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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보편적인 기회
[163호] 2010년 11월 15일 (월) 조정우 편집위원 www.dgugspress.com

얼마 전 1인 밴드 ‘달빛요정 역전만루홈런’의 유일한 멤버 이진원이 세상을 떠났다. 홀로 생활하던 지하 월세방에서 뇌출혈로 쓰러져 있던 것이 지인에게 발견되었다고 한다. 평소 그의 음악을 좋아했던 필자에게는 무척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평생 루저들을 위해 노래했던 그는 결국 끝내 역전만루홈런을 치지 못한 채 하늘나라로 떠나고 말았다. 이제 어떤 이가 그만큼 찌질한 사람들의 삶을 잘 노래할 수 있을까 싶다.


한편, 인터넷에서는 달빛요정의 음원 수익금을 도토리로 지급한 한 포털 사이트에 대한 비판이 줄을 잇기도 했다. 주로 권력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던 그의 노래들이 방송금지곡으로 분류됐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들을 지켜보면서, 한국 사회의 암울한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보게 된 기분이 드는 것은 단지 필자의 지나친 감상 때문일까.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여러 가지 꿈을 품었다. 무엇보다도 하고 싶은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게 된 것이 기뻤다. 취업이 안 되니까 대학원으로 도피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 앞에서 의연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학업에 대한 꿈 때문이었다. 취업에 성공해서 경제력을 가지게 된 친구들 앞에서 작아지는 나 자신을 다잡을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꿈 때문이었다. 아마도 동악에서 학업에 정진하는 대학원 원우들이라면,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어느 순간, 현실이 천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학부 등록금이 동결됐던 순간에 대학원 등록금은 6%나 올랐다. 장학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들이 점점 줄어들었다. 누군가는 조교로 일할 수 있는 곳들을 찾아 백방으로 뛰어다녔고, 어떤 이는 주어진 업무를 학업보다도 먼저 처리하느라 날마다 파김치가 되는 생활을 했다. 그 와중에도 열심히 수업 준비를 하고, 레포트를 제출하고, 시험을 보고 논문을 썼다. 그런데 앞을 바라보니, 여전히 미래는 불투명하기만 하다. 경제적인 무리를 감수하고서라도 유학을 준비하거나, 다시 취업을 고민하거나, 여태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학업을 계속해야만 한다. 과연 우리는 루저일까, 아닐까.


故 이진원씨가 놓여 있었던 절대적인 빈곤 상황에 비교한다면, 배부른 고민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필자의 아버지는 나의 고민에 대해 ‘그 나이 때라면 반드시 해야 하는 당연한 고민’이라는 말로 위안을 주기도 했다. 그럴 수도 있겠다. 우리들은 언젠가 직업을 가지게 될 것이고, 세상에 적응해서 어떻게든 생존할 것이다. 그러나 그 생존의 길 또한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비교적 열려있다는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조차 해결되지 못하는 고민이 사회로 나갔을 때 해결될 리 만무하다.


결국 문제는 공정하고 보편적인 기회다. 가난한 음악인에게 정당히 지불해야할 음원 수익금을 도토리로 지급하는 사회에서, 사상의 자유로운 표현 때문에 생계를 위협받을 수도 있는 사회에서 우리는 그런 공정하고 보편적인 기회를 발견하기 힘들다. 최근 이명박 정부는 ‘공정한 사회’라는 슬로건을 앞세우고 나왔지만, 최근 한국 사회가 젊은 세대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은 가진 자들에게만 공정하게 보이는 현실의 모습들이다. 우리는 누구나 이 사회에서는 꿈만, 혹은 노력만 가지고는 안 되는 일도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우고 있다.   


최근에는 ‘수퍼스타K’라는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인생역전을 이룬 허각이 화제다.  언론에서는 연일 ‘88만원 세대의 절망을 이겨낸 입지전적인 인물’로 그를 선전한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허각을 통해서 희망을 발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한편으로 우리 모두가 허각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현실에서 우리들 대부분은 허각이 되고 싶지만 매일같이 역전홈런의 꿈만 꾸는 달빛요정들이다. 그러나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달빛요정이 저항을 노래했던 것처럼, 우리도 공정하고 보편적인 기회를 달라고 사회를 향해 끊임없이 노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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