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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토피아
박해천, 『콘크리트 유토피아』, 자음과모음, 2011.
[164호] 2011년 03월 28일 (월) 조형래 대중문화평론가

 

아파트라는 인공낙원

 

지금 당신은 어디에 살고 있는가? 혹시 아파트, 또는 그것과 유사한 형태의 주상복합 또는 빌라 등에 살고 있진 않은가? 한국인의 절반 이상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고 하니 이것이 그리 무리한 질문은 되지 않을 것이다(전상인, 『아파트에 미치다-현대한국의 주거사회학』, 이숲, 2009, 23쪽). 그리고 실제로 그곳에 살고 있는 이들이 콘크리트 일색으로 비슷비슷하게 지어진 건물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거나 자연을 그리워하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면서 나중에 로또에라도 당첨되게 되면 “저 푸른 초원 위에 / 그림 같은 전원주택을 짓고 / ‘이 어메이징한’ 우리 님과 / 한 평생 살고 싶어”와 같은 도시탈출을 감행할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에게 이것은 미망에 불과하다. 무엇보다도 일단 서울 또는 수도권에 자신의 명의로 된 아파트 한 채를 장만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어렵게 구입한 아파트의 평수와 시세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보다 물정에 밝은 사람들에게는 투자가치가 높은 지역의 넓은 신축 아파트나 주상복합으로 옮겨가는 일이 더욱 시급한 문제로 여겨질 것이다. 이미 그런 곳에 거주하고 있는 이들은 그렇지 못한 이들로부터 자신들을 구별하기 위해 소위 ‘사회지도층’으로서의 라이프스타일의 차별화에 주력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이 모든 이들이 종종 자신들의 삶에 무미건조함을 느끼고 전원을 동경하면서 여행을 떠나거나 은퇴 후 시골에서의 생활을 꿈꾸곤 하는 것도 사실일 터이다.

이처럼 오늘날 한국인들의 일상을 아파트와 분리시켜 생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은 누구나 바라마지 않는 거주공간의 이상적인 형태인 동시에 재산의 보존과 증식을 위한 일반적인 수단으로써 욕망되고 있다. 따라서 아파트 가격의 폭등 그리고 그로 말미암은 투기 붐 등의 문제가 되풀이해서 출현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아파트 공화국』이나 『아파트에 미치다』와 같은 책이나 아파트 문제를 다룬 많은 기사가 아파트라는 공간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그러므로 당연한 일이다. 그것은 한국의 급속한 산업화를 견인한 군사문화와 토건문화의 결탁에 의해 대량생산되기 시작한 획일적인 주거형태로 출발했고, 영동지구와 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개발 붐을 계기로 부동산 가격을 비정상적으로 폭등시켜 특정한 집단/계층에게만 부당이익을 취하도록 했을 뿐 아니라, 중산층으로 진입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을 적극적으로 모방하도록 부추겼으며, 따라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을 요원한 일로 만들었다. 이로 말미암아 집을 주거 공간이 아니라 투기와 과시의 장소로 여기는 속물의식이 일반화되었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전부일까? 이를테면 나는 아파트 단지를 무대로 성장한 여러 신도시 키드를 알고 있다. 그들은 이러한 비판이 전적으로 옳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체성과 아파트를 분리시켜 생각하지 않으며 또한 그럴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이 이룩한 성취를 자신이 보유한 아파트의 평수와 가격으로 증명하고자 하는 대다수의 중산층들은 대체 어떤 존재인가. 또한 보다 나은 환경의 아파트와 주상복합에 거주하고자 하는 이들의 존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일반적인 비판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비뚤어진 욕망에 사로잡힌 괴물에 지나지 않게 된다.

박해천은 이러한 의문에 적극적으로 답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사실상 아파트를 둘러싼 일상의 장치(dispositif/apparatus)들이 한국인 일반의 욕망을 구성하고 견인해 온 구체적인 진화의 내력을 해명한 최초의 책이다. 이 욕망의 경제, 궁극적으로는 정치를 통해 아파트라는 콘크리트 괴물은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인공낙원 또는 유토피아로 변모하게 되었다. 시선, 아파트, 꽃무늬를 의인화한 3개의 화자 그리고 1명의 중산층 화자를 등장시킨 1부가 픽션의 형식을 빌려 그것을 해명한다면 2부는 그러한 장치들이 도입된 구체적인 사정에 관한 팩트에 충실하다. 소설 및 각종 신문잡지의 기사와 다양한 도판 등을 섭렵한 저자의 박람강기는 덤이다. 아파트에 거주하거나 주거의 장소로서 그곳을 간절히 욕망하면서도 아파트 공화국에 대한 가차 없는 비판에 의해 의구심과 죄책감을 동시에 품었던 사람이라면 필독해야할 책이다. 아울러 한국 인문학 글쓰기 형식의 새로운 진화를 목격하고 싶은 사람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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