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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진실을 말하는 지식인의 책무는 무엇인가
『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
[158호] 2009년 11월 23일 (월) 한용수 중어중문학과 교수

“테러 공격에 따른 중요한 배경과 의문에 대한 답이 책 속에 이미 제시되어 있다. 촘스키는 하나의 사건에 대해 논평하기보다는 그로부터 진실을 읽는 눈을 밝혀주기 때문이다”

 아브람 노암 촘스키(Avram Noam Chomsky)는 1928년 12월 7일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에서 유대계 러시아인 2세로 태어나(부친인 윌리암 촘스키는 히브리어 학자) 오크 레인 컨트리 데이 초등학교(존듀이의 교육 이념을 따르는 실험적이고 진보적인 이 학교에서 촘스키는 창조적인 사고를 키웠다)와 필라델피아 센트럴 고등학교 (대학 진학을 위한 최우선 목표로 삼는 경쟁적인 이 학교에서 촘스키는 불행했고, 의욕을 상실했다)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 진학하여 언어학, 수학, 철학을 공부했으며, 생성문법이론으로 명성을 얻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정치에 깊은 관심을 둬온 그는 언어학자로만 머물지 않고 1960년대부터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적극적으로 피력한다. 특히 그는 1966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지식인의 책무』를 통해 “지식인은 정부의 거짓말을 세상에 알려야 하며, 정부의 명분과 동기 이면에 감추어진 의도를 파악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기고문은 그를 ‘행동하는 지식인’으로 각인시킨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지배권력의 선전에 세뇌되어 왜곡된 진실을 보듬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지적인 자기 방어법을 제공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안목을 제시한다.

『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라는 책은 9·11사태 이전에 편집되었지만, 이 테러 공격에 따른 중요한 배경과 의문에 대한 답이 책 속에 이미 제시되어 있다. 그 모든 논의가 현재에 이르러 더욱 유효하다. 촘스키는 하나의 사건에 대해 논평하기보다는 그로부터 진실을 읽는 눈을 밝혀주기 때문이다.

촘스키가 10년 동안의 간담회, 연설회, 세미나 등을 통해 ‘세상’의 물음에 답한 내용을 망라하여, 그 가운데서 촘스키 사상의 고갱이와 세상을 읽는 통찰의 큰 줄기를 보여주는 내용을 치밀하게 가려 뽑아 엮은 책이다. 이 책은 불특정 다수 청중과 광범위한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이어서 그 내용이 훨씬 대화적이며 논쟁적이고 고백적이다.

특히 언론지배에 대한 그의 설명은 현재에 사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며, 언론을 움직이는 방식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우선 프로파간다(propaganda) 시스템의 기본사상으로 표현하는 일련의 전제조건들을 작성한다. 그런 전제조건은 냉전에 관한 것일 수도 있고 경제 체제나 국가 안보에 관한 것일 수도 있다. 언론은 이 전제조건의 틀 안에서만 논의를 진행한다. 그리하여 언론의 논의라는 것은 이미 정해져 있는 전제조건을 더욱 강화시키고, 나아가 의견의 스펙트럼은 언론이 미리 짜 놓은 그 전제 조건뿐인 것처럼 대중들을 세뇌한다.

서방의 시스템은 이렇다. 이른바 ‘자유 아래서의 세뇌 활동(brainwashing under freedom)’을 책임 있는 비평가들이 수행하고 있는데 그들은 논의를 어떤 용인 가능한 범위 내에 묶어둠으로써 정부의 방침에 기여한다. 그 때문에 비평가들의 존재가 허용되는 것이고 심지어 존경받고 있는 것이다.

20세기에 들어와 미국에는 정치학자, 언론인, 홍보 전문가 등 권력과 밀착된 사람들이 주요 사상가로 자리 잡았다. 그 사상은 국가가 힘으로 국민을 강제할 능력이 없으므로 엘리트가 앞장서서 공공의 마음을 통제하는 효과적인 프로파간다를 벌여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미국 언론계의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월터 리프만(Walter Lippmann)의 생각이다. 그는 일반 대중을 “어리둥절해하고 있는 무리들”이라고 불렀다.

리프만은 이 대중들 사이에 “합의의 조성(manufacture of consent)”을 이루내야 한다고 말했는데 더 쉽게 말하자면 여론조작을 하자는 것이었다. 촘스키는 무력으로 안 되니까 계산된 “합의의 조성”으로 통제를 계속해 가고자 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물론 이 시대의 배경과 지금의 현 사회와는 차이가 있으나 이러한 움직임은 나라와 시대의 차이 없이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각 구성원의 관심과 활동이 사회에서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항상 여론을 정당하게 구성하고 알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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