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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와 노자를 통해 비교 철학의 가능성을 살피다
한국 칸트학회 정기학술대회 ‘칸트철학과 도가 철학의 소통’
[158호] 2009년 11월 23일 (월) 김은미 편집위원 @

 

지난 7일 본교 문화관 제3세미나실에서 한국 칸트학회가 주최한 정기학술대회가 ‘칸트철학과 도가 철학의 소통’이라는 주제로 열렸다. 한국 칸트학회는 이미 작년부터 동서철학을 논하기 위한 교량의 역할로 칸트철학과 유학과 불교 철학을 다룬 바 있다. 이번 학술대회는 동양철학과의 소통을 위해 기획한 마지막 학술대회로 칸트와 함께 도가 철학을 등장시켰다.


논의는 비교철학에 관한 물음부터 시작되었다. 칸트는 서양에서 ‘이성’과 ‘이성의 한계’를 발견한 최초의 철학자다. 반면 노자는 동양에서 이성 너머에 있는 자연과 무한함을 발견한 철학자다. 따라서 두 철학의 관계는 동서철학을 이분법적으로 나눌 수 있는 기준이 되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두 철학적 체계를 상호보완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사유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검은 이성의 꿈’이라는 주제로 첫 번째 발표를 한 정세근 교수(충북대 철학과)는 칸트의 가장 유명한 명제인 ‘내용 없는 사고는 공허하고, 개념 없는 직관은 맹목이다’라는 대목으로부터 출발한다. 이성이 지닌 사고의 체계와 논리성을 강조한 칸트의 명제를 노자식으로 바꾸면 ‘여성성 없는 남성성은 공허하고, 무 없는 유는 맹목이다’이다. 즉, 노자는 이성 판단의 몫으로만 남길 수 없는 융통성과 포용력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절대성, 완전성, 영원불변을 말하지 않는 변화와 한계의 철학관을 이야기한다.


정세근 교수는 바로 이런 점에서 칸트의 이성은 인간 이성의 한계를 알고 있다는 점에서 이성적이며, 이성이 알 수 없는 쪽에 서지 않고 ‘알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고 말한다. 따라서 칸트는 ‘하얀 이성’의 소유자다. 반면, 논리적으로 추론할 수 없고, 이것과 저것이 뒤섞여 세계를 분석하고 분별하지 못하는 세계를 말한 것은 노자다. 따라서 노자는 검은 이성의 소유자다. 그러나 칸트를 하얀 이성의 소유자로만 정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칸트 역시 이성의 한계를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칸트는 하얀 이성을 강조했지만, 검은 이성의 면모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칸트와 노자 철학의 비교를 통해 얻은 철학적 견해는 검음은 이성 너머의 것이지만 어둠은 빛을 통해 자신의 합목적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칸트가 찾아낸 것은 바로 이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온 마음속의 도덕률이며, 이것이 실천 이성의 명령이자, 모든 인류가 함께하는 꿈인 것이다.
‘쾨니히스베르크의 위대한 중국인과 노장의 어색한 만남’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최진석 교수(서강대 철학과)는 니체의 형성에 비친 칸트의 이미지로부터 논의를 시작한다. 니체는 칸트를 유교적인 공자의 이미지로 겹쳐본다. 칸트 본인 역시 중국에 존재했던 또 다른 사상인 노자를 스피노자주의와 함께 “사람들의 오성이 해체되고 모든 사유 자체가 종말을 고하는 관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대립관계에 있는 노장사상과 유교는 지금까지 서로 싸우고 추종하는 숭배자들에 의해 제대로 된 비교가 어려웠다. 최진석 교수는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칸트와 유교와의 유사점을 제시하고 노장사상과의 차이점을 언급한다.


최진석 교수는 칸트철학과 도가 철학의 유사점을 성급하게 비교하지 않는다. 큰 흐름에서 두 철학은 많은 부분이 다르기에 칸트와 노자를 견주어 보는 작업 또한 어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철학이 서로 다름에도 소통해야 하는 이유는 반대자들로부터 배우는 것이 더 큰 효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철학은 서양과 동양이 낳은 하나의 입장이다. 입장을 선택하고 채택하는 것은 현재 세계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세계관과 연관시켜 대답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의 세계관과 철학적 입장을 분명하게 해주는 작업이 오늘날의 철학 하는 작업에 달렸다면, 그 노력의 하나로 자리 잡으려는 시도가 바로 ‘칸트철학과 도가 철학의 소통’이라는 이번 학술대회에 잘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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