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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한국 100년 인문장학금' 폐지
국가차원의 장기적인 장학제도 마련이 시급
[160호] 2010년 04월 12일 (월) 김태균 편집장 @

지난 1월 28일 새벽 3시, 수천만의 고객에게 ‘애플교의 신’이라고 평가받는 애플사의 CEO 스티브 잡스가 무대에 등장했다. 지난번에 그가 선물한 아이팟터치와 아이폰은 8,000만대의 매출고를 올렸다.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이번 무대에 그가 들고 올라온 상품은 태블릿PC인 아이패드였다.

미국의 소비자들은 물론 자신들을 ‘애플교 신자’라고 칭하는 해외 네티즌들까지 인터넷 생중계를 보며 스티브 잡스의 말과 몸짓에 주목했다. 애플은 아이패드를 IT시장에 내놓으면서 또 한 번 도약을 예고했다.

인문학과 공학의 융합

대중의 관심을 끌어안은 스티브 잡스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회사의 지휘자’, ‘파트너를 아름답게 소개하는 사회자’, ‘관객들의 흥을 돋우는 엔터테이너’, ‘소비자의 머리에 경이롭고 환상적인 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최면술사’ 그리고 ‘경쟁업체의 전의를 상실케 만들어버리는 선봉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많은 별명에 걸맞게 스티브 잡스가 경영하는 애플사는 100조원 매출에 10조원 순익을 달성한 삼성전자에 비해 기업가치가 두 배에 이른다.

거대혁신기업의 CEO 스티브 잡스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소개하는 상품에 담긴 의미를  “첨단기술의 제품은 누구나 노력하면 만들 수 있다. 나는 최첨단보다 문화와 가치를 판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내 철학은 인문학, 사회학의 상상력과 기술의 융합이다”라고 말했다. 현대사회에서 기술과 철학의 학문적 융합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인문장학사업 3년 만에 폐지

비슷한 시기, 인문대학을 포함한 기초학문분야의 대한민국 대학원생들은 예상치 못한 소식을 접했다. 대학원 등록금이 인상되고, 취업후 상환제에서 제외되면서 학비 보조의 유일한 수단이었던 ‘미래한국 100년 인문장학금(이하 인문장학금)’ 폐지 소식이었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이하 학진)이 주관한 인문장학금은 2006년 ‘인문학의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전국사립대 인문학장협의회 등의 요구로 HK사업과 연계사업으로 시행됐다.

인문장학금 설립 당시 학진은 “10년간 인문학 석·박사 과정생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장기적인 인력 양성을 통해 한국 사회에 필요한 인문학 기반을 다지는 데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설립 취지를 밝혔다. 인문장학금 설립 후 2006~08년 국내 인문학 분야 석·박사 과정 학생 1,000명, 2009년 900명이 학기당 350만원 안팎의 지원을 받았다. 또한 국내 인문연구 사업의 세계화를 위해 외국학생 유치 장학금으로도 지급됐다.

인문사회계열 장학금으로 재지급

그러나, 2009년 2학기까지 지급된 인문장학금은 분할되어 있던 장학시행기관(한국학술진흥재단, 한국과학재단 등)을 한국장학재단으로 통합한 후 2010년 1월에 예고 없이 변경 공지됐다. 이에 대해 국가차원에서 실시한 10년 장기사업이 3년 만에 내용이달라져 사실상 폐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이유는 인문장학사업을 인수해 운용하는 한국장학재단 측이 인문장학금 대안으로 제시한 ‘인문사회계 국가연구장학생 장학금’의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문장학사업과는 달리 장학금 수혜 인원은 620여명으로 대폭 줄고, 지원범위가 인문학 분야에서 사회계열로 넓어져 인문학 위기를 막자는 취지가 바랜다는 것이다.  더욱이 한국장학재단이 주관하는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ICL)’ 도입 후 국가무상장학사업 예산을 2009년 4,900억 원에서 2010년 3,600억 원으로 삭감해 인문장학금 폐지라는 의혹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장학금 지급이 축소되면서 지원혜택에서 제외된 인문학 분야 대학원생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지방대에서 사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이모(35)씨는 “2년 전 결혼해 아이까지 있는데, 마음 놓고 공부만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사라졌다”며 “등록금을 벌어야 하는데 언제 박사학위 과정을 마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를 바라보는 교수들도 사업폐지에 답답함을 드러냈다. 서울 소재 사립대 이모 교수(독문학)는 “인문학을 공부하려는 학생을 찾기 힘든 상황에서 장학금 혜택마저 없애면 10년 후에는 학생을 외국에서 수입해 와야 할 판”이라며 “장학제도를 국가 차원이 아닌 임기응변식으로 설계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나치게 치우친 장학지원

장학정책의 변화는 인문학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인문학만큼 위기의식을 가해지고 있는 사회과학분야도 국가장학정책의 변화가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주장이다. ‘인문사회계 국가연구장학생 장학금’에 사회과학분야도 포함되었다. 그러나 예상 수혜자가 인문장학사업 대비 20~30%에 머물기 때문에 연구환경이 열악한 분야끼리 ‘제살깎기’식 경쟁은 학문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다.

오히려 ‘이공계 분야와의 협력과 학문 융합을 위한다’는 국가장학사업의 목적에 맞게 장학제도를 확대 전환해야한다는 주장이다. 수도권 소재 사립대 사회과학계열에 재직 중인 이모(42) 교수는 “인문학이나 사회과학분야는 개인연구과제의 규모가 이공계의 10% 수준인 3,000~5,000만원(2년 과제기준)에 불과하다”며 “그 중 절반은 연구보조원이 석·박사 과정생의 인건비로 지급하지만 학비와 생활비를 보조하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인재 육성을 위한 국가차원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2009년 민주당 김영진 의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립대의 경우 인문사회계열의 장학수혜율이 50% 초반에 머문 반면 이공계열 장학수혜율이 75%에 이른다. 더욱이 장학금액은 서울대의 경우 이공계 116억, 인문계 14억으로 정원대비 1.5배 수준인 이공계 학생들이 인문계에 비해 5.5배의 장학혜택을 받고 있어 인문계열 학생들의 학업이수여건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로 인해 인문계 학생들에 대한 지원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학문융합을 시행할 기반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실제적 지원 필요

국가장학사업에 대한 문제제기의 핵심은 목적과 필요성에 충족하는 장기적인 계획 마련과 실천이다. 정부는 한국이 지식정보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이공계 육성으로 축적한 기술기반이 국가경쟁력으로 이어지지 않는 문제의 해결을 원했다. 대응책으로 제시된 사업이 인문·사회계열의 연구인력 육성으로 이공계와의 학문융합이다.

이를 위해 실시된 인문장학사업이 정권교체와 함께 3년 만에 사실상 폐지된 것은 국가차원의 학문육성 철학의 부재 때문이다. 국가장학사업의 효율성을 위해 통합한 한국장학재단의 출범으로 장학제도의 기반이 강화됐다. 조성된 기반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학문분야별 실질적인 장학지원 계획이 필요하고, 장기적으로는 학문간 연계를 위한 지원의 안정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장기계획과 국가적 철학 필요

연구인력의 양성은 5년에서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이 기간 동안 안정적인 재정지원으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어야 학문의 질적 향상과 사회에 기여하는 연구인력 배출이 가능하다. 이렇게 양성된 연구인력들이 이공계 학문과의 융합을 통해 기술의 가치를 증가시키는 소프트웨어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장학제도를 국가차원의 철학으로서 정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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