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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비 관련 비리 속출…각 대학들 전산시스템 구축
교과부, 관련 지침 마련 … 제도와 더불어 윤리의식 강화돼야
[155호] 2009년 06월 01일 (월) 황복수 편집위원 hbsnobel@naver.com

사례 1)
지난 4월 15일 감사원은 전남의 모 대학 A교수가 제자들에게 지급되어야 할 억대의 연구 인건비를 횡령한 정황을 포착하고 검찰에 사기 및 횡령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한편 소속대학 총장에게 A교수의 해임을 요구한 상태다. 감사원에 따르면 A교수는 2002년에서 2008년까지 자신이 지도하는 박사과정 재학생 3명을 9개 연구과제 연구보조원으로 등록한 뒤 3명에게 지급되는 연구인건비 지급통장을 본인이 직접 관리했다고 한다. A교수는 이어 65차례에 걸쳐 3명의 통장에서 모두 1억 4,564만 5,000원을 인출한 뒤 이중 6,100만 원을 본인 명의로 설립한 바이오벤처회사 경비로 사용하고 8,464만 5,000원을 외국인학생 인건비, 대학원생 수당 등으로 지출했다.
 

사례 2)
지난 5월 13일 부산지검 특수부는 대정부출연 국책 연구자금의 관리 소홀을 틈타 14억 여 원을 횡령한 대학교수 두 명을 구속하는 등 납품업자를 포함 모두 9명을 사법처리했다고 밝혔다. 구속된 교수들은 2004년부터 4년 동안 사전에 기자재를 판매하는 납품업자들을 만나 구입하지도 않은 기자재를 구입한 것처럼 꾸미거나, 실제 가격보다 몇 배씩 부풀려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렇게 빼돌린 돈 대부분을 개인의 승용차 구입이나 펀드 투자, 채무 변제 등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결과 드러났다. 검찰은 구속된 교수들이 관련된 ‘기계·자동차 부품소재 산업’의 경우 지원 규모가 160억 원에 이르고 ‘신발·피혁’ 관련 산업에 지원된 연구비도 수십 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다른 대학에까지 수사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연구비는 증가, 관리제도는 부재

지난해 한국의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은 31조원을 넘어 세계 6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 개발비는 세계 3위로 나타났다. 절대적인 규모면에서는 세계 1위인 미국의 10%, 2위인 일본의 23%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동안 비약적인 성장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연구개발 예산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동안 예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관심은 거의 부재했다. 따라서 대학 사회에서 ‘연구비 횡령’과 같은 불미스러운 사건이 끊임없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연구비 횡령의 일차적인 문제는 기본적으로 교수의 도덕성에서 기인한다. 교수는 자신의 학문 분야 내에서 연구를 수행함은 물론, 이를 바탕으로 축적된 지식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더 나아가 인생의 참된 진리를 몸소 실천하는 스승으로서 올바른 윤리의식을 지녀야 한다. 그런 점에서 지식에 걸맞은 윤리의식은 교수가 지녀야 할 필수 덕목이라 하겠다.
그러나 연구비 관리 문제를 교수들의 윤리의식의 차원으로만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 앞의 두 사례에서 주목해볼 대목은 연구비 유용 및 횡령이 이루어진 기간이다. 두 사례 모두 각각 4년, 6년이라는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횡령이 이루어졌다. 장기간에 걸쳐 연구비 횡령이 이루어지는 동안 학교나 연구비 지원기관에서 부정행위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이는 연구비 관리체계가 허술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비 횡령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교수들의 윤리의식 확립은 물론이거니와 정부 관계부처나 각 대학에서 체계적인 연구비 관리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교과부가 마련한 연구비 관련 지침

제도적인 차원에서 연구비를 관리하기 위한 시도로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서 최근 새롭게 개정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08.12.31개정/시행, 대통통령)을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에는 R&D를 수행하는 모든 부처가 연구 개발 사업을 처리하는데 있어 연구 부정행위 및 그에 따른 참여제한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 있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은 ‘연구윤리 확립’ 및 ‘연구비 집행’을 위해 연구자가 연구비를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엄정히 대처하고 책임성 확보를 위해 제재 조치를 강화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특히 출연금 이외의 연구비를 사용하는 경우에 대해 기존 3년간 국가연구개발사업의 참여를 제한한 것에서 2009년부터는 제한 기간을 5년으로 확장하는 등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한 것이 눈에 띈다.
또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관리 등에 관한 규정’ 제19조 2항(연구윤리의 확보를 위한 지침의 마련ㆍ제공)에 따르면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중앙행정기관의 장, 전문기관의 장 또는 연구기관의 장이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추진ㆍ관리하거나 수행할 때에 연구부정행위를 방지하고 연구윤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침을 마련하여 제공하여야 한다”(개정 2008.2.29)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밖에도 교과부는 올해부터 우수 연구 관리 기관에 부여하는 ‘연구비 관리 인증제’와 투명한 연구비 관리를 위한 ‘연구비 중앙관리제’등을 확대 운영하고 있으며, 우수기관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한편, 교과부는 ‘R&D 도우미센터(www.rndcall.go.kr)’를 개소하여 ‘R&D 현장지원단’을 연구현장에 직접 파견하는 등 연구자들의 애로사항을 파악할 뿐만 아니라, 연구비 관리와 관련된 전반적인 실무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 대학의 연구비 관리제도 현황

교과부뿐만 아니라 각 대학에서도 투명한 연구비 사용을 위한 노력이 자체적으로도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대의 경우 2005년 ‘황우석 사태’ 이후, 보다 투명한 연구비 사용을 위해 ‘연구비카드 관리 전산 프로그램’을 가동 중이다. 이장무 서울대학교 총장은 ‘연구비 투명성 제고 시스템 마련’을 올해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의지를 가지고 서울대는 최근 교과부의 ‘연구비 관리 인증제’ 획득을 위해 태스크포스(TF)팀을 출범시키는 등 연구비 관리의 제도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서울대뿐만 아니라 경희대, 한양대에서도 연구비 관리 인증의 핵심인 ‘통합전산시스템’을 개발 또는 업그레이드하는 등 투명한 연구비 사용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본교 역시 올해 3월부터 통합전산시스템 ‘U-DRIMS’를 구축하여 기본 연구비 집행을 보다 투명하고 편리하게 운영하고 있다. ‘U-DRIMS’가 구축된 이후 연구비 집행과 관련하여 개선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존에는 연구비서식을 직접 작성하여 출력한 뒤, 증빙서류를 첨부하는 방식이었으나 지금은 ‘U-DRIMS’에 접속하여 연구관리 내용을 입력 후(교내·외 연구과제 공통), 증빙서류를 첨부하는 방법으로 변경되었다. 둘째, 연구비카드 사이트도 ‘U-DRIMS’와 통합되어 연구비카드 사이트에 별도로 접속하여 작업할 필요가 없어졌다. 셋째, ‘실행예산변경신청’이나 ‘연구원변경신청’ 등 각종 변경신청도 ‘U-DRIMS’ 연구 관리에서 손쉽게 신청할 수 있다.
물론 아직까지 ‘U-DRIMS’가 연구자와 대학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가동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DRIMS’는 연구비 관리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서 결코 작지 않은 중요성을 지닌다. 본교 R&D센터의 한 관계자는 업그레이드 된 ‘U-DRIMS’ 운영에 대해 “연구관리 내용을 전산에 바로 입력함으로써 한층 투명한 연구 환경이 조성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도와 윤리의식 함께 발전시켜야

최근 각 대학에서 도입하고 있는 ‘통합전산시스템’은 연구비의 흐름을 한눈에 알아봄으로써 투명성과 편리성 모두를 확보했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통합전산시스템’의 구축만으로는 연구비와 관련한 모든 비리가 해결될 수는 없다. 앞서 보았던 첫 번째 사례처럼 학생들의 연구인건비 지급통장을 교수가 직접 관리하는 문제의 경우, 전적으로 교수의 도덕성에 의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두 번째의 사례처럼 구매하지도 않은 기자재를 허위로 신고하는 경우는, 감시 인력을 확충하여 그것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한 그 관리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결국 교수들의 연구비 유용과 횡령을 근절하기 위한 제도는 관리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전산시스템과 이를 보완하는 감시시스템이 함께 작동될 때 비로소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비 투명성 확립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구자 개인의 윤리의식이다. 연구자 개인의 윤리의식이 뒷받침 되지 않을 때 제도는 언제든지 악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제도는 연구자의 윤리의식을 확립하고 강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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