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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앨범’을 둘러싼 사정들
또 한번 속아주는 것도 팬의 임무다
[158호] 2009년 11월 23일 (월) 허재홍 편집위원 @

“또 한 번 속아주는 것도 팬의 임무다"좋아하는 음악가의 베스트 앨범이 발매될 때마다 크게 다가오는 말이다. 비틀즈 리 마스터 앨범이 출시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팬들이 기대감과 동시에 느꼈던 것은 아마도 또 한 번 속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필자 또한 비틀즈의 정규 음반과 멤버들의 의도에 맞춰 리마스터링한 <let it be naked>, 히트 곡 모음인 <Beatles Anthology>, 영·미 1위 싱글 모음인 <The One> 등을 가지고 있다.

 

 

비틀즈 리 마스터 앨범의 속사정

새롭게 태어난 곡도 있지만 같은 곡을 여러 번 사들인 경우가 더 많다. 중복구매라고 생각이 들면 사지 않으면 그만이겠지만, 팬의 마음으로는 쉽게 그럴 수 없다. 더구나 이번 음반은 <past masters> 앨범 두 장을 포함한 14개의 음반을 세트로 구성해서 판매했는데, 가격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훌륭한 재발매이다. 이번 리마스터링은 1960년대에 녹음된 비틀즈의 옛 넘버들을 양질의 스테레오 사운드로 다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베스트 앨범이 나올 때마다 팬으로서 ‘짜증’을 내는 이유는 대개는 수록곡이 이미 가진 것이고, 그래서 음반 구매가 결국은 음반사를 위해 돈을 쓰는 경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점 때문이다. 음반사도 이유는 있다. 예컨대 5년간 5장의 앨범을 발매 한다고 음악가와 계약했는데, 그전에 팀이 해체되거나 음악가가 요절했을 경우, 베스트 앨범은 이미 돈을 내고 저작권을 산 음반사가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수단이다. 이럴 때 음악가가 미공개로 남겨둔 곡을 포함해서 음반을 내는 경우가 많다. 너바나의 <You know You're Right>같은 경우가 대표적인데, 미발표곡 한 곡 외엔 기존의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의미있는 베스트 앨범들

민망한 사례도 있다. 밴드 스모키의 경우 활동기간은 5년이었지만 해체한 지 30년이 지나도록 베스트 앨범은 계속 발매되어 이제는 정규앨범보다 베스트 앨범이 더 많을 지경이다.  훌륭한 베스트 앨범도 많다. 너바나의 <Sliver: The Best Of The Box>는 한 곡을 제외하면 모두 그들이 데모로 녹음한 곡, 라디오 출연해서 연주했던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헛기침 소리, 가사가 기억 안 나 중얼거리는 소리까지 녹음되어 있어 친구의 노래를 듣는 것처럼 사실감이 있다. 자미로콰이의 <High times>는 베스트 음반의 모범사례라고 할 만하다. 리더 JK의 첫 곡인 ‘When You gonna learn’를 시작으로 그들의 인기곡을 시대별로 모으고 동시에 히트는 못했어도 음악적인 평가는 좋았던 곡들도 아우르고 있다. 새로운 싱글 곡 ‘Runaway’와 ‘Radio’까지 포함하고 있다. 베스트 앨범 발매와 활동을 함께 한 얼마 안되는 경우이다. 얼마 전 요절한 마이클 잭슨의 <King of pop>도 좋은 베스트 앨범이다. 기존의 베스트 앨범이었던 <History>와 달리 마이클 잭슨의 꼬마 시절, 즉 잭슨 파이브의 곡부터 <Invincible>의 수록곡까지 연대별로 모여 있다.

끊임없이 지속 될 베스트 앨범

베스트 앨범은 음반사에 좋은 수익원이다. ‘열혈 팬’들은 구매를 쉽게 멈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만화계에 부는 애장판 붐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수익을 장담할 수 없는 신인의 작품을 파는 것보다는, 팬층이 두터운 작가의 기존작품을 장정판에 담아 애장판이라는 이름으로 파는 것이 손쉽게 더 큰 수익을 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베스트 앨범은 발매를 둘러싸고 그에 대한 말도 이유도 즐거움도 많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세 가지다. 그 음악가를 잘 몰랐던 음악팬에게는 베스트 앨범이 아주 좋은 입문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 팬들은 내용물을 다 알지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가의 베스트 앨범을 또 구매할 것이라는 것.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가의 베스트 앨범이 나왔고 이제 이번 지출이 수집의 끝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것이다. 한번 나왔다고 해도 그들의 베스트 앨범과 리마스터링 등은 어떤 이유로든 계속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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