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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 안으로 들어온 텔레비전 드라마
박노현, 『텔레비전 드라마 미학 연구』, 동국대학교 박사학위 논문, 2009.
[158호] 2009년 11월 23일 (월) 권두현 국어국문학 박사과정

극예술은 항상 일상 바깥의 영역에 존재하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일단, 극(劇)이라는 한자의 제자 원리에서 확인되는 바와 같이 ‘극’에는 이미 ‘죽음’이라는 가장 비일상적 개념이 내재되어 있다. 죽음 충동의 언저리에 극은 존재하는 것이다. 극예술의 가장 전통적 양식인 연극을 보게 되든, 또한 극예술의 가장 현대적 양식인 영화를 보게 되든, 관객은 항상 암전이라는 방식을 통해 일상과의 절연을 거쳐야 비로소 극예술과 접촉할 수 있게 된다.

그 자체로 이미 일상성의 상징이 되어버린 개인 소유의 휴대전화를 꺼달라는 극장 측의 부탁은 극예술을 감상하기 위한 전제로서 일상성과의 철저한 절연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일상 바깥이 아닌 일상 속에서 이미 무수히 많은 극예술을 경험하고 있다. ‘안방극장’이라는 표현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듯, 우리는 ‘텔레비전 드라마’를 통해 일상성과의 절연을 전제로 하는 연극과 영화를 통하지 않더라도 손쉽게 극예술과 접촉하고 있다. 게다가 DMB 서비스로 인해 극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은 이제 안방 혹은 거실을 넘어 무제한적으로 확장되었다. 바야흐로, 텔레비전 드라마의 시대이다.

드라마에 대한 미학적 접근 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문적 시각에서 텔레비전 드라마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한 시도는 대단히 간헐적이었고, 편파적으로 이루어져 왔을 뿐이다. 특히나 그것은 다른 극예술과 달리 ‘예술’로서의 지위를 손쉽게 부여받지 못하고 텔레비전이라는 매체를 설명하는 부차적 텍스트로서만 연이어 호출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텔레비전이라는 매체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드라마라고 하는 예술에 대한 이해가 동시에 균형적으로 이루어질 때 비로소 텔레비전 드라마에 대한 정확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노현의 논문은 그동안 흔히 시도되었던 텔레비전 드라마에 대한 매체적 접근이 아니라 텔레비전 드라마에 대한 미학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독창성이 인정된다.

그런데 굳이 미학적 시각에 대한 확정된 입론이 존재하지 않더라도, 시청자들은 이미 텔레비전 드라마에 일정한 미학적 장치가 엄존하고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텔레비전 드라마의 첫 회를 보는 순간, 이미 마지막 회를 예측할 수 있으며, 그 예측은 대개의 경우 크게 빗나가지 않는다.

결말에 대한 예측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시청자들은 기꺼이 서사의 진행 과정에 몰입하며, 때때로 그 과정에서 적극적인 작가의 역할을 자임한다. 전문가들이라 할 수 있는 연구자들조차 굳이 시도하지 않았던 텔레비전 드라마에 대한 미학적 비평이 이미 시청자들에 의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극예술과 드라마의 장르성

박노현의 논문은 이와 같은 현상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며, 필사자로서의 시청자 개념을 도입하여 필사자의 틈입에 의해 변형되고 완성되는 유동적 텍스트로서 텔레비전 드라마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박노현은 대문자 드라마를 구심이 아니라 원심으로 사고하는 태도, 즉 ‘드라마적 리좀(Rhizome)’이라는 개념을 토대로 지속과 연속, 틈과 틈입 등을 대문자 드라마의 하부 장르로서 위치하는 텔레비전 드라마의 미학적 특징으로 거론한다.

이와 같이 텔레비전 드라마가 생성시키는 장르적 개성에 주목하면서도 텔레비전 드라마가 극예술의 보편적 원리와 어떻게 닿아있는지를 살피는 겹눈의 관점은 박노현의 논문이 취하고 있는 분명한 미덕이다.

박노현의 논문은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2009 우수저작출판지원사업 예술분야 선정작으로 결정되어 올해 말,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에 있다. 단행본 출간을 통해 의욕적인 시도를 담고 있는 그의 논문이 좀 더 많은 독자들과 만나 텔레비전 드라마에 대한 보다 적극적이며 본격적인 ‘미학적’ 비평이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아마도 그것은 아카데미즘의 영역과 저널리즘의 영역 모두를 아우르며, 더 나아가 이 둘에 앞서 이미 자신들끼리의 소통을 시작한 바 있는 ‘안방극장’의 관객들까지를 모두 아우르는 거대한 소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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