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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칼럼] 새 것도 좋지만
[154호] 2009년 05월 04일 (월) 허재홍 편집위원 funkyheojae@hanmail.net

생각해 보면 서울은 항상 공사 중인 것 같다. 공사를 한다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던 곳에 뭔가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대체로 있었던 건물을 없애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경우다. 최근 내가 목도한 공사 중에 동대문운동장과 서울시청의 경우가 가장 안타깝다. 이 두 건물은 개인적으로 고가도로를 지나가기를 좋아하는 내가 서울 시내 다수 고가가 헐린 것 때문에 혼자 안타까워했던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두 건물 모두 우리나라 근대 초기에 지어진 건물로서 나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청의 경우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능에 비해서 ‘과대평가된 건물’이라면서 새로운 디자인을 공모하더니, 급기야 부수기에 들어갔다. 일제가 지은 건물이라 없애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도 꾸준히 있어왔다. 그 반대로 일제 치하의 기억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남겨 놓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몇 남지 않은 우리나라 근대 초기 건축 양식을 보여주는 건물이라는 점에서 기억할 만한 건물인 것은 확실한데, 너무 성급한 결정이 아니었나 싶다. 산책을 하다가 공사 중인 시청을 바라보면 외국인 친구가 서울에 놀러올 때마다 시청이 멋지다고 했던 것이 생각난다.


학교와 가까운 동대문운동장과 동대문야구장은 이미 완전히 헐리고 말았다. 동대문운동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운동장이다. 함께 헐린 동대문야구장은 각종 고등학교, 대학교 야구 대회가 있었던 장소다. 지금이야 프로야구 때문에 고등학교, 대학교 야구를 보러 가는 이가 얼마 없다지만 ‘한국 야구의 역사’같은 다큐멘터리를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해마다 고교 야구 결승전을 보러 동대문운동장에 몰려 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동대문운동장과 동대문야구장은 각종 국제 경기가 벌어졌던 운동장이기도 하다. 야구팬인 나도 가끔 동대문야구장에서 고교 야구 경기를 관람한 기어이 있다. 동대문운동장 지하철 역내와 주변에는 헐린 동대문운동장의 자리에 디자인 플라자가 생기면서 몇 조의 경제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포스터들이 붙어있다. 포스터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왜 다 색목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두 건물이 헐려버리면서 근대의 유산과 여기에 집약된 역사와 추억들도 같이 헐려 버렸다.


두 건물뿐만이 아니다. 서울역 근처를 보면 옹기종기 모여 있던 맛있는 음식점들이 으리으리한 오피스텔로 바뀌어 버렸다. 좋아하던 음식점이 있었는데 어디로 옮겼는지라도 알았으면 좋겠다. 주말에 대학로에 가 보아도 건물을 부수고 있고, 가을만 되면 멀쩡한 보도블록을 교체해버리던 전에 살던 동네도 그렇고, 지금 살고 있는 집 앞만 해도 건물을 헐고 있다. 이렇게 광범위하게 실시되는 공사를 간혹 어릴 때 즐겨 걷던 거리에서 볼 때면, 껌 종이도 잘 못 버리는 내 성격 때문인가. 유년도 함께 헐리는 기분이다.
공사의 소음과 위험 때문에 서울 거리를 걷는 일은 늘 정신이 없다. 공사로 인해 없어지는 건물은 주로 오래된 것들이다. 그런데 예전의 건물이 늘 낡거나 나쁘기만 한 것일까. 마찬가지로, 새로운 건물이 항상 쾌적하고 좋은 것은 아닐 것이다.


교내 또한 항상 공사 중인 것은 마찬가지다. 얼마 전에 교체가 끝난 팔정도 바닥은 잘한 것 같다. 빗물도 고이지 않고 벤치도 생겼다. 도서관 증축 공사에 대한 기대도 크다. 하지만 왜 꼭 학기 중에 이럴까 싶다. 작년도 학기 내내 공사를 진행하여 개장한 옥상공원에 올라가 보았지만 나 밖에 없다. 건너편 건물, 건너편 건물 옥상 공원에도 사람은 별로 없다. 그저 높아서 안 오는가 싶기도 하다. 지하 캠퍼스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도 들은 것 같다.


새로운 것 만들기에 대한 나의 의문들은 건물에만 가지는 게 아니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가면서 엄청난 기능의 변화와 추가가 있는 것 같지도 않은 다기능 학생증은 왜 새로 만들어야 하는지. 학교 안팎으로 말 많고 탈 많은 학제 개편의 이유는 과연 타당한 것인지. 학술관의 호수 변경은 왜 실시하는 것인지. 이 모든 일들을, 왜 그러는 건지 누군가 자세히 알려주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새로운 건물, 새로운 관념, 새로운 제도의 도입은 참 좋은 것 같지만, 교체의 과정에 따라오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예전의 것을 없애기에 앞서서 그 가치에 대한 고찰과 없애는 과정에 수반되는 위험을 찾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전의 것을 없애는 노력에 비해 새로운 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지도 엄정히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용산 참사도 더 값나가는 건물을 짓기 위해 부족한 대화와 협의 속에서 없애는 과정만 서둘러 진행했기 때문에 벌어진 비극이 아닌가. 또한 효율성만을 쫓다 잃어버리게 되는 무형의 가치들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 예전의 것이 가지고 있는 것은 기능만이 아니다. 예전의 것이 지닌 역사와 이를 기억하는 개개인의 추억, 또 상징적인 가치들은 이를 밀어내고 들어올 새로운 것이 절대 가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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