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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덴티티 기획의 공간으로서 ‘고향’
In The ORIGINAL 『‘고향’이라는 이야기』
[136호] 2006년 10월 09일 (월) 오태영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成田龍一, <故鄕좦という物語> 都市空間の歷史學좭, 吉川弘文館, 1998.

‘고향’은 ‘태어나고 자라난 고장’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넘어 다양한 거점과 논리를 통해 구성된다. 역사와 지리, 그리고 언어 등은 과거와 현재를 결합하고 미래로 향하는 시간적 일체성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시에 이것들은 공통의 기원을 가지며 공통의 감정을 양산한다는 내러티브를 통해 어떤 특정의 시공간을 ‘고향’이라고 여기도록 만든다. 근대 이후 산업화와 민족국가 건설 과정 속에서 개인은 노예무역과 식민지배, 전쟁과 시장경제 등 여러 가지 외적 이유로 인해 폭력적 이산(離散)과 소외에 내몰리고 있다. 이러한 소용돌이 속에서 향촌사회의 공동체로부터 유리(流離)된 불안한 개인은 ‘좀 더 편안한 장소’를 바라게 되고, 이에 따라 고향의 심상은 확대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근·현대사는 이향(離鄕)의 역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식민지 시기 만주나 간도 등으로의 이주에서부터 한국전쟁으로 인한 민족의 대이동을 거쳐 도시화·산업화의 기치 아래 행해진 이촌향도(離村向都)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은 태어난 곳을 떠나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향의 발견이 이향의 체험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고향 연구가 갖는 현재적 의미가 여기에서 부상한다. 이와 관련해 일본에서 ‘고향’ 개념이 만들어진 직후의 양상을 1890년대를 중심으로 고찰한 나리타 류이치의 좬‘고향’이라는 이야기좭(1998)는 많은 참조점을 제공한다. 저자는 국민국가의 변화와 함께 고향이라는 감정을 축으로 하는 공동성이 변화해 가며, 나아가 고향을 둘러싼 논의가 일본만의 특수한 과제에 한정되지 않고 세계사적 맥락과 긴밀하게 연관된다는 전제 아래 도시공간에서 이야기되는 ‘고향’과 관련된 담론 즉, ‘고향’이라는 이야기를 주제로 삼아 다음과 같은 논의를 전개한다.

개인의 기원으로서 인식되는 고향은 다양한 장소에서 공공연하게 이야기되며, 문학작품뿐만 아니라 가요·영화·만화 등의 영역에서 끊임없이 묘사되고 노래된다. 이러한 고향은 개인의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집단의 차원에 위치하고 있다. 다시 말해, 고향에 관한 집합적 기억이 고향이라는 공감의 공동체를 만들어내며 공동성을 지탱시키는 것과 동시에, 고향은 공동성의 차원에서 개인의 고향에 대한 감정을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고향은 그것을 말하는 사람의 위치에 따라 회상과 저주의 대상이 되며, 이때 고향은 문맥에 따라 모습을 달리해가며 유동적인 상념으로 나타난다. 고향은 그리운 대상이면서 한편으로는 부정의 공간으로 인식되는데, 이는 고향의 개념이 공간적 이동과 이동 후의 거점으로부터 이야기되기 시작한다는 시간적 사후성(事後性)을 지닌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고향은 ‘부모’, ‘죽마고우’ 등과 같은 인간관계와 겹쳐짐과 동시에 개인의 체험이나 기억 속의 풍경으로 구성되고 이야기된다. 고향을 말하는 자에게 그것은 시원의 시공간이 되고, 회귀하는 시공간이 되는 것이다.

‘고향’은 역사적으로 형성되고 변화·추이하는 개념이다. 근대 일본에서 ‘고향’ 개념의 성립을 논할 때 1880년대가 한 분기점이 되는데, 여기에는 당시 ‘입신출세’를 목표로 하였던 청년들의 경험과 심정이 투영되어 있다. 이후 1930년대 전반기에 고향과 관련된 담론이 많이 생산되었으며, 학교교육 및 향토사학, 민속학에 대한 연구가 활기를 띠었다. 아울러 ‘이동’이 본격화되고 지속화되면서 고향을 추억하는 다양한 장치가 제공되었다. 또한, ‘고향’이라는 개념이 성립되고, 공식적인 고향이 학습되면서 사람들의 출생지가 ‘고향’으로 설정되고 인지되었다. 이제 고향은 모든 사람들에게 공간적 이동과 시간적 사후성을 배제한 채 부여되기 시작한 것이다. 1930년대 전반기 고향을 둘러싼 두 가지 논의의 초점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 하나는 ‘고향의 변용’이며, 다른 하나는 ‘고향의 상실’이다. 전자는 고향이 불변의 장소가 아니라 변화하는 장소임에 따라 기원 혹은 회귀의 공간 역시 고정되지 않고 변화한다는 것을 나타낸다. 후자는 고향의 부재 또는 상실이 개인으로 하여금 일종의 불안한 감정을 야기하는데, 이러한 감정은 동시대의 세계사적 ‘불안’과도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상의 논의를 전개하면서 나리타 류이치는 ‘고향’ 이야기를 읽고 해석하는 작업은 공간의 역사적 형성과 전개를 탐구하는, 공간역사학의 일환으로 구상된 것이라고 말한다. 일본에서 공간역사학은 지역의 역사 연구에서 도시사(都市史) 연구로 확장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도시사 연구를 참조하면서 도시공간은 한편으로는 개인 간의 다양한 사회적 결합의 균일성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다층·중층적인 관계를 창출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러한 논점 하에 좬‘고향’이라는 이야기좭에서 ‘고향’이라는 개념을 실마리로 공식적인 ‘고향’ 즉, 균일성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균일적인 공간을 탐구하고, 동시에 그것을 근거로 다양하고 중층적인 ‘고향’ 개념 즉, 고향이 분열되어 가는 것을 추적하고 있다. 요컨대, 공간역사학의 관점에서 ‘도시공간’에서 이야기된 고향 창출과 분열의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근대 일본의 ‘고향 이야기’를 넘어서 한국 근·현대의 ‘고향 이야기’를 분석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나리타 류이치(成田龍一) : 일본여자대학 교수. 주요 저서로 좬加藤時次郞좭(1983), 좬近代日本の軌跡9 都市と民衆좭(1993), 좬總力戰と現代化좭(1996) 등이 있다.

* ‘고향’이라는 이야기좭의 번역서는 다음 계절에 발간될 예정이다. 1930년대 ‘제국’의 공간으로서의 고향 이야기 및 20세기 후반의 ‘고향’과 관련된 나리타 류이치의 논의는 좥‘고향’이라는 이야기·再說좦(좬한국문학연구좭 30집, 동국대학교 한국문학연구소)을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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