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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과 문화정치 그리고 삶의 정치
“사당동 더하기 22 디렉터스 컷- 돌고 돌고 또 돌고”
[157호] 2009년 10월 12일 (월) 이장환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강사

 

지금 서울은 거칠고 더럽고 시끄러운 ‘난장판 도시’다.” -홍성태 <서울에서 서울을 찾는다>-

“우리는 씨종(노비)의 자식이야. 1000년 전에도 우리 조상들은 같은 말을 후손에게 했었다.”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지난 9월 19일 토요일, 한국영상자료원에서는 어느 사회학자의 현장연구로부터 시작한 사당동 철거민 연구가 또 다른 영상이미지인 ‘다큐멘터리’로 상영되었다. 이 다큐멘터리는 제1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화제를 모았던 조은․박경태 감독 <사당동 더하기 22>의 감독버전으로서 <사당동 더하기 22 디렉터스 컷- 돌고 돌고 또 돌고>의 특징은 못 다한 이야기를 어느 사회학자의 따뜻한 시선으로 땀땀이 담아냈다.

우선, <사당동 더하기 22>는 1986년부터 2008년까지 한 사회학자가 사당동 철거재개발현장연구로서 처음 만남 한 가족의 일상사를 22년간이라는 긴 시간을 기록했다. 이 다큐멘터리는 많은 사진과 현장노트, 녹취,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카메라로 찍은 이미지들로 구성되었다.

간략하게나마 이 가족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주인공인 정금선 할머니는 한국전쟁을 기점으로 월남한 가장으로 한반도의 분단과 연결되어 있을 뿐 아니라 끊임없는 강제 철거이주의 역사를 담고 있는 우리시대의 또 다른 상징이다. 이러한 장금선 할머니 가족을 통해 한국의 도시 빈곤의 악순환이 어떻게 재생산되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인 장금선 할머니의 가족은 일용건설 노동자인 아들과 을지로에서 세공 일을 하는 큰손자, 꿈이 있어야 하는데 꿈이 없다고 말하는 중국집 웨이터인 둘째 손자, 그리고 아이를 돈이 없어 유산할 수 없는 손녀 은주가 있다. 이들은 각자 행복한 결혼생활과 안정된 직장과 같은 일상다반사적인 꿈을 꾸지만, 현실에서 그들의 당연한 삶의 희망들은 절대로 녹녹하지 않다.

 할머니의 큰 아들인 조선족 며느리는 위자료와 함께 이혼을 요구하고, 큰 손자는 결혼을 위해 필리핀으로 날아가고, 둘째 손자는 비행 등의 삶이 계속된다. 이와 같이 감독이자 사회학자인 그들은 참여관찰과 민속지학적인 접근을 통해 도시빈곤과 그 공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아픔과 애환을 땀땀이 담아내면서, 동시에 한국 사회 내의 공간의 불평등인 ‘공간의 정치학’을 조명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제 공간이 담지하는 ‘문법’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공간은 일단 물리적, 담론적, 상징적, 그리고 제도적인 속성들을 지닌다. 무엇보다도 공간은 오랜 세월을 두고 정치와 경제를 아우르는 사회권력(social power)이 집중적으로 쏟아 부은 특정한 정책과 비전들이 매우 물리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으로 형성시킨 구조물이자 결과물이다.

 도시의 공간적인 구획으로부터 특정 구역의 (재)개발에 이르기까지, 의심할 바 없이 도시계획과 개발은 도시거주자들의 삶과 그들의 생활세계에 커다란 자국과 흔적, 그리고 때로는 깊은 상처를 남기는 집합적인 행위이다. 주지하다시피, 공간은 부와 잉여를 창출하는 주요한 수단이기에 ‘효율적인 조직화’를 통해서 매우 치밀하게 관리된다. 택지개발에서 집단 주거지나 최근에 불거지고 있는 ‘강남 신드롬’, ‘뉴타운’의 개발, 용산 재개발참사사태, 산업단지와 ‘문화의 거리’ 등의 조성과 같은 사안들이 그러한 대표적인 개발 그리고 난개발의 사례에 속한다. 상식의 수준으로 보았을 때도, 재테크와 부동산 붐, 그리고 개발의 논리와 투기라는 부동산을 두고 벌어지는 사회적인 실행에 익숙할 대로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땅이 부를 추적하기 위한 가장 중요하고 유효한 상품이라는 인식은 이미 거론하기가 진부할 정도이다.

따라서 개발과 성장이라는 외침 속에서 도시공간은 불균등하게 투영된 ‘공간의 문법’이 당당하게 작동되고 있다. 도시는 스카이라인을 구성하는 거대한 쇼핑몰과 기념물들 그리고 고층 아파트와 주상복합물의 숲으로 상징되는 눈부신 고도성장과 발전의 지표들을 보유하며, 현란한 네온사인과 광고판으로 덕지덕지 치장한 욕망의 공간과 기호의 공간이지만, 이 과정에서 주변화된 도시거주 빈민이나 하층계급에게는 유폐와 소외, 그리고 빈곤의 재생산이 이루어지는 갈등과 모순의 공간이기도 하다.

이를 도시공간을 정치경제학적으로 연구하는 학자들은 ‘이중적 도시(dual city)’라고 부른다. 이 개념은 도시공간과 그 공간의 거주자들이 맺고 있는 관계가 공간에 대한 점유와 활용의 방식들 그리고 자본과 권력작용에 의해서 차별적으로 구조화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나는 종로 피맛골 재개발과 동대문운동장 풍물시장의 변화상에서, 서민의 삶과 터전과 노동과 놀이의 공간에 대한 조직적인 무시와 더불어 남루하고 구차해 보이는 거리의 풍물상들에 대한 기피증, 그리고 무엇이든 새롭고 더 크게 지어 올려야 한다는 대작주의의 강박과 욕망을 느낀다.

이는 도시공간에 작동하는 과거 군사독재정권시대의 개발주의와 오늘날 신자유주의의 성장 지속가능한 또 다른 현재진행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기 때문에 공간정치에 관심을 가진 문화연구자와 활동가들, 시민단체, 그리고 도시 거주자들 간에 서로의 문제의식을 연계하고, 가능한 개입과 문제제기의 방식, 그리고 대안들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려는 노력과 실천들이 더욱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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