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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론
[0호] 2009년 09월 09일 (수) 허재홍 편집위원 funkyheojae@naver.com

 

명품이 과시의 도구로 쓰인다는 것은 전락이다

 지난 봄, 나는 소위 ‘명품백’이라는 것을 갖게 되었다. 명품이라는 것에 원래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이 가방을 대체 어떤 옷과 함께 메고 다녀야 하는지, 너무 속물처럼 보이지는 않을지,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 때문에 바보처럼 보이지는 않을지 고민하였다. 이런 고민의 원인에는 ‘명품백’은 여자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 명동의 한 2층 카페에서 길거리를 내려다보며 이런 나의 고민은 끝났다. 이 가방을 갖기 전에는 미처 보지 못했지만,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명품 가방을 들고 다니고 있었으며 모두 자유롭게 메고 다녔던 것이다. 물론 그런 가방은 한 두 번의 시선을 끌게 마련이기도 하겠지만.  나도 최근에는 그저 별일없이 외출하는 날에도 자유롭게 메고 다니게 되었다. 물론 가끔 한두 번, ‘남자도 저런 가방을 메나?’하는 시선을 받기도 한다.

  들고 다니다보니 여간 편한 게 아니다. 즐겨 읽는 희곡집과 책들, 다이어리까지 정확히 다섯 권 들어가며, 그 빈자리로 안경 케이스와 필통이 정확히 자리를 잡는다. 렌즈 케이스와 지갑, mp3 플레이어가 앉을 작은 주머니가 있음을 물론이다. 이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가방을 메고 다니다 보니 그 때는 왜 이런 고민을 하게 되었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것저것 핑계거리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역시 이 가방을 소유하게 되었을 때 가진 나의 고민은 가방의 문양이 제공하는 가격의 암시 때문에 그저 과시하기 좋아하는 철없는 부잣집 아들내미로 보이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내 고민을 되새겨보니,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갖고 있는 명품에 대한 가치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몇 해 전 한 이동통신사에서 출시한 핸드폰은 소위 ‘명품폰’으로써, ‘명품의 가치는 얼마나 빨리 갖느냐는 것’이라는 광고 문구를 내밀고 있었다. 사람들의 명품에 대한 인식은 이런 것 아닐까. ‘나는 너희들은 못 갖는 이런 비싸고 질 좋은 제품을 쓰는 사람이다’ 라는 것을 과시하고 싶은 욕망.

 그러나 과연 명품이 가격과 질로만 결정 될까? 명품이라는 개념에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명품은 단지 “내가 이렇게 비싼 물건을 갖고 있다”라는 과시정도로만 정의 내릴 수는 없다. 출시되었을 때는 명품이었으나 시간이 흘러 구시대의 물건이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고, 소위 ‘명품’이지만 주인에게는 전혀 쓰이지 않는 물건도 있을 수 있겠다. 더욱이 어떤 물건이라도 같은 제품이 넘쳐나는 자본주의 세상이다.

  결국 명품이라는 개념은 작고 흔한 물건에서부터, 기계화로 만들어진 디지털 기계에까지 모두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진정한 명품은 그냥 보면 세상에 흔하디흔한 물건 같더라도, 그 주인에게는 무언가 소중하고 쓸모 있으며 주인에게 자신의 존재에 대해 끊임없이 말을 거는 듯한, 그런 물건이다. 나는 누구나 명품을 몇 개씩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생각해 보니 나 또한 이 글을 쓰게 된 ‘명품백’이 생기기 전에도 여러 가지 명품을 가지고 있었다. 학부시절  아르바이트로 번 돈과 어머니에게 빌린 돈을 합쳐 처음으로 가지게 된 베이스 기타가 그렇다. 시중에는 초보용으로 저가형 베이스로 팔리고 있는 스콰이어 사의 재즈 베이스. 미국인의 손에 맞는 넓은 지판 간격을 갖고 있지만 반대로 어색하게 맞지 않는 좁은 줄 간격, 너무나도 텐션이 낮은 4번 줄과 그로 인해 끊임없이 연주자를 괴롭히는 파열음을 냈던 베이스이다. 비록 중고시장에서는 찬밥 신세일 베이스지만, 같은 회사 같은 제품 중에서도 유독 이 베이스로 어떻게 소리를 잡아야 하며, 이 베이스에는 어떤 앰프가 어울리는 지, 어떤 식의 연주가 어울리는지는 이 베이스를 가진 나만 알 수 있었다. 나는 이 저가형 베이스로 스스로 기억날만한 공연을 여러 번 치를 수 있었다. 처음으로 가졌던 디지털 카메라도 기억난다. DSLR이니, 칼 자이쯔 사의 어떤 렌즈가 풍경사진에는 좋다느니 하며 ‘기기 업글’에 빠져 있는 분들에게는 조카 주기에도 미안할 디카겠지만, 나에게는 처음으로 디지털 카메라라는 것을 알려준 제품이며, 여행을 다닐 때마다 소중하게 챙기고 다니는 물건이었다. 똑같은 상황, 똑같은 조건에서라도 다른 사람이 촬영할 때보다 내가 찍으면 좋은 사진이 나오는, 나에게만 익숙한 그런 물건. 상처가 많이 난 손목시계와 밴드 동료에게 뺏듯이 한 길거리 표 뿔테 안경도 세상엔 여러 개지만 내게는 모두 하나밖에 없는 명품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명품이라는 것은, 내가 무언가를 원할 때 자신의 존재감을 자신의 주인에게 속삭이는 그런 물건.

  그러고 보면 '명품의 개념'은 물건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다른 이에게는 그저 평범히 살아가는 젊은이로 보일 민욱이도, 나에게는 무언가 원할 때 그자리에 존재하는, 짠하고 소중한 그 무엇이다. 한국의 흔한 아주머니일 어머니는 내게는 신보다도 절대적이다. 단지 비싸다고 해서 불특정 다수의 사용자 전부를 위하고 만족시키는 물건일수는 없다. 근처에 있는 정든 물건들을 찾아보면, 소통하고 보듬었던 무의식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명품이 과시의 도구로 쓰인다는 것은, 그야말로 전락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모두 서로에게 하나 밖에 없는 무언가이며, 그 무언가야 말로 진정한 명품 여부의 판단 기준이 아닐까.

 

허재홍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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