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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과학을 중립적이라고 했는가
샌드라 하딩, 누구의 과학이며 누구의 지식인가
[158호] 2009년 11월 23일 (월) 원혜진 @

사회과학은 ‘연구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연구의 가치나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그 결과에 대해 연구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자연과학은 연구자의 연구결과가 아무리 전쟁처럼 반인륜적인 곳에 사용된다고 해도 그럴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과학적 결과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자연과학을 가치중립적이고 비정치적인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과학이란 단어는 대게 자연과학의 동의어로 취급된다. 따라서 과학적이라는 말은 대게 객관적 혹은 중립적이라는 말과 혼용되기 일쑤다.

그러나 자연과학이건 사회과학이건 간에 과학은 결코 도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다. 험프리 데이비의 ‘광산 안전등 발명’이 그 예이다. 그는 광산 소유주들의 입장에서 연구했기 때문에 광산의 환기를 개선하는 방법보다는 광산에 메탄가스가 가득 차도 광부들이 조명기구를 가지고 들어가 일할 방법을 고안해냈다. 과학의 가치중립성을 신봉하는 사람들이라면 데이비의 발명은 패러데이의 순수한 연구결과를 응용한 것에 지나지 않기에 비정치적이고 중립적인 과학적 행위라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 방법이 과학제도가 과학의 정치성과 가치성을 숨기는 방식 중 하나다. 즉, 자신들의 과학 안에서 개념화시킨 것이 분명한 과학들을 계속 별개의 영역으로 분리하여 재생산하는 것이다. 물리학은 전자공학, 기계공학, 토목공학 등으로, 생물학은 의학, 보건 정책학, 간호학 등으로 분리되었다. 과학적 영역에 대한 분리는 또 다른 과학적 분리와 전문화를 낳으며 별개의 전공과 조직 그리고 각 저널과 대학의 학과로 퍼져 나갔다.

현재 보통명사로 쓰이는 ‘과학’은 서구과학을 의미한다. ‘한국적 특수성에 걸맞은 우리의 과학을 확립해야 한다’라는 이야기는 적어도 한국에서 현재의 과학이 서구중심적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남성 혹은 서구 중심적인 신념과 실천들이 다른 가설 대신 특정가설을 선택하게 하는 의도적 혹은 의도하지 않은 증거의 일부로 작용한다면, 그 신념과 실천들을 탐지하고 제거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과학적 실천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현재의 과학은 서구, 백인, 이성애 남성 중심이며, 페미니즘은 이런 과학판을 뒤집을 수 있는 쟁점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그 중 과학, 기술, 인식론에 대한 페미니스트 비평의 현재를 보여주고 과학의 민주화라는 저자의 신념을 풀어낸다.

이 서평을 읽을 독자는 대개 ‘과학’이라는 학문에 몸담은 사람일 것이다. 연구자들은 전문적으로 나누어진 과학적 분과에서 전통적으로 옳다고 여겨온 과학적 방법론을 사용하여 과학을 확장하고 또다시 과학을 전문화한다. 그러나 자신들의 삶과 생각이 비역사적인 인간들의 삶과 생각을 나타낸다고 상상하는 사치를 누리는 것이 허용된 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지배집단들의 구성원들이었다. 지금 자신이 ‘어떤 연구를 어떤 입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는가’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연구자들은 다만 “여성 문학비평가” 혹은 “한국 남성 사회학자” 또는 “빈곤층”의 자격으로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책은 과학에 몸담은 자에게는 자신의 입장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연구를 살펴볼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과학 성과물을 아무런 비판 없이 수용하던 자들에게는 과학적 성과물이 나오게 된 근간과 그 너머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눈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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