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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하는 근대, 불확실성 시대의 삶
『모두스 비벤디 : 유동하는 세계의 지옥과 유토피아』
[163호] 2010년 11월 15일 (월) 김혜인 국문학과 박사과정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은 『액체 근대』에서 유체의 ‘가벼움’과 ‘무게 없음’에서 연상되는 이동성과 무일관성을 바탕으로 근대 역사에서 새로운 단계인 ‘오늘날’의 속성을 파악하고자 할 때 ‘유동성’이나 ‘액체성’이 적합한 은유라고 말한 바 있다. 물론, 『공산당선언』의 “견고한 것들을 녹이는 것(melting the solids)”으로서의 근대성을 염두에 둔다면, 이러한 ‘유동성’과 ‘액체성’은 근대성의 일반적인 속성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그문트 바우만은 근대성의 이러한 속성의 목적이 “세습된 결함투성이의 고체들을 다른 세트의 고체들, 훨씬 향상되고 마음에 들게 완벽해진, 그리하여 더 이상 바꾸지 않아도 될 세트로 바꾸는 것”이었다며, 그것은 “지속적인 고체성(solidity), 우리가 믿고 의지할 수 있고 이 세상을 예측 가능하도록 만들어주고 이에 따라 통제 가능하게 해줄 고체성을 발견하거나 발명하려는 바람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유동적 근대성의 시대인 현재 녹고 있는 것은 개인들의 선택들을 집단적 기획이나 행동들과 연결시켜주던 유대관계들이며, 그리하여 액화하는 힘은 ‘체제’를 ‘사회’로, ‘정치’를 ‘생활정책들’로 바꾸고, 사회적 공존의 ‘거시적’인 차원은 ‘미시적’인 차원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액체 근대’ 시리즈의 가장 최근작이 바로 『모두스 비벤디』(원제-Liquid Times: Living in Age of Uncertainty, 2007)이다.


『모두디 비벤디』의 서두에서 지그문트 바우만은 현대사회에서 이미 일어났거나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에 주목한다. 그에 의하면, 근대성이 ‘견고한’solid 국면에서 ‘유동하는’liquid 국면으로 바뀌었고, 과거의 경우 근대국가가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던 권력 가운데 상당 부분이 오늘날에는 정치적으로 규제받지 않는 전지구적 공간으로 이전되었으며, 과거에는 개인이 실패하거나 불행해지면 공동체가 보호해주는 국가 공인 장치가 있었으나 이제는 그런 장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또한, 장기적인 안목으로 생각하고 계획하며 행동하던 유형이 무너지고 오랫동안 이런 유형을 유지해주던 틀인 사회구조들도 사라지거나 약해지고 있으며, 순식간에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당혹스러운 일들을 해결해야 하는 책임을 이제 개인이 떠맡게 되었다. 이 책은 이러한 불확실성의 원인을 탐구하는 일, 그러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그런 장애물들을 통제하려 할 때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도전에 대처할 능력을 가로막는 걸림돌을 드러내는 일에 논의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리하여 지그문트 바우만은 『모두스 비벤디』에서 우리 시대의 ‘열린 사회’에 깃든 가장 사악한 괴물인 공포를 부화시키고 키운 것이 바로 현재의 불안과 미래의 불확실성에 있다는 점, 근대적 삶의 방식이 전지구적으로 확산되어 이 지구의 가장 먼 경계까지 퍼져나가 ‘중심’과 ‘주변’을 나누는 경계, 즉 ‘근대적’ 삶의 형태와 ‘전근대적’ 삶의 형태를 나누는 경계가 사라졌다는 점, 과거 공동체와 조합의 역할을 개인들이 떠맡으면서 이제는 개인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살피며, 스스로를 보호하고 구제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도처에 위험이 숨어 있다는 공포와 실존적 불안에 대한 의식이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는 점,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 불안한 사회적 지위, 실존적 불안 속에서 근대의 도시는 전지구적 권력들과 지역적인 의미들, 정체성들이 서로 만나서 부딪히고 싸우며 해법을 모색하는 무대나 전투장이 되었다는 점 등을 세밀하게 밝히고 있다. 그는 우리사회의 유동하는 근대, 불확실성 시대의 특징을 예리하게 포착해서 조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현재의 한국사회 역시 유동하는 근대, 불확실성 시대의 특징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자유주의 시대 자본의 전지구화에 편승해 FTA를 비롯한 세계 여러 국가/지역들과의 경제적 제휴를 통해 국내 자본주의 체제의 부작용이나 모순을 은폐·극복하려고 시도하거나, 동아시아 평화 정착과 공존공영의 기치를 내걸면서 그 이면에서는 ‘천안함 사태’의 처리과정에서 보듯, 남북한 긴장관계를 조성하는 것을 통해 패권 국가인 미국의 헤게모니 하 동아시아 지역질서 재편에 가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그러한 시도나 움직임 속에서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개인들에게 끊임없이 ‘공포’를 유발하고 있으면서도 결코 그러한 개인들이 공포에 대처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사회 역시 유동하는 세계의 디스토피아에 다름 아니다.


따라서 이제우리 역시 이러한 한국사회의 불확실성의 원인을 탐구하고, 그러한 탐구에 있어서 장애 요인가 무엇인지 따져보아야 할 때이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모두스 비벤디』는 이런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해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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