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9.9.27 금 20:33
인기검색어 : 등록금 인상, 총장선출,
신문사소개 | 호수별 기사보기
> 뉴스 > 학술 서평 > 서평
     
ReCLASSIC : 다자이 오사무 『인간 실격』
인간 사회의 위선과 잔혹함에 투신하다
[157호] 2009년 10월 12일 (월) 김용기 일어일문학과 교수

『인간실격』의 주인공은 ‘오바 요조(大庭葉藏)’라는 만화가로 설정되어 있다. 요조는 시골 부잣집에서 태어났지만, 봉건적인 집안의 압박에 주눅이 들어 어렸을 때부터 진실을 말하지 않고 자신을 감추려 하는 방법(道化)을 터득하게 된다. 초등학교시절에는 자신이 부잣집에서 태어나서가 아니라 타고난 연기력 때문에 학교에서 인기도 얻게 되고, 나중에는 동경에 있는 고등학교에도 합격하는 수재이기도 하였다. 고등학교시절은 재력가인 아버지 덕분에 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고 별장에 살면서, 경제적으로 부유했으며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생활했다.

요조가 세상 사람들과 만나서 소통하게 된 것은 고등학교 시절 호리키라는 친구를 사귀면서이다. 호리키를 통해서 술, 담배, 매춘부와 어울리는 것을 배우게 되고, 공산주의 운동과 같은 비합법운동에 가담하게 되지만 이도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자신을 비관해서 카페 종업원인 츠네코와 동반자살을 시도하지만, 그녀는 죽고 자신만이 살아남게 된다. 그 후에 잡지 편집자인 시즈코, 교바시(京橋)에 있는 스탠드바 마담과 정부와 같은 생활을 경험하게 되고, 드디어 담배 가게 딸인 요시코와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요시코가 다른 남자에게 강간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그 장면을 보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자신에 대한 증오와, 그리고 그 장소에 함께 있었으면서 침묵했던 호리키에 대한 증오와 분노, 수면제에 의한 자살미수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그리고 계속해서 요조는 약국의 몸이 불편한 부인과의 관계, 모르핀 중독, 그리고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는 등 무책임하고, 비열한 남자의 길을 걷게 된다.

요조의 공포심은 그의 유아시절부터 시작된다. 요조의 어머니는 몸이 약했기 때문에 요조를 돌볼 여력이 없었으며, 요조 역시 몸이 약해 늘 병석에 있었다. 어머니의 사랑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유년기에 요조는 어머니의 사랑을 모르고 살았다. 다른 가족들이 아무리 정성껏 요조를 돌본다 해도 어머니 사랑 같지는 않았을 것이며 그것이 요조를 공포심에 떨게 했고 광기적인 행동을 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요조는 유년기부터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했고 권위적인 아버지 때문에 결국 ‘道化’를 통해 세상과 타협을 하게 된다. 일반적인 아이라면 떼를 써서라도 자신이 가지고 싶은 것을 갖는데, 요조는 벌써 어른의 세계에서 자신이 살아가야 할 방도를 생각해 낸 것이다.


이러한 불안과 공포와 함께 요조는 인간세계에 대한 불신마저 느끼게 된다. 어느 날 요조는 아버지가 하는 연설회에 가게 되고, 돌아오는 길에 아버지에 대해 악평을 했던 많은 사람이 아버지 앞에서는 대성공이었으며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것을 보게 된다. 어린 요조에게 이것은 인간에 대한 혼란과 불신을 가중시키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요조의 인간에 대한 불신의 감정은 성장하면서 더욱더 커져만 간다. 친구인 호리키와 서로 경멸하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타협해야만 하는 위선적인 인간관계를 통해 인간에 대한 불신은 더 커져만 간다. 이렇듯 끊임없이 이어지는 인간관계 속에서 융합되지 못하고 고립된 요조가 세상에 다가가는 길로써 선택한 수단이 바로 ‘道化’라고 할 수 있다.


요조는 심해지는 공포에서 벗어나려는 방법을 모색한다. 그는 가슴속 깊은 곳에 자신의 고뇌를 감추고 모든 인간에게 거슬리지 않도록 주의했으며 피에로로 자기 자신을 감추기로 하였다. 피에로처럼 살면서 그가 시도한 또 다른 방법은 술과 담배 그리고 창녀였다. 술과 담배는 인간을 잠시나마 공포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좋은 수단이었다. 그는 창녀는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자신과 동질감을 느끼게 되며, 인간의 본능적인 호의를 느낀다. 열등의식과 공포를 피에로의 슬픈 미소 속에 숨기고 성장한 그로서는, 거짓웃음을 파는 매춘부가 자신과 동류의 인간으로 느껴졌으며, 유아기부터 굶주려온 모성을 매춘부의 품에서 느낄 수가 있었다.


주인공 요조는 두 번의 자살시도를 하지만 두 번 다 실패하게 된다. 타인과 융합할 수 없었던 요조가 마지막으로 시도한 자기부정, 아니 자살을 시도한 순간에는 아마도 자기 자신을 인정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27세가 되었지만 하얀 머리가 많아 40세 이상으로 보인다. 27년 동안 겪어야 했던 고뇌는 그에겐 너무 버거운 것이었다. 그는 이제 공포에서 벗어나고자 어떤 시도도 하지 않는다. 인간성을 상실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의 가슴에는 감정도 없고, 얼굴엔 표정도 없다. 그대로 자연스럽게 죽어 있는 듯이, 그저 세월의 흐름 속에 텅 빈 상자처럼 놓여 있을 뿐이다.


주인공이 파멸해 가는 과정을 그린 『인간실격』은 다자이의 마이너스적인 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인 자전적이며 자기 변명적 소설이다. 소설의 내용처럼 다자이는 실제 좌익운동을 했지만, 가족의 권유로 전향하게 되었으며 그로 말미암은 죄의식으로 얼마 후 카페의 여종업원과 약을 먹고 자살을 감행하기까지 이른다. 그러나 여자만 죽고 다자이는 살아남는다. 이것 또한 그에게는 죄의식으로 남게 되어 평생을 고뇌 속에서 괴로워하며 살아간다. 소설 『인간실격』은 그러한 그의 죄의식과 열등의식을 주인공 요조를 통해 이 세상에 고백한 걸작이라 할 수 있다.

ⓒ 동국대학원신문(http://www.dgugspres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페이스북 방문해 주세요!
더 많은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교육방송국 동국대학원신문 동대신문 동국포스트
동국대홈동국미디어컨텐츠 센터동대신문교육방송국동국포스트개인정보처리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04620 서울특별시 중구 필동로 1길 30 동국대학교 학술관 3층 대학원신문 | 전화 : 02-2260-8762 | 팩스 : 02-2260-8762
발행인 : 윤성이 | 편집인 : 김대욱 | 편집장 : 김태환 | 발행처 : 동국대학교 대학미디어센터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우
Copyright DGUGSPRESS. All rights reserved. mail to dgupress@dongguk.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