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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읽기] 찰리 채플린의 『찰리 채플린 나의 자서전』
[153호] 2009년 03월 30일 (월)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자신의 생애에 대해서 기술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채플린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도 자서전을 쓸 때는 많은 심적 부담이 있었으리라고 짐작한다. 그렇지만, 막상 채플린의 자서전을 읽으면 그런 부담감은 독자에게 전달되지 않는다. 그만큼 채플린의 자서전에 나타나는 배우의 마음은 솔직했고 생애 미화나 자기변명은 없었으며 당시 연인이나 가족 및 주변인물과 사회 환경에 대한 스케치도 담백한 편이다. 따라서 『찰리 채플린 나의 자서전』을 읽을 때에는 지나친 감정 표현이나 등장인물에 대한 호기심 또는 자극이 필요없다.

일반적으로 자서전에는 가족, 친구, 직업, 사랑, 사회 등에 관한 여러 가지 소재들이 담겨 있다. 그런데 자서전을 쓰는 작가의 입장보다는 이를 읽는 독자의 관심에 따라 인상적으로 남는 것들이 있게 마련이다. 나는 유명 배우의 직업적인 일과 사건의 환경에 대해 좀 더 천착하여 살펴보았다. 물론 현재 시점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도 함께 해 봤다.

우선, 부모 모두가 당대의 배우였다는 가족 환경이 찰리에게 모종의 ‘아비투스’(아비투스: 개인이나 집단이 가진 판단, 기질, 취향 등의 무의식적 체계)를 형성시켜 주었다는 확신이 든다. 다섯 살 때에 어머니를 대신하여 즉흥적으로 무대에 오르고, 여덟 살 때에는 소년 연극단에서 활동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부모의 보이지 않는 ‘아비투스’라는 정신적· 문화적 유산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연예시스템이 발달하였지만 배우, 가수 등 연예인 중에는 연예인 가족이 많은 것을 종종 보게 되어 가족 환경의 중요성도 새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우연과 기회가 왔을 때 준비된 찰리는 이를 놓치지 않고 잡아 성공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우연은 배우의 재능과 준비성을 체크해보는 필연이었을지 모른다. 다섯 살 때에 목이 갈라져 노래를 못 부르게 된 엄마를 대신하여 얼떨결에 무대에 올라 관객을 웃긴 점, 미국에 건너가서 그 특유의 우스꽝스런 복장과 무대 연기로 대중의 인기를 사로잡게 된 것도 우연과 준비가 만났기 때문이다.

그 다음 찰리는 배우로서의 독특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하였다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그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개발하고 이를 연구·발전시켰다는 점은 그가 성공한 원인 중 가장 큰 이유다. 이는 현대에 성공을 꿈꾸는 보통사람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찰리는 감독으로 영화제작을 하기도 하고 돈도 많이 벌었다. 그러나 무성영화의 시대가 황혼기에 접어들고 유성영화의 시대가 오는데, 찰리는 이러한 새로운 기술과 문화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제작자는 되지 못했다. 역시 한 우물을 파야 하듯이 배우는 배우로서만 전문성을 확보했을 때 성공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던 대목이다.

예나 지금이나 예술을 하는 사람은 본의 아니게 사상과 정치의 소용돌이에 말려들 수 있어 처신에 주의해야 한다는 점을 깨닫는다. 찰리는 공산주의 친구와 교제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뜻하지 않은 언론의 사상검증과 정치적 공세를 받았으며 영화흥행도 저조해지고 급기야 미국에서 추방되기도 했다. 하늘에 오른 세계적 스타도 언론 때문에 하루아침에 땅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은 오늘날의 연예인과 언론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채플린은 스위스로 가서 여생을 보냈다. 미국 체류 중에 스타로서 무수한 사회 저명인사들을 만나게 되었지만, 그 중 가장 큰 행복한 만남은 30년 이상 나이 차이가 나는 아름다운 부인 우나 오닐을 만난 것이다. 공적생활에서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사적인 생활에서는 부인과 행복한 여생을 마쳤으니, 그는 세계적인 스타 이전에 가정에서 행복한 남자였다. 찰리는 행복을 가까운 곳에서 찾을 줄 아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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