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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서평]용산, 무자비한 소통불능의 보통 명사
[160호] 2010년 04월 12일 (월) 이창현 국어교육학과 석사과정

김성희 외 5명, 『내가 살던 용산』, 보리, 2010

 

죄와 병은 널리 알려야 하기에, ‘용산 참사’는 이런 식으로나마 계속해서 회자 되어야 마땅한 사건이다.

작년 초, 정부는 경찰특공대를 동원해 용산에서 가게를 운영하던 철거민 5명을 불태워 죽였다. 그런데 1년이 다 가도록 제대로 된 사과 한 번 하지 않았다.

철거민 다섯 명 말고도 특공대원 한 명이 용산에서 목숨을 잃었다. 검찰은 그의 죽음을 철거민들에게 물었다.

특공대장을 비롯해 용산경찰서장 및 경찰 간부들은 1월 20일 당시 남일당 망루로 특공대를 투입해야겠다고 판단한 이유로 ‘옥상에 있던 철거민들이 대로와 시민들을 향해 돌을 던지고 화염병을 투척하는 등 대단히 위험하고 위협적인 상황’이었다고 증언했다. 그들은 망루 사람들이 유증기로 가득 찬 망루 안에서 화염병을 투척해 화재가 일어났다고 전했지만, 아직까지도 증거가 없다. 아무도 화염병을 본 사람이 없다. 결국 최초 진술에서 화염병을 보았다고 말한 특공대원은 철거민들에 대한 적개심 때문에 거짓 진술을 했노라고 법정에서 고백했다.

경찰특공대는 ‘대테러를 진압하기 위한 훈련’을 한다면서, 아직 장례도 치르지 못한 유가족들 앞에서 참사 현장을 그대로 재현했다. 철거민들이 절실하게 들고 외쳤던 ‘생존권 보장’이라는 피켓까지 말이다. 쇠갈고리로 지붕을 끌어내리는 장면에서 유가족들 중 누군가 피를 토했다.

‘용산 참사역’에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용산은 상반된 장면들이 공존하고 있는 그로테스크한 공간이다. 참사가 일어난 남일당 건물 골목에 들어서면, 바로 얼마 전까지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았다는 것을 믿을 수 없게 만드는 폐허가 눈에 들어오고, 곧이어 화려하고 높다랗게 서 있는 멋진 건물들이 속속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이제 그곳이 얼마나 쾌적하고 보기 좋은 곳으로 변모하던 간에, 용산은 영원히 참사의 현장일 뿐이다. 우리는 앞으로 ‘용산’이라는 고유명사에 ‘참사’라는 일반명사를 떼놓고 떠올릴 수 없게 됐다. 용산은 이제 대화와 존엄성을 상실한, 무자비한 소통불능의 보통명사다. 차라리 지명에 불과했을 때가 훨씬 더 행복했을,『내가 살던 용산』.

못된 정부가 저지른 일이라고,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기사 몇 줄 읽어치우면 그만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하거나 고개 돌리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정부뿐 아니라 우리 스스로 유가족들에게 무릎 꿇고 머리를 조아려야 할 일이다.

학생들을 상품으로 취급하게 만든 우리가, 재건축을 위해 끝없이 건물을 헐고 있는 우리가,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그것도 압도적인 표차로 새 정부를 뽑아낸 우리가, 바로 우리가 타인의 삶을 철거 대상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가장 두려운 것은 이 모든 상황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게 재갈을 물리는 이 사회가 타인에 대한 무관심을 일상적인 것으로 만들까 두렵다. 지금 이 시대의 사람들이 마주하고 있는 사건들은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는 ‘민주사회’나 ‘지성’의 품격에 해당하는 사건들이 아니다. 제2, 제3의 용산은 이미 시작되었다. 텔레비전 화면이, 신문 기사가 포착하지 못한 ‘용산 참사’는 이미 길가에 수두룩하다. 그 숫자가 무한대로 이어질 수도 있다.

뭐든 잡아타면 어디든 빠르게 갈 수 있고, 손가락으로 빠르게 정보를 접하고 잊길 반복하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너무 빠르게, 그리고 높은 눈높이로 살아왔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강물은 흘러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아무리 힘들어도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기억과 관심이 최소한의 가능성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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