 않았기에 알지 못하는 삶. 알지는 못하지만 그 속엔 변함없이 내가 존재하는……”(「그녀의 매듭」, 『퀴르발 남작의 성』)

보르헤스와 최제훈의 구절들을 병치하며 좀더 흥미로운 유희를 즐기고 싶지만, 이 지면이 허락할 수 있는 분량에 글이 근접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에서 결론으로 들어가자. 이 미로와 같이 복잡하고 무한히 증식하는 이야기는 보르헤스의 언급에 따르자면, “해답이 시간인 하나의 거대한 수수께끼, 또는 우화”이며, “우주에 대한 하나의 이미지”이다. 최제훈의 언급에 따르자면, 그의 소설이란 무한 분열하는 시간들이 뒤얽힌 “매듭”이다. 그렇기에 최제훈의 장편소설 『눈』(이상 『일곱 개의 고양이 눈』으로 총칭)은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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