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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영혼이 담긴 사랑의 대서사시
데이비드 린의 영화들
[155호] 2009년 06월 01일 (월) 이규웅 영화연구가

영국이 나은 세계적인 감독 데이비드 린은 40년대 흑백 고전에서부터 거대한 제작비가 투여된 대작까지 40여 년간 비교적 적은 편수인 16편의 작품을 남겼다.  완벽주의자로서 매 작품 신중하게 영화를 만드는 특성도 있지만 1970년에 발표된 ‘라이언의 딸’에 쏟아진 혹평으로 14년간 칩거했던 이유도 있었다. 그런 만큼 그의 작품 하나하나는 모두 소중하고 귀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1944년에 발표된 그의 두 번째 작품 ‘깁슨 가족 연대기(The Happy Breed)’는 신예 감독 데이비드 린의 재능이 잘 보인 작품으로 영국 중산층 가족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가족 간의 갈등을 잘 표현한 영화이다. 이어 45년에 발표된 불륜영화의 대표적 고전 ‘밀회(Brief Encounter)’는 기차역에서 안타까운 이별을 하는 남녀의 모습으로 시작되어 짧은 밀회와 사랑에 대한 애틋함을 진지하게 표현한 작품이었다.  이어 그는 찰스 디킨스의 원작 ‘위대한 유산’과 ‘올리버 트위스트’를 연달아 연출하게 된다. 위대한 유산에서 어린 소년이 죄수를 만나는 장면에서 보여준 편집의 미학은 일품이다. 데이비드 린 감독과 오랜 명콤비를 이룬 배우 알렉 기네스의 등장이 이루어진 작품이기도 한데 영국의 귀족적 청년으로 등장한 알렉 기네스는 1년 뒤에 발표된 ‘올리버 트위스트’에서는 소매치기 소굴의 악덕 두목으로 완벽하게 변신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40년대 흑백고전을 통하여 드라마장르에 충실하던 데이비드 린은 50년대 칼라영화를 만들면서 헐리웃 스타들을 내세워 상업적인 성공도 이룩한다. ‘여정(Summertime 55년)’에서는 톱 스타인 캐서린 헵번을 주연으로 내세워 밀회에 이은 또 한 편의 애틋한 중년 남녀의 짧은 로맨스를 표현한다. 베니스를 배경으로 하는 아름다운 화면과 사진을 찍다가 물에 빠지는 잊지 못할 장면이 나오는 영화이다.  1957년 ‘콰이강의 다리’부터는 드라마 장르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대작영화들을 만들게 된다. 윌리암 홀덴 알렉 기네스 등 스타배우들이 등장한 콰이강의 다리는 일본군의 포로가 된 영국장교와 사병들이 다리를 건설하는 과정을 통해서 겪는 갈등을 그려낸 전쟁영화 대작으로 휘파람으로 시작하는 주제곡이 매우 유명하다. 

   
   

아카데미 7개 부문을 수상하고 흥행에서도 크게 성공한 이 영화는 다음 작품인 ‘아라비아의 로렌스’라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대작을 만드는 발판이 된다. 여배우가 등장하지 않는 영화로 유명한 ‘아라비아의 로렌스’는 거대한 대형화면속 광활한 사막에서 펼쳐지는 여러 장면들이 볼만한 영화이다. 이 영화를 계기로 스타로 떠오른 오마 샤리프가 등장하는 장면은 하나의 점이 서서히 움직이면서 ‘사람’이 되어가는 길이 남을 명장면이 되었다. 이 영화는 엄청난 흥행의 성공과 함께 두 번째의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겼다. 안소니 퀸, 알렉 기네스, 아서 케네디 등 이름난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지만 주인공 로렌스 역에는 젊고 지명도가 높지 않았던 피터 오툴을 주인공 로렌스로 발탁하기도 하였다. 

   
   

다음 영화인 ‘닥터 지바고’를 통해서 데이비드 린은 오랜만에 애틋한 로맨스 장르로 복귀한다. 오마 샤리프와 줄리 크리스티가 공연하고 모리스 자르의 아름다운 선율이 돋보이는 이 영화는 유부남 의사 지바고와 아름다운 처녀 라라의 애틋한 사랑의 스크린을 수놓으며 공산화되는 러시아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비극적인 로맨스를 담고 있다.

이렇게 1960년대 단 2편의 영화만을 만들었던 데이비드 린은 1970년 3시간이 넘는 대작 ‘라이언의 딸’을 발표하는데 평단에서 유례없는 혹평을 받았고 그를 무려 14년간이나 영화계에서 떠나게 만들었다. 하지만 가장 아름다운 데이비드 린의 영화로 꼽기에 손색이 없는 작품으로 ‘밀회’, ‘여정’, ‘닥터 지바고’에 이어서 ‘불륜 로맨스 걸작’의 마무리를 짓는 의미가 있는 영화가 되었다.

 1984년에 발표된 ‘인도로 가는 길’은 그의 유작이 되었고 이어 ‘노스트로모’라는 대작을 계획하다가 1991년 사망한다.  2회의 아카데미상 수상과 칸영화제, 베니스 영화제에서도 수상기록을 가진 데이비드 린은 영국의 최고의 명감독으로 꼽히기에 손색이 없는 거장으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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