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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문제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저소득층 지원 확대, 학점 무제한, 등록금 상한제 도입 등 전면적인 보완 필요.
[156호] 2009년 09월 07일 (월) 김은미 편집위원 @

[보도기획] 2010년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 도입


  지난 7월 30일 교육과학기술부는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 이하 ‘취업 후 상환제’)를 2010년부터 전격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취업 후 상환제는 대학 재학 기간의 이자 부담을 없애고 졸업 후 일정 수준의 소득이 발생한 시점부터 원리금을 분할하여 상환하는 제도이다. 2005년 정부신용보증 방식으로 시행된 현행 학자금 대출제도와 비교한다면 등록금 부담 때문에 학업을 중단하는 현상을 완화하고 재학 중 이자 부담이나 청년실업으로 말미암아 늘어나는 금융채무 불이행자(신용불량자)의 급증을 막을 방안이기도 하다.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축소 논란

   새 학자금 제도가 등록금 대책으로 환영받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이 중 취업 후 상환제 도입과 관련하여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이 바로 기초생활보장수급자와 차상위계층 그리고 낮은 분위의 소득자들에 대한 지원축소 문제이다. 새 학자금 제도가 시행되면 기초생활보장수급자에게 주던 450만 원의 장학금이 2백만 원으로 줄어들고, 차상위계층에게 지급되던 150만 원의 장학금이 중단된다. 이것은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현행 대출제도에서보다 낮추는 것으로 ‘돈 없어서 공부 못하는 일, 가난이 대물림되는 일이 없게 하겠다.’라는 교과부의 주장과 상반된다. 이로써 작년 3월 교과부가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밝힌 ‘2011년까지 대학에 재학 중인 기초생활 수급권자 전원에게 ‘무상장학금’을 지급하고 장학금 액수를 국공사립대 평균 등록금 수준으로 연차적으로 확대하여 장학금 지금 인원을 2012년까지 7만 4천 명으로 확대할 것’이라는 계획도 사라지게 된다. 한 분석에 따르면,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이 축소되면서 내년 대학생 장학금 예산이 올해보다 30% 이상 줄어들 수 있고, 최빈층 가정 출신 학생들이 학자금을 갚을 때 25%의 부담이 늘어난다고 한다. 즉, 새 제도 도입 후 저소득층에 대한 교육비 부담만 가중되는 것이다.
  현행 제도에서 소득분위 7분위에까지 차등을 둬 지급해 오던 학자금 대출금리 지원도 사라진다. 이것은 작년 교과부가 계획한 소득 2분위 학생까지는 무이자 대출을 시행하고, 소득 5분위 학생까지는 2% 이차보전으로 이자 부담을 줄이겠다는 방안에서 훨씬 후퇴한 것이다. 오히려 애초에 소득분위에 따라 지원해주던 이자지원이 없어져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한다 해도 연봉이 적으면 상환기간이 늘어나고, 늘어난 만큼 원리금이 늘어나 상환에 대한 학생들의 고통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대학의 등록금 인상은 외면하는 정책

  무엇보다도 새 대출제도가 등록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정상화할 제동장치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원금에 해당하는 등록금이 억제되지 않는다면, 취업 후 상환제는 대출 제도만을 개선하여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기만적인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교과부가 ‘대학 알리미’를 통해 공시한 2009학년도 대학 등록금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전체 대학 등록금 평균은 국·공립대가 416만 원, 사립대가 742만 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우리나라 사립대학의 1년 등록금은 1인당 국민소득(1만 9,624달러-IMF 기준)의 40~42%에 해당하는 액수이다. OECD 국가 중 고액 등록금 순위를 따져봐도 미국, 호주 다음으로 3위에 해당한다. 그런데 ‘수익자 부담원칙’이라는 교육정책을 고수하는 정부가 고등교육재정에 책임지는 교육비는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2008년 9월 교과부가 밝힌 OECD 교육지표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교육비 민간부담률은 2.9%로 OECD 평균(0.8%)보다 4배 가까이 높았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재정지원은 그나마 국립대에 집중되어 있고 재정지원을 거의 받지 못하는 사립대학은 학교운영비용을 대학 등록금 인상에 대부분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명분 아래 고액등록금을 책정한 사립대학들은 적립금을 쌓아놓고도 등록금을 인하하기는커녕 앞으로도 계속해서 등록금을 인상할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대학 적립금 문제 역시 심각한 수준

  한국대학교육연구소가 2006년 전국 사립대학 148개의 예·결산안을 분석할 결과 5천억 원의 수입을 축소하고 7천억 원의 지출 부풀리기를 통해 합계 1조 2천억 원의 차액을 남겼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등록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는 대학 측의 주장과 상반된 것으로 합리적인 예산편성이 이루어졌다면 2006년 등록금수입의 19.5%가 감축 가능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작년만 해도 사립대학들이 법인 자산으로 7천억 원 넘게 적립했지만, 등록금은 물가인상률 2.5%의 두 배가 훨씬 넘는 평균 6.5%나 인상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따라서 사립대학의 적립금 규모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고 이를 초과하는 적립금은 학생과 학교 발전을 위해 사용하도록 하는 규제 장치가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취업 후 상환제는 사립대의 적립금 상한선을 규제할 법안뿐 아니라 등록금 인상을 억제할 방안도 가지고 있지 않다. 오히려 새 대출제도의 도입은 대학의 무차별적인 등록금 인상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대학들은 등록금 책정에 대한 아무런 규제가 없는 상태에서 당장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이 덜어지기 때문에 무한정 등록금을 인상할 수 있다. 결국, 구조적으로 내재 되어 있는 등록금 인상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취업 후 상환제는 등록금 고통을 미래로 유보하는 미봉책에 불과한 것이 된다. 이것은 오히려 후지급제 형식의 학자금 제도를 통해 수익자 부담의 논리를 더욱더 강화시키는 방안으로 귀결될 수 있다.


등록금 상한제와 후지급제 함께 도입 필요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등록금 액수와 관련해서는 등록금 상한제가 제출되어 있고 등록금부담방식에 관해서는 등록금 후지급제가 제시되고 있다. 등록금 상한제는 민주노동당이 처음으로 입법 발의한 것으로 등록금 상한선이 가구소득 1개월을 넘지 않도록 하고 대학들이 이 상한선 이하에서 등록금을 책정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등록금 상한제는 고등교육에 참여하는 가계가 최소한 빚을 내지 않고 대학을 다닐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이 법안은 경제적 사정에 따라 차등하여 등록금을 책정하게 하며, 기초생활수급권자와 차상위계층에게 등록금을 완전히 면제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을 포함하고 있다. 높은 등록금 액수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학자금융자만을 확대하려는 취업 후 상환제와 비교한다면 현재의 불합리한 등록금 인상 문제를 제어할 방안이다.

소득연계형 대출제도와는 차이 있어

   반면, 정부가 제시한 취업 후 상환제는 등록금 대책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전국네트워크(이하 ‘등록금넷’)가 주장한 ‘등록금 후지급제’와 비슷하다. 그러나 정부발표에서 제시한 자료처럼 영국, 호주 등의 나라가 실시하는 ‘소득연계 학자금 대출제도’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교과부는 영국과 호주에서 시행하는 소득연계형 학자금대출제도를 운용하려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으니 사실상 운영방식은 전혀 다르다. 이들 나라의 제도는‘융자 제도’가 아니라‘졸업생 세금제도’여서 졸업 후 고소득을 올리면 원리금 상환액보다 더 많이 갚을 수 있다. 그래서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저소득 졸업생에게서 발생하는 손실을 고소득 졸업생을 통해 충당함으로써 재정 적자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들 나라는 개인과 국가가 고등교육비율을 분담하되, 현재보다 민간 부담을 낮추면서 국가 부담을 늘려 고등교육비를 증익시키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시행하려는 취업 후 상환제는 단지 상환 기간을 연장해 줬을 뿐 민간의 교육비 부담을 낮추려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성적 중심의 평가제도 문제

   성적을 기반으로 학자금 대출을 시행하겠다는 방침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교과부는 평균 성적이 C 학점 이상이어야만 학자금 대상자로 선정될 수 있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것은 교육기회의 평등을 제공하겠다는 새 제도의 본래 취지와도 어긋난다. 성적을 기준으로 하여 장학금을 지급하는 한국 고등교육의 문제점에 대해선 2007년 2월 17일 OECD가 발표한 ‘한국의 고등교육에 관한 보고서’에서도 이미 한차례 지적한 바가 있다. 이 보고서에서는 필요한 학생에게 등록금감면 혜택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 등록금을 주기 때문에 결국 대학교육에 대한 접근의 형평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했다. 만일, 새로 도입될 ‘취업 후 상환제’가 장학금 제도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고 성적에 대한 진입 장벽을 설치해 놓는다면 결국 기존의 문제를 고스란히 떠안고 가는 셈이다.

명확한 프로그램과 사회적 합의 마련 필요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변제를 시작하는 일정수준의 소득기준과 대출이자 등도 정하지 않고 급속하게 제도를 시행하려 하고 있다. 특히, 이 제도 시행 초기 5~10년 동안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연 2조 원 정도의 재원을 확보할 방안도 마련하지 못한 상태라 사태는 더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새 대출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전형적인 부실정책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실제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정말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면 그 주장과 계획에 뒤따르는 실질적인 정책과 노력을 보여주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의사를 근원적으로 반영할 정책을 만들어야만 한다. 그러려면 고액 등록금을 억제할 등록금 상한제와 사립대 적립금의 용도와 한도를 제한하는 사립학교법개정을 함께 추진하면서 졸업생 세금제도 형식의 후지급제가 병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대학이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게 되므로, 국회, 정부, 학부모 등의 심의 절차 제도를 함께 도입하여 대학재정의 공공성도 강화해야 한다. 이것이 뒷받침될 때 정부는 점차 국가의 고등교육예산을 증대하고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늘려나가 현 교육문제의 근본을 해결할 수 있다. 만일 정책이 지닌 세부적인 장단점 등에 대한 진지한 검토가 생략된 채 정책을 추진한다면 국민적 동의를 구할 수도 없고 제도로서의 실효성도 거둘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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